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죄 밀리언셀러 클럽 12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범죄소설에 대한 애정은

하드보일드에 대한 애정은

수없이 말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더는 말할 것이 없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금 말하게 된다면 도시의 어둠과 이면, 인간의 추악함과 냉소적인 시선 그리고 작가들만의 독특한 감수성과 우수 또는 음울함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찾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서 범죄소설-하드보일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조금은 더 쉽게 구하게 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주류에서는 벗어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전 ‘800만 가지 죽는 방법’과 ‘무덤으로 향하다’를 통해서 무척 인상적인 작가로 기억되던 로렌스 블록의 작품 속 주인공인 매튜 스커더를 내세워 그의 대표작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매튜 스커더 시리즈로 이름이 지어진 이 시리즈를 통해서 로렌스 블록의 여러 작품들이 되도록 많이 많이 소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절판되어 있는 ‘백정들의 미사’도 다시금 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 튜 스커더가 등장하는 첫 작품인 ‘아버지들의 죄’는 이후의 ‘800만 가지 죽는 방법’과 ‘무덤으로 향하다’와 같이 이미 그의 성격이 완성되어 좀 더 깊게 그의 내면으로 들어가게 되거나 이야기를 확장시키기 보다는 아직은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인지 그의 성격도 그리고 이야기도 무리한 수준으로 확장시키기 보다는 간략하고 단순하게 이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살아 있고 매튜 스커더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로 렌스 블록의 작품답게 살인사건과 그 살인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접하게 되는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인간의 여러 추악한 면들을 혹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어두운 모습들을 매튜 스커더의 시선을 통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매튜 스커더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냉소적이고 음울한 시선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시선에서 부정적인 느낌만을 받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부정적이고 어둡게만 바라본다는 단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인간에 대한 그런 시선과 판단이 본질적으로는 잘못된 생각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 버지들의 죄’는 무척 독특한 상황 설정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범죄소설-하드보일드 작품들이 살인사건 또는 범죄가 벌어진 것을 시작으로 누가 범인인지 혹은 진실인지를 확인해가는 과정으로 구성하는 것과는 달리 ‘아버지들의 죄’는 모든 사건이 끝난 다음에 되짚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흥미를 갖도록 만들고 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바로 그것을 ‘아버지들의 죄’는 알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칙적인 진행은 결국 감춰져 있던 진실을 알아가게 되면서 일반적인 범죄소설-하드보일드 구성이 되어버리기는 하지만 무척 신선한 느낌이 드는 진행이었다.

 

매 튜 스커더의 냉소적이면서 피곤함으로 가득한 독백과 인간에 대한 그의 우울함과 음울함으로 가득한 시선, 그리고 어슬렁거리는 듯이 사건에 개입하기는 하지만 뛰어난 통찰력과 예리함으로 점차 진실로 향하게 되는 진행은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하고 되는대로 진행되도록 내버려두려고 하는 그의 나태함과 절묘하게 충돌하면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멋지게 만들어낸 로렌스 블록의 글재주가 부럽기만 할 뿐이다.

 

결 국 진실을 파헤치고 그 진실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로 향해서는 매튜 스커더는 항상 이전의 내버려둠과는 달리 단호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의 그런 단호함과 자기만의 판단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매력일 것 같고, 자기 나름대로의 선택에 대한 우리들의 판단 또한 논쟁적일 것 같으면서도 여러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과 ‘무덤으로 향하다’에 비해서는 노쇠함 보다는 날렵함을 느낄 수 있고, 이야기의 구성이나 여러 부분에서도 단순하다고 볼 수 있어도 무척 인상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사건 속에서 단단하고 빨려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범죄소설-하드보일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추상과 네오 코르뷔지안 건축: 네오 모더니즘 2 임석재 교수의 서양 근현대 건축사 시리즈 2
임석재 지음 / 북하우스 / 200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에 관한 책들을 이것저것 접하다 보니 임석재의 책들도 접하게 되었는데, 건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건축과 무관한 영역에서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바라고기에는) 세밀한 분석을 보여주고 있어서 자주 찾게 되는 저자인 것 같다.

 

이 번 ‘신추상과 네오 코르뷔지안 건축’ 또한 다른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정교하고 정밀한 분석을 보여주고 있기는 한데, 그의 다른 저서들을 읽었을 때처럼 때때로 어려운 부분들도 꽤 있어서 읽어내기가 버거운 내용들도 있었지만 최근의 건축 흐름을 잘 분류해주고 설명하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 도움이 될 것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수 있는 말은 없겠지만.

 

‘건 축과 미술이 만나다 1890~1940’와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945~2000’에 비해서는 인문학적 맥락에서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은 스치는 듯 확인되고 있지만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건축의 큰 흐름을 알 수 있게 되어서 건축의 고전들만을 접하던 지금까지의 책들에 비해서 좀 더 지금-현재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새로움이기보다는

재해석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1960 년대 이후의 건축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하고 있는, 그리고 그런 흐름들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하려고 하고 있는 ‘신추상...’은 모더니즘에 대한 재해석에 관해서 상세하게 검토하고 있고, 그런 재해석의 흐름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모더니즘과 네오 모더니즘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고, 그런 변화를 자본주의 체제와도 연결하려는 시도를 찾아볼 수 있었고, 단순히 모더니즘으로만 정리할 수 없는 온갖 흐름들과 모더니즘에 대항했던 흐름들 또한 균형 있게 검토하고 있다.

 

모더니즘을 말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어서 검토하게 되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서도 저자는 간략하게 분석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인(좀 더 표현을 완화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흐름이라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 렇게 과거와는 달라진 사회적-경제적-정치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어떤 건축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신추상...’은 신추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와 신추상과 함께 따라붙게 되는 여러 흐름들을 논의하면서 그런 흐름들이 어떻게 건축으로 표현되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러 흐름들에 대한 검토와 가능성과 한계를 파악함과 동시에 그런 흐름들이 현실이라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어떻게 네오 모더니즘이 모더니즘을 발전시키고 변형시키며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으며, 네오 코르뷔지안 건축과 네오 데 스테일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기본적인 입장이 재해석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저자의 평가는 냉정하고 준엄하다.

가능성을 찾아보기는 하지만 한계를 확인하면서 끝을 맺는다고 해야 할까?

최선이 아닌 차선인 선택에 불과하고, 미래적 전망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가혹하게 느껴질지라도 저자는 한계에 대해서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아마도 어떤 절대성과 권위를 생각하며 접근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약과 돌파를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런 면에서 저자의 신구성주의에 대한 안타까움은 무척 흥미롭게 생각되는 것 같다.

다 른 건축적 흐름들이 일종의 자기만족적인 자폐증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비판하는 저자의 입장이 신구성주의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고 바라보려고 하고 있는데, 사회적인 책임의식-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대도시가 갖고 있는 건축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신구성주의의 입장에 대해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어 떤 의미에서 구성주의가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활발했었고, 공공성을 복원해야 하는 지금-현재의 상황에서 자본주의적 건축(들)을 극복하려고 했던 구성주의의 시도들을 새로운 시대적 환경 속에서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평가는 냉정해야 하고 공정해야 하다고 생각했는지, 현실적 차원에서의 유용성은 인정하지만 결국 재해석에 불과할 뿐이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부족하다는 평가 또한 내리고 있다.

 

하나의 상업적인 대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흐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는 것 같은데, 과연 그 이후에 어떤 흐름들이 있었을지는 그의 다른 책들을 통해서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생각보다 읽어내기가 어려웠던 책이었던 것 같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읽어서 머리에 남는 것이 많이 않았었다.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책이었다.

그래서 읽었어도 기분은 좋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록 홈즈 : 주홍색 연구 펭귄클래식 5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에드 글리네르트 주해, 이언 싱클레어 작품해설, 남명성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주홍색 연구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9926722

 

 

 

여태껏 읽은 책들 중에서 꾸준하게 반복해서 읽는 책들을 꼽으라면 셜록 홈즈 전집과 보르헤스 전집 그리고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정도를 꼽게 될 것 같은데(하나 더 꼽자면 프로이트 전집 정도?), (프로이트 전집을 제외하고) 그것들 모두 짧은 내용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자주 읽게 되기도 하지만 반복해서 읽어나가며 내 생각을 잘 다듬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읽게 되기도 한다.

 

읽기의 반복 속에서 무언가를 깨닫는 것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더 크다.

능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셜록 홈즈 전집의 경우는 일종의 논리적 상상력을 높이고 싶다는 점에서 조금이라도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읽게 되는데, 소설에서나 가능한 관찰력과 논리적 추론-추리일지도 모르지만 무언가를 분석하고 판단할 때 얼마나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야만 하는지를 자주 생각해보기 위해서도 읽게 되는 것 같다.

 

그것 말고도 단순하게 생각해서 셜록 홈즈 전집은 항상 읽는 재미가 풍부해서 자주 읽게 되는 것 같다.

 

셜록 홈즈에 관한 첫 번째 작품이기 때문에 항상 중요하게 언급되는 ‘주홍색 연구’는 셜록 홈즈의 장편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작품의 완성도나 재미, 상업적인 면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셜록 홈즈와 그의 영원한 벗인 존 왓슨이 함께 겪게 되는 모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클 것 같다.

 

셜록 홈즈와 관련된 작품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동의하는 사람이라 장편 보다는 단편들이 더 매력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에 장편에는 무관심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그들이 만나게 되고 처음으로 함께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괴팍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셜록 홈즈에 대한 묘사와 그의 곁에서 점점 그의 독특함에 익숙하게 되어가고 그가 겪게 되는 모험을 함께하는 존 왓슨의 매력은 여러 번 반복해서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되고, 셜록 홈즈 본인의 입을 통해서 자신이 어떻게 추론-추리를 하게 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기도 해서 무언가를 분석하고 파악하려고 할 때 (그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만큼의 고려와 종합적인 분석-판단력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단지 읽고 즐기기에도 좋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그런 무언가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흥미로운 내용이기 때문에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이 겪게 되는 모험들을 자주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사건과 해결 그리고 어떤 이유로 인해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셜록 홈즈-존 왓슨이 등장하는 장편인데,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제외한다면 동일한 방식의 진행을 보여주고 있고, 항상 신통치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들 중 대표작으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앞서 말했듯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첫 만남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셜록 홈즈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기에 가장 적절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항상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읽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작품의 발표순으로도 첫 작품이니 여러모로 셜록 홈즈와 관련된 작품 중에서 처음으로 읽기에는 가장 무난한 시작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다리 걷어차기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0083303



비록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지라도

그 본질적인 가치 때문에 민주주의를 지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더욱 강력하게 민주주의를 지지해야 한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할 때는,

그 일로 엄청난 물질적 이득을 얻는다거나,

그 일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이어지는 논의들이고, 연장선상에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고,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다뤄냈던 사다리에서 올라선 선진국들이 어떻게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훑어보고 있다.

 

장하준은 기존의 분석-논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인 역사적인 검토와 함께 그 검토의 과정에서 다양한 자료와 통계들을 통해 쉽게 반박할 수 없도록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거기에 더해서 장하준 개인의 경험(그는 한국인으로서 급격한 경제성장을 직접 목격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주류 경제학자들과는 다른 시각을 갖을 수 있는 태생적인 차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을 곁들여 경제학자들만이 아닌 일반인들도 설득력 있게 읽어낼 수 있도록 논의를 펼치고 있다.

 

장하준이 말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즉 지금의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과 경제적인 약소국들에게 무리한 방식으로까지 그들이 주장하는 경제정책을 강요하는데 있어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관료 및 경제학자들이 얼마나 위선적이며 정책 및 현실을 오해를 하고 있고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를, 그 모순들을 낱낱이 폭로하고 있고 나름대로의 대안을 모호함이 느껴질 수 있기도 하고 약간은 선뜻 동의하기가 머뭇거려지는 부분들도 느껴질 때가 있는... 어쩌면 그보다는 납득되는 의견이기는 하지만 장하준의 말마따나 현실성이 있을지가 의문스럽게 느껴지는 선량한 의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장하준은 우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세계화라는 것에 대한 실체를 그리고 그 허구를 알아가도록 만들고 있고,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다뤘었던 현재의 선진국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이 선진국이라는 위치에 올라섰는지를, 어떻게 사다리에 올라선 다음 자신들의 사다리를 걷어찬 다음 사다리를 통해서 올라섰음을 숨기려하고 거짓과 위선으로 사다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잘못된 방식의 방법을 강요하고 설교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자유무역, 유치산업, 국제무역, 경쟁, 단기적 전망, 장기적 전망, 외국인 투자, 규제, 국경 없는 세계 그리고 기업의 국적에 대한 중요성, 민영화, 국영화. 부정부패, 독점, 지적재산권, 특허권, 복제, 통화주의, 재정건전성, 재정정책, 물가안정, 실업, 투자, 경제순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탈정치화, 경제 발전과 문화적인 요인 등등등

 

장하준은 지금 경제에 관한 현재 상황을 말하게 될 때 자주 논의가 되는 다양한 내용들을 하나씩 검토하고 있고, 자기만의 방식과 시각으로 그리고 풍부한 사례들과 다양한 방식의 설명을 통해서 그가 지칭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거짓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진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IMF

세계은행

WTO

 

현재의 경제침체를 지속시키고 있고-지속시키려 하고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그리고 이제 막 자본주의-세계화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경제적 약소국들 간의 관계를 좀 더 공고하게 하려고 하는 (장하준의 표현에 따르면) 사악한 집단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지금의 현재 상황을 다시금 검토하게 되고 어떤 행동이 필요할지를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지금 현재 선진국들의 경제정책은 케인즈주의에 가깝고,

개발도상국 및 경제적 약소국들에게는 통화주의를 요구하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그리고 어떤 용기와 대응이 필요한지를 마지막 결론에서 논의하고 있다.

 

장하준의 결론인 장기적 안목을 갖고 경제순환을 생각하면서 균형감각 있는 성장 정책이 필요하지만, 그도 한숨을 내쉬듯 말하는 방해집단-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따르고 있는 이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단순히 경제적인 혼란 및 침체만이 아닌 민주주의 또한 위기에 닥치게 되어서 상항은 더욱 악화되어가는 것 같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좀 더 실천-행동하기를 독촉하지만, 설득력이 느껴지는 장하준의 결론에 조금은 함께 힘이 되고 싶기는 하지만 과연 어떤 방식으로 보탬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는 생각이 잘 떠올려지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과연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싸워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 다툼들을 통해서 앞으로가 결정될 것이다.

그 다툼 속에서 난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이고 행동을 하고 있을 것인가?

 

 

참고 : 후반부의 민주주의와 시장 간의 긴장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문화에 대한 경제학자로서의 분석과 논의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그가 살펴본 내용들을 좀 더 다듬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된다. 혹시라도 이미 그런 검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장하준에 대해서는 그 명성을 이미 예전부터 많이 듣기는 했지만 어쩐지 그의 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어왔다. 그의 논의 대부분이 이미 케인스에 대해서 혹은 마르크스(맑스)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크게 새로울 것 없는 논의들이었기 때문에, 일정하게 새로운 내용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전의 논의들을 보다 정돈되고 객관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어본다면 이미 경험적으로 혹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보다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입장과 입장의 논쟁이 아닌 실질적인 사례들과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쉽게 반박하기가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이미 장하준의 논의에 다른 방식으로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들에서 아주 새로운 접근을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논의들이 중요한 점은 보다 상세한 사례들과 역사적인 경험 그리고 누구도 쉽게 반박하기 어렵게 만드는 객관적 사실들을 토대로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반박하라면 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 반박은 궁색함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단단함을 느끼게 된다.

 

장하준의 기본적인 논의는 경제학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한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생각을 받아들인 입장에서 자신의 논의를 전개하고 있고, 그 논의의 핵심은 현재의 선진국들이 주장하는 완전시장과 개방, 그리고 규제 없음이라는 기본적인 입장이 얼마나 위선으로 가득한 입장인지를 입증하려고 하고 있고, 그 입증을 위한 사례를 선진국들이 지금의 위치로 올라서는 과정을 통해서 입증함으로써 더욱 반박하기 어렵게 만들려고 한다.

 

과연 무엇이 바람직한 제도와 정책인지에 대한 물음과 사다리를 걷어차는 이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제도와 정책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는 일반적인 경제학 서적들이 갖고 있는 수학적이기만 한 논의들과는 달리 역사적인 검토를 통해서 일반인들도 (보다) 쉽게 읽어낼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논의의 견고함 또한 부족함이 없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자유무역이라는 단어-개념으로 요악할 수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신봉하고 있는 이들의 기본 입장이 갖고 있는 위선-오해-왜곡에 대해서 역사적인 접근으로 반박하고 있는 사다리 걷어차기(현재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산업-무역-기술을 역동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경제발전을 위해서) 어떤 과정들을 겪었는지를 검토하면서 지금의 개발도상국들이 겪고 있는 입장과 비교하고 있다.

 

영국이 보여주었던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과 여러 정책-제도들, 마찬가지로 미국과 독일, 프랑스, 스웨덴, 기타 유럽 국가와 일본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서 국가별 차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철저한 보호주의와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은 지적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위치에서 앞서가기 위한 전략과 따라잡기 위한 국가들의 대응을 파악하며 현재의 선진국들이 벌이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모습들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경제 개발을 위한 정책들에 대한 선입관과 함께 실제 내용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려주고 있고, 현재 개발도상국들에게 요구하는 정책-제도들이 지금의 선진국들의 경험과 얼마나 다른 내용인지를 반복해서 비판하고 있다.

 

이후 선진국들의 제도 발전(민주주의, 관료, 제도, 정책, 기업, 은행, 금융, 복지 등)의 역사와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더듬어 비교-확인하면서 얼마나 다른 입장과 진행을 보이고 있고, 선진국들의 강요로 인해서 (개발도상국들이) 성장하는 것이 아닌 침체로 향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장하준은 기본적으로 지금-현재의 상황에 대한 재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가 논의하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거나 부분적으로는 동의하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장하준의 논의들은 상식적인 생각과 사상적인 입장이 아닌 보다 정교한 사례들과 역사적인 접근을 토대로 반박하기 쉽지 않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대안들은 약간의 비판과 반박은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자본주의 발전과 지구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장하준의 입장을 옹호하나 그렇지 않은가를 떠나서) 장하준의 의견에 일정하게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장하준이 제시하는 내용은 부분적으로 현재의 선진국들이 일정하게 포기해야 할 부분과 손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보다 안정적인 방향-성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부분적으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정하게 동의할 내용들이 많다고 생각될 것이다.

 

여러모로 새로울 것 없으면서도 흥미로운 탐구였던 것 같고,

그렇기 때문인지 좀 더 인상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함께 혼란스러운 현재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