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로망스
김민관 지음 / 고려의학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다분히 낭만적인 느낌-이야기로 가득한 슈퍼맨 로망스는 한겨울의 차가움과 정반대되는 따스함으로 가득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단편(모음)집이다.

 

20편의 단편들로 채워진 작품이기 때문에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들로 묶여졌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약간의 비슷함도 느낄 수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른 재미들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어떤 낭만과 약간의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길지 않은 시간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것 같다.

 

각각의 이야기가 개성을 갖고 있고 일관적이기 보다는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냉정함과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어린 시절에나 가졌을 것 같은 감수성과 순수함을 여전히 갖고 있으면서 그로 인해서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하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시대의 낙오자들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시대가 바라고 있는 것들을 아직까지 채우기를 머뭇거리거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거부감이 의식적인 거부감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태생적이라고 말하거나 체질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어울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저 어울리지 않으니 그러기가 어렵다고-싫다고 말하는 인물들이다.

 

거의 모든 이야기가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고, 다른 이야기들은 낭만적이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순간들을 잡아채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런 성향의 글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전혀 관심이 들지 않겠지만 낭만과 상상 그리고 감수성이 듬뿍 담겨진 이야기들을 원하는-원하던 사람이라면 꽤 흡족한 작품으로 느낄 것 같다.

 

때로는 내가 잃었던 순수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이제는 사라졌으리라 생각되던 감정을 자극하게 되기도 하고,

하루 하루가 변함없이 흘러가기만 하던 괴롭기만 한 시간들이 생각나기도 하는,

잊고 있던 것들과 잊어졌으리라 생각되던 것들을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슈퍼맨 로망스는 빼어난 글재주를 뽐내지는 못하고 아직은 덜 다듬어진 느낌이 들게 되는 글들이기도 하지만 좀 더 분발하고 노력해서 더 좋은 재미들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하는 내용-글이었다.

 

부족함을 지적하며 꾸짖기 보다는 좀 더 잘 해주기를 바라며 칭찬하고 싶어지는 글이었다.

만나기 어려운 글이기 보다는 만나서 반가움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었다.

더 자주 만나고 싶어지는... 그런 글이다.

 

 

참고 : ‘슈퍼맨 로망스를 읽게 된 이유는 저자 본인이 자신의 책에 대한 홍보를 목적으로 전달받게 되었는데, 이렇게 직접 저자에게 책을 받게 되기는 처음이었다. 무척 생소한 경험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소중한 경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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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은 항상 무언가를 좀 더 그럴 듯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으며 여러 가지 것들을 잘 정리해내고 그 자신만의 정리가 무척 논리적인 설득에 앞서 감정적인 설득을 당하도록 만드는데, 세련된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데 좋은 재주가 있어 보인다.

 

이런 저런 내용들로 엮어지고 여러 내용들이 잘 짜여 있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듬성듬성 거리면서도 읽는 동안에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고 술술 읽혀지는 기분에 그리고 재미나게 읽혀지는 기분에 만족스런 느낌만이 가득한 여행의 기술또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해줌과 동시에 여러 앞선 권위 있는-통찰력 있는 이들의 생각들을 근거 삼아 우리들로 하여금 그가 생각하고 바라보았던 것들에 대해서 좀 더 받아들임이 쉬워지도록 그리고 그 받아들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에서는 쉽게 동의가 되고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그리고 모르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앎을 만들어주는 것에 기쁘기도 하지만 어쩐지 무언가가 어색한 느낌도 들게 된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체질적인 거부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탁월한 글쟁이에 대한 알 수 없는 질투심이라고 말해야만 할까?

 

어떤 식으로든 생산적이라고 생각되지 못하는 불만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글에서는 적당한 선에서 정리가 되고 완결된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들게 될 때가 있다. 좀 더 거침없이 밀어붙이기도 하고 끝까지 가보는 논리의 극한을 추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의 글에서는 그보다는 여유로움이 더 느껴지고 어떤 식으로든 그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어떤 긴장감과 극단까지 가보겠다는 철저함이 느껴지지 못해서 후한 평가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잃을 수 있는지를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흥미로운 일화들을 소개해주면서 진행되는 여행의 기술은 단순히 무엇을 챙기고 어떤 장소로 가야 하는지를 혹은 어떤 실망을 그리고 기대를 이겨내고 얻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그저 그런 고리타분한 내용-글이 아니라 여행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내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여러 고전들과 철학자 혹은 연구자들의 글들과 실제 경험들을 통해서 그들이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무언가-어떤 것 들을 어떤 식으로 얻어냈는지를 혹은 주장했는지를 알려주며 우리가 여행으로 인해서 얻어내고 새롭게 인식하고 개달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고, 끝없이 외부로 향하려고 하지만 그 외부에서 어떤 기분과 감정 그리고 장소와 공간들을 경험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강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외부의 어딘가가 중점이 아닌 그 과정-향함-도달에 대한 논의가 중심되어 진행되고 있다.

 

실망과 헛된 낭비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어떤 새로운 얻음을 기대할 수 있기도 한 여행의 다짐과 결심에 대한 옹호와 조심스러운 긍정 속에서 그림과 사진 그리고 여러 일화-사례들이 겹쳐지면서 알랭 드 보통의 생각들은 좀 더 정교해지고 논리와 감정-감상적인 설득력을 갖게 되는데, 어딘지 모르게 그의 여행은 그의 글에서는 누군가가 언급되기도 하고 함께함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오직 홀로 혹은 그 누구도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되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것은 과연 누구와 함께할 때 어떤 다름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랭 드 보통은 전혀 대답해주진 않고 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휴식과 안락함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흔히 말하는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좀 더 다른 무언가-무엇인가를 접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반적이면서도 그동안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것들을 통해서 그걸 알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그 이국적임 혹은 그동안과는 다름을 찾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권태와 실망 혹은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곳과 다를 것 없음에 대해서 말해주기도 하고 있다.

 

훔볼트의 사례-일화를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알아가는 그리고 일반적인 우리들이 갖고 있는 관심 없음과는 반대되는 관찰력과 호기심을 갖고 있는 이의 모습을 통해서 단순히 여행의 경우만이 아닌 일상을 경험할 때도 해볼 수 있는 좀 더 다른 관점을 그리고 여러 관심과 흥미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궁금함을 해소하는 재미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혹은 그 (여러 즐거움을 찾는) 과정들을 통해서 니체가 말하는 삶의 고양을 강조하기도 한다.

 

새로운 가치와 범주화 그리고 좀 더 다른 방식의 질문과 흥미에 대해서 주장하기도 하고, 이어지는 윌리엄 워즈워스에 관한 논의를 통해서는 도시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시골과 삭막한 도시라는 공간과 대비되는 풍요롭고 다채로운 자연으로 향함을 말해주고 있고, 그와 관련된 거대한 자연을 통한 숭고함과 (자기 자신의) 미약함을 다시금 깨닫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 부족하고 미약함을 깨달으면서 좀 더 자기 자신을 고양시킬 수 있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고, 그 못남의 인식으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으로 인해 불편하고 못마땅한 그리고 받아들일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다는 주장을 한다.

 

여기서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순응하게 되는 / 되어버린 존재가 된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현실적인 한계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고 수긍하는... 길들여지게 된다는 단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흐의 시선을 통해서 각 지방과 지역 그리고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그 이해함을 무언가로 남겨냄을 알려주면서 어떤 측면을 좀 더 강조하고 남겨내는 것에 대한 긍정을 말하고 있다. 그 예리함과 예민함에 대해서 애기를 하며 어떤 핵심을 찾아야 하는지를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단순히 여행이 다른 공간을 찾는 것으로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외부에서 어떤 다름을 그 어느 곳과도 다른 그곳만의 특징들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꼼꼼하고 자세한 관찰을 존 러스킨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아름다움을 그리고 잊을 수 없음을 소유할 수 있고 간직할 수 있는지 논의하면서 기술이 우리에게 공간적으로 좀 더 넓고 좁게 만들어내고 좀 더 윤택하고 편안함을 만들어내게 되었지만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잊고-잃고 놓치기고 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동안 외부로만 향하던 시각을 다시금 우리가 속해 있고 일상을 보내는 내부로 돌아와 현재 속에서 우리가 속해 있고 존재하는 곳도 무한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그리고 새롭게 깨달을 수 있음을 메스트르의 방식-시각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런 외부와 내부의 구분을 다시금 구분 없음으로 만들어내고, 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겹쳐냄으로써 여행이라는 것이 어떤 과정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떤 새로운 인식을 찾는 시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려주며 마무리를 짓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항상 그렇듯 여러 지식과 깨달음 그리고 새로움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역시나 빼어난 글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반박하고 싶고 무언가 잘못된 점들을 찾아내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결국 그런 생각은 좋다고 말하기 보다는 좋지 않은 생각일 것 같고,

그의 생각 속에서 어떤 긍정을 찾아내고 좀 더 다른 긍정을 모색해야만 하는지가 더 올바른 생각일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그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좀 더 다듬고 다른 무엇들을 찾아내어 내 자신만의 여행을 그리고 삶의 방식과 시각과 고양을 찾아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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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금살금 2013-04-29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책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뒤적여본지 좀 되었는데도 아직도 뭐가 뭔지 구분못하는 저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탁월하고 솔직하게 책에 대한 평가를 하신듯 합니다.

배군 2013-04-29 01:04   좋아요 0 | URL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2
박해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한국사회에서 아파트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곳에서 삶을 시작하고 (아마도) 삶을 마감하게 될 우리들은 어떤 존재로서 받아들어야 할 것이며 이해되어야만 할 것인가?

 

박해천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그런 거창하거나 바쁘고 고된 세상살이 속에서의 뜬금없는 질문을 내놓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질문()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들을, 어떤 원인들-효과들이 있는지를 추측하고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해주고는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논의는 박정희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파트 건설이 단순히 주택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서 어떤 효과와 개선 및 문제점을 만들었는지와 같은 (인문사회학적 / 공학적인) 분석이 아닌 아파트를 하나의 존재로서 이해하면서 어떻게 우리들을 변화시키고 주변을 변화시키게 되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미셸 푸코와 조르조 아감벤 등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 이들의 논의를 무척 일부분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그들의 의견이 스며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되었든 그런 의미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삶의 조건과 풍경, 정서와 내면화 등 물질적인 측면과 함께 정신-정서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의미심장한 분석-해석-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논의를 위한 저자의 논의 방식은 조금은 독특한데, 저자는 논의의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놓고 있고 하나는 픽션 다른 하나는 팩트라는 장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팩트의 경우 일반적인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실제 사실들과 그 사실들을 토대로 한 분석들과 해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크게 특징지을 내용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앞선 픽션의 내용들의 근거를 제시하는 혹은 명확한 자료로서 제시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팩트는 일종의 부록과도 같은 의미를 갖게 될지도 모르지만 픽션에서 놓치고 있던 세세한 부분들을 좀 더 정교하게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부차적인 내용으로서만 생각해서도 안 될 것 같다.

 

팩트의 경우 최초의 아파트라고 말할 수 있는 마포 아파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우리들의 생활방식-생활양식이 변화되는지를 그리고 아파트가 어떤 의미를 갖게 되어가며 어떤 방식으로 중요성을 획득해 가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고, 아파트의 내부구조를 채워가는 과정에서의 변화와 구별짓기, 내부와 외부의 변화(상점, 여가, 교육 등)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내부를 채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되어버리는 가구와 가전제품들, 거실, 안방에 대한 분석들과 여가생활까지 논의를 이어지도록 만들어 단순히 아파트의 등장과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게 될 정도로 한국의 모든 공간을 채우게 되는 건설-배치-장악의 과정만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버림으로써 어떻게 우리들의 삶이 재구성되고 재인식되어버리게 되는지, 그 개조-변화를 어디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내고 있다.

 

마지막에 가서는 분당과 용인이라는 신도시를 대표하는 두 도시에 대한 짧은 논의를 통해서 노태우 정권에서 김대중 정권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도시계획이 변화되었고 그 변화 속에서 아파트가 삶의 터전이면서 투기의 대상이고 재산증식과 교육, 소비생활과 노후안정을 위한 수단 등 한국사회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지를 자료와 분석을 토대로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팩트의 일반적인 논의와는 달리 픽션의 경우는 무척 이례적인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고, 과시적이고 현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약간은 욕심이 지나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게 되지만... 그 욕심이 혹은 좀 더 다른 글쓰기가 성공적인지에 대해서 평가가 조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무척 흥미로운 글을 만들어내고 있다고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픽션의 경우 여러 관점을 오가고 있는데, 구체적인 사물로서, 아파트의 입장에 서서 논의를 하게 될 때도 있고, 전지적인 시점에서 하나의 시선-관점으로서 바라보게 될 때도 있고, 저자 본인의 시선에서 논의가 진행될 때도 있는 등 조금은 헷갈리게 만들기도 하고 여러 시선들을 정신없이-우왕좌왕 오가고 있기 때문에 어수선하고 난잡하다는 인상을 받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자긍심 속에서, 때로는 자기변호 속에서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아마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까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어떤 시선과 입장, 관점, 정신적-육체적 변화들을 보이고 있고 아파트를 통해서 어떤 의도와 전략이 있었는지를, 아무런 생각 없이 생겨나고 거주하고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어떤 변화들을 겪게 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게다가 저자의 논의가 흔한 방식인 해외-서구의 철학적 사회학적 분석의 틀을 가져와 대입시키는 방식이 아닌 (물론, 그런 논의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밑바탕 속에서) 그런 논의들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고 자신의 논의-분석을 진행할 때 큰 의지를 하고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그런 틀을 가져오려고 하기 보다는 다양한 방식에 의지(소설을 통한 정서적 이해, 인터뷰나 회고록을 통한 사실 확인, 다른 국내 연구자들의 분석을 통한 접근 등)하여 논의를 진행시킴으로써 좀 더 한국사회에 들어맞는, 외부의 연구틀과 결론을 그대로 가져왔을 때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거리감을 갖고(혹은 잘 체화시켜서 / 선별하며)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의미 있는 분석들과 결론들이 제시되고 있는 것 같다.

 

과장된 글쓰기 속에서 의미 있는 분석들과 흥미로운 관점들, 진지한 결론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독특한 글쓰기로서만 이해될 수 있지는 않지만 아쉽게도 인접해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비슷한 점들이 많기도 한 일본의 경우에 대해서 크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공간 및 사회학적인 분석과 해석 그리고 결론이 대부분이라 아파트를 건설함으로써의 여러 경제적인 이해관계와 상관관계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증이 해소되진 못했다.

 

저자에게 무리한 요구겠지만... 역시나 궁금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앞서게 된다.

 

흥미로운 논의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분석들이 제시되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좀 더 논의를 이어지게 만들어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따로 할애를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러기에는 여러 한계들이 있었는지 서둘러 글이 끝맺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막연하게 갖고 있던 아파트와 공간 그리고 사회라는 주제를 알기 쉽고 충분히 이해되고 설득될 수 있는 선에서 분석을 해놓고 있고 결론을 제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이 논의들을 이대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참고 :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픽션의 경우는 각 장별로 끝부분에 각주들을 모아놓고 있는 반면 팩트의 경우 개별적으로 밑부분에 설명을 해주고 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편집 과정에서 놓친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가장 적절한 추측을 해보라면 픽션은 내용 전개가 독백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따로 배치한 것 같고, 팩트의 경우 전형적인 인문학적 글쓰기라 밑부분에 적혀져도 문제될 것 없기 때문에 그렇게 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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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경 三魅鏡 - 세상을 비추는 지식 프리즘
SERICEO 콘텐츠팀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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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에도 물론 있었기는 했겠지만(태양 아래에 새로운 것이 얼마나 있겠나?),

한정된 짧은 시간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방식을(뇌리에 남는 방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한 것은 아마도 지식 e’인 것 같고(한국으로 범위를 한정 짓는다면), 그 덕분에 유사하거나 모방하는 방식들도 많아진 것 같다.

 

지식 e’는 하나의 유형-모델이 되었다.

그 생명력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면 좋겠다.

 

영향을 받아 각각 나름대로의 차별화나 특성화를 추구하기는 하지만 기본 바탕에는 역시나 지식 e’의 영향력이 느껴지는데, 물론,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분석도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식 e’가 워낙 인상적이었는지 유사하고 비슷한 성향의 전달 방식을 접하게 되면 즉각적으로 지식 e’가 떠올려진다.

 

삼성경제연구소 쪽에서 운영하는 CEO를 위한 동영상 지식정보 사이트인 SERICEO에서 제공되었고 (나름대로) 화제-인기를 모아서 (이 책을 선물받기 전까지는 개인적으로는 전혀 몰랐었다) 책으로도-책으로까지 출판하게 된 삼매경또한 앞서 말했듯이 지식 e’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내용 구성과 생각의 전환 그리고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내용-정보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비슷한 방식의 전달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차이도 분명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 각각의 내용들이 기본적으로 자본-경제의 논리 속에서 선택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고, 각각의 이야기에서의 교훈 또한 자본-기업-경제의 입장에서만 찾고 있을 뿐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를 해보려는 시도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좋은 내용들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불편한 기분으로 읽게 되는 것 같고 읽은 다음에도 뭔가 미심쩍고 의심스러운 기분이 줄어지지 않았다.

 

글을 통해서 무언가를 전달할 때 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글의 내용을 통해서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를 그 의미와 의도가 무엇인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고, 그런 점에서 삼매경은 좋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어쩐지 쉽게 추천하기도 어렵고 좋은 책이라고 기억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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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기생충 - 엽기의학탐정소설
서민 지음 / 청년의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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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무언가 범상치 않은... 취향에 따라서는 좀 더 흥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흔히들 말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꺼려지는 기분이 앞설 것 같은 대통령과 기생충은 기생충이 언급된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추리 소설들과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할 것이다.

 

일반적인(이라는 전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둘째 문제로 하고)... 추리 소설들과 비교한다면 명랑만화 수준의 짜임새와 (구성이라고 말하기도 조금은 민망한 기분이 들게 되는) 이야기 얼개이기 때문에 어쩌면 기생충이라는 요소-재료가 없었다면 그다지 흥미롭게 읽혀지지도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기생충은 좋은 소재-재료 덕분에 여러 미흡한 점들이 상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짧은 단편들의 묶음이고 각각의 단편들이 일정하게 다음 단편들과 조금씩은-느슨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독립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도 하는 대통령과 기생충은 만화적인 상상력과 약간의 엽기적인 내용, 기생충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설명을 통해서(그것 자체가 엽기적이겠지만) 나름대로의 읽는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재미가 무척 만족스럼을 안겨줄 정도로 빼어난 재미를 만들어내진 못한다.

 

쉽게

빨리

금방

가볍게 읽고 쉽게 잊을 것 같은...

 

기생충을 소재로 하고 있고,

기생충이 소재이기 때문에,

몇몇 부분들에서는 징글거리는 기분도 들고 역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고개를 돌리게 되거나 책을 덮고 싶은 기분이 들게 될 정도는 아니라 그럭저럭 견뎌가며 읽어나가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런 내용인 특별히 인상적이랄 것도 없고 기생충에 관한 내용들만 빼놓고 생각한다면 너무 심심해서 누구도 쉽게 읽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이지만 때때로 대통령과 기생충에서는 어쩐지 이 소설이 발표된 2004년의 시대적 풍경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참여정부 시절 속에서 호흡하고 있는 대통령과 기생충은 몇몇 내용들에서 그 시대를 그리고 당시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정서를 좀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때문에 특별할 것도 없는 소설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 시절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게 될 수 있고 다시금 되새김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함을 느끼게 된다.

 

그 시절을 무척 좋아하진 않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는 그 시대가 때로는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것은 지금 현재이고 미래이기 때문에 그때를 회상하는 것에 몰두하기 보다는 어떻게 지금과 앞으로를 위해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라도 과거를 명확하고 선명하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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