-
-
라캉의 주체 - 언어와 향유 사이에서
브루스 핑크 지음, 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0년 12월
평점 :
‘라캉의 주체’는 브루스 핑크가 이 책을 출판함으로써 영어권 라캉 연구자들 중 가장 탁월한 시각을 가진 라캉 연구자로서의 자리를 잡게 되는 계기가 된 책이며, 그의 저서 대부분이 라캉-정신분석 및 임상과 관련된 내용들인데 그런 임상과 관련되지 않은 이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몇 안 되는 저서로도 많이 알려졌다.
출판이 된지가 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영어권에서 출판된 라캉과 관련된 연구서들 중 가장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번역되기를 꽤 기다렸고 번역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장 구입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어렵게 읽게 될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기다릴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번역자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내용인 것처럼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브루스 핑크의 저작들 중 가장 난해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런 난해함 또는 산만함은 어쩔 수 없게 느껴지게 되는 느낌일 것 같기도 한데, 그 이유는 브루스 핑크 본인이 언급했듯이 하나의 책으로 출판할 생각으로 집필한 것이 아니라 여러 방식을 통해서 발표한 글들을 라캉의 논의-이론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주체라는 주제에 맞춰서 내용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캉의 주체’는 제목 그대로 라캉의 정신분석 논의를 통해서 주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주체’라는 한정된 주제를 놓고서도 라캉의 논의는 매우 복잡하고 자신의 생각을 일관성 있게 이끌기 보다는 산발적으로 혹은 다각도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브루스 핑크는 최대한 간략-요약을 해서 내용을 정리하고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라캉이 생각하는 주체는 ‘분열된 주체’로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정의일 것이고, 브루스 핑크 또한 분열된 주체로서 주체를 이해하고 있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라캉이 다양한 방식(에크리 및 수많은 세미나)으로 논의했던 주체에 대한 논의를 최대한 정리가 가능한 방식으로 논의들을 정리해내고 있다.
정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라캉의 논의가 갖고 있는 이해불가능(다양함과 난해함 그리고 복잡함) 덕분에 라캉의 논의를 통해서 바라보는 주체에 대한 이해 또한 쉽게 정리가 가능하지 않기도 한 것 같다. 우선 라캉 본인부터 일관된 접근을 하고 있지 않고 있고, 브루스 핑크의 정리 또한 체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고 여러 방식으로 발표한 글들을 정리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무슨 논의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느껴지기가 쉬울 것 같다.
브루스 핑크는 우선 라캉의 논의에서 갖고 있는 그리고 주체에게 있어서 ‘언어’가 갖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하고 있고, 그 무의식에서의 ‘언어’의 특징과 어떠한 방식으로 구조화에 되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라캉의 논의들을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지는 욕망, 무의식, 언어, 상상계, 상징계, 실재, 타자, 대상 a 등으로 인해서 주체는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구성되어 있으며, 아버지-어머니-나라는 관계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무의식은 구성 및 구조화 되고 '나‘라는 존재가 존재하게 되(어가)는지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렇게 주체에 대한 논의와 함께 주체를 논의하게 되면 당연히 따라오게 되는 타자에 대해서도 그리고 담화-말하기-대화와 욕망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으며, 마지막에서는 정신분석 자체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브루스 핑크는 라캉을 접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라캉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라캉을 어떻게 하면 보다 이해가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있고, 그 고민에 대한 결과물처럼 라캉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접근이 가능하도록 애쓰고 있다. 정작 라캉 본인은 자신의 논의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벽을 쌓고만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논의에 충실하려고 하면서 좀 더 많은 이들이 라캉을 접할 수 있도록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브루스 핑크의 모습이 딱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캉의 논의의 대부분이 이해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그의 노력에 비해서는 여전히 아쉽게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나마 그라도 없었으면 라캉은 더욱 이해가 불가능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라캉의 ‘주체는 분열된 주체다’라는 기본 입장을 중심으로 어떻게 주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접근이 가능한지에 대한 브루스 핑크 본인의 이해에 따른 결론과 정의들을 토대로 라캉이 생각했다고 생각되는 주체에 대한 정의를 접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