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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트 원티드 맨 ㅣ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6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평점 :  
     
 
        
            
            
            
            
            
            
            
모스트 원티드 맨(영화)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245364455
     
     
     
영화 ‘모스트 원티드 맨’은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존 르 카레의 원작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어차피 존 르 카레는 단순히 ‘모스트 원티드 맨’만을 놓고 말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너무 한심한) 좁은 틀에서 그의 작품을 말해야만 할 것 같다.
     
존 르 카레
     
존 르 카레에 대해서 단순히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탁월한 스파이 소설 작가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어색하고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 구석이 많은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고, 냉전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혹은 세계관은 여전히 인상적이고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고 감탄하는 것은 같은데, ‘모스트 원티드 맨’ 또한 9.11 테러 이후 (확실하게) 뒤바뀐 시대-세계관을 존 르 카레는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지금 시대가 어떤 세계관과 이해 속에서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며 의심으로 가득하고 강박과 편견, 신경과민으로 가득한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작을 영화로 만든 ‘모스트 원티드 맨’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소설의 경우 영화와 어떤 점들이 다른지에 대해서 생각해가며 읽게 되었는데(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영화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각색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고 꽤 근사한 방식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에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영화 또한 만족스럽게 느껴졌을 것 같다.
     
다만, 당연하게도 영화는 원작의 느슨한 분위기를 좀 더 긴장감으로 가득하게 만들기 위해서 여러 방식으로 노력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고, 그 달라짐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의 경우 영화와 큰 차이는 갖고 있진 않지만 보다 상세한 설명과 세심한 흔적들이 많다고 볼 수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성격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고, 이야기의 곁가지들이 여러 가지로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느슨함을 혹은 나른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어 자칫 지루하다는 인상을 갖고 있을 수 있겠지만 조금씩 조여드는 긴장감과 함께 느슨함 속에서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이야기의 속도로 인해서 나쁘지 않은 읽기가 될 것 같다.
     
느리지만 단단하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
여러 방식의 협박과 유혹들
거기에 설득되는 것과 포기를 한다는 것
좌절하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안심하게 되기도 하는 것
9.11과 그 이전에 있었던 여러 전쟁과 폭력
인종청소로 기억나는 동유럽에서 벌어진 수많은 참혹함들
첩보기관인지 뒷조사를 위한 집단인지 알다가도 모를 그들만의 세계
그들이 하고 있는 업무가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그게 아니면 하찮은 것인지 헷갈려지는
인간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숭고함과 함께 그 반대되는 여러 가지들 
     
서서히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냉전 직전과 직후에 벌어졌던 추잡함과 추악함을 그리고 그 이후 어떤 식으로 그것들을 덮어내고 다시금 불거진 것들을 또다시 덮어내려고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지금 현재의 시대적 분위기-풍경을 함께 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뛰어나다는 말을 하게 된다.
     
물론, 그런 뛰어남이 무척 느슨함 속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느리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너무 사실적이고 엉망진창이기 때문에 박진감과 긴박감을 기대한 사람들이라면 허술하고 한심하다고 푸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항상 그렇듯이 현실은 지루하게만 느껴질 뿐이니까.
     
하지만 삶은 항상 그렇듯 그 지루함과 느슨함 속에서 무언가 변화가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여러 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각각의 인물들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 이야기들이 하나의 전체 속에서 흐트러짐 없이 이끌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인간에 대한 애정 속에서 건조하면서도 냉정함을 보여주는 한계-현실 또한 잊지 않다는 점 때문에 더욱 인상적인 비극을 혹은 결말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어째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세상의 비정함을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의 작품에 좀 더 애정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존 르 카레의 작품에 대해서는 평가를 미루고 싶어진다. 아직은 세상을 그렇게 보지는 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렇게 보기를 미루고 싶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무척 좋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인지 좀 더 그의 작품들을 찾게 될 것 같다.
     
존 르 카레는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숨죽이고 지켜보는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를 칭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실과 현실과는 조금은 다른 세계를 무척 가깝게 다가서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교묘하고
정교하다.
그리고 흔들림 없다.
씁쓸한 확신으로 가득하다.
귄터 바흐만의 익숙하고 이미 예상하고 있는 낭패와 패배감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