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스승 - 지적 해방에 대한 다섯 가지 교훈
자크 랑시에르 지음, 양창렬 옮김 / 궁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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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해방하는 아버지는 무던한 교육자가 아니라 고집 센 스승이어야 한다. 해방하는 명령은 협정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명령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주체에게만 절대적으로 명령한다.

 

 

참고 : 아래 글은 정돈되지 못한 글이지만 상세한 각주와 옮긴이의 말이 너무 자세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그걸 읽어본 사람이라면 굳이 아래 글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크 랑시에르

 

그동안은 그리 알려지지 않던 자크 랑시에르가 갑작스럽게 국내에서 많이 언급되고 논의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흔하디흔한 유행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를 찾게 된 충분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 소상히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그럴 능력이나 생각도 없기 때문에 그저 그의 저작들이 제대로 번역되어서 소개될 수 있으면 그걸로 그만인 것 같다.

 

랑시에르의 여러 저작들 중에서 무지한 스승이 유달리 눈에 띈 것은 아니다. 특별히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궁금하게 만들었고 관심이 가게 되어서 찾아 읽게 되었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읽게 된 무지한...’이지만 읽다보니 어쩐지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자주 떠올려지며 읽게 되었다. 그건 오로지 나만이 생각할 수 있겠지만 두 책 모두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얼핏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말에 조금은 납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랑시에르가 사사키 아타루를 알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사사키 아타루가 랑시에르를 알고 있어 자신의 논의와 유사한 부분을 언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건 하나의 가정이고 추측일 뿐이지만.

 

과연 사실일까? 라는 궁금함이 당장 들게 되는, 혹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라는 생각만 들게 되는 무지한...’에서의 조제프 자코토의 지적 모험은 한편으로는 믿겨지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가능했어도 그건 순전히 자코토만이 가능했고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지적 모험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 시대만이 가능했을 지적 모험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패배적인 생각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자코토의 지적 모험을 알게 된다면 지금 현실에서 그런 식이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에 동의를 하지 않기가 어려울 것 같다.

 

또한 자코토만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뜻은 그 지적 모험이 (쉽게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랑시에르의 말대로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명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게 된다.

 

지적 모험? 점잖게 말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파격적으로 말한다면 지적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우연 때문에 시작되었기는 하지만 무지한...’에서는 일련의 관계에 대해서, 가르치고 배우고, 그리고 그것과 관련해서 파생하고 하나의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러 관계들, 권력과 정치에 대해서까지 확장시켜서 생각해보게 만들고 일상에서의 앎과 생각에 대해서, 온갖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확장-확대시켜보게 되어버린다.

 

우연이었고 조금은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전복적인 순간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코토의 방식이 그리고 랑시에르의 접근이 한편으로는 별 것 아니고 무척 알기 쉬운,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지를, 어떤 방식으로 실천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그것이 갖고 있는 이상한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혹은 정확히 모르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행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앎은 항상 어렵기만 하다.

자코토와 랑시에르가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그건 쉽지 않게만 느껴진다.

 

가르치고 전달하는 것 설명하고 명령하는 것에 대해서

배우고 이해하고 익히고 복종하는 것에 대해서

 

자코토는 랑시에르는 그 당연함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고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하지만 그 접근은 전혀 색다른 것도 아니고 생각지도 못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지고 생소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배우고 이해해내는 것을 자코토와 랑시에르는 말하려고 한다. 당연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들고 있다.

 

그렇게 자코토와 랑시에르는 해방에 관해서 말하려고 하고 있고 평등과 의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전혀 접해보지 못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연이 필연이게 되어버리게 만든다.

 

눈부시며 가장 어려운 도약이지만 그것은 반대로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방식의 도약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코토와 랑시에르의 주장은 온갖 방식으로 비판받고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차이

우월

열등

 

이런 구분과 순서, 위계에 관해서 자코토와 랑시에르는 저항하고 진정한 해방을 말하려고 한다.

 

배우라

되풀이하라

모방하라

번역하라

문장을 뜯어보라

다시 붙여보라

 

해방을 위한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진리를 자코토와 랑시에르는 알려주려고 한다. 그것이 과연 진정으로 진리이고 해방을 위한 실마리일까?

 

분명한 것은 여전히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위대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대한 표현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을 말하고 평등을 입증하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서, “진리는 고독하게 자기를 의식하는 인간에게만 말을 건넨다는 주장을 쉽게 물리치거나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곱씹고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 좀 더 반복하며 생각해보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잊기만 할 것이고 무슨 말인지 되풀이하며 읽어내진 않고 다른 책들을 뒤적거리기만 하겠지만 자코토와 랑시에르가 말한 것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전달하고 싶어지게 된다.

 

혹시 누군가가 이 사라지지 않을 진리를 다시금 말할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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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보라 - 1920년대 경성의 밑바닥 탐방
아카마 기후 지음, 서호철 옮김 / 아모르문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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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르면 인간은 게을러진다.

배가 고프면 인간성은 황폐해진다.

이것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배고픈 자에게 지금 무슨 말을 들려준들,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배불리 먹고 싶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이 없으니까...

어쨌든 그날그날의 생활에 쪼들리지 않는 사람은 남의 일도 생각해 줄

여유쯤은 있을 테니까,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자기들의 세계 이외의 것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배부른 자들이 배고픈 자의 괴로움과 애달픔을

좀 알아주었으면 하고, 이 책을 쓴다.

 

 

 

도시는 두 가지 상반된 얼굴을 갖는다. 한편에는 우뚝 솟은 건물들, 차량과 인파로 붐비는 거리, 쇼윈도를 장식한 최신 유행의 상품들, 거리를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볼거리가 넘치는 화사한 도시의 얼굴이 있다. 그것은 자연을 극복하고 이룩한 인공낙원, 모던의 상징이다. 그러나 뒷골목이나 산동네, 다리 밑으로 대표되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은 빈곤과 굶주림, 범죄, 유혹과 타락 같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빈부의 차이는 있을 테고 돈으로 사고 파는 쾌락과 만족의 뒷면에는 상품화된 노동과 성의 비참함이 있겠지만, 도시에서는 빛이 선명한 만큼 그늘도 더욱 짙다.

 

 

 

 

이런 저런 방식으로 책에 대한 감상을 혹은 후기와 소개를 찾아보고 읽어보다가 알게 된 대지를 보라는 여러 가지로 특이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해 보였기 때문에 무척 관심이 갔고, 그렇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이른 시기에 읽어보게 되었다.

 

평소였다면 기억만 해두거나 나중에서야 그런 책이 있었는지를 떠올렸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기의 경성-서울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대지를 보라처럼 독특하고 특별함을 보여주는 책은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를 것이고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다가 이런 내용을 다룰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어떤 과정 속에서 저자는 이름 모를, 지나쳤을 뿐인 삶을 살펴보게 되었을까?

 

저자는 일본인이고

기자 출신이며

극우까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우익에 가까운 사람이라 생각되는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인 우익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보다는 온정적이고 동정적이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글도 생각과 관심도 궁금하지만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것 자체가 가장 궁금해지고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무관심하게 생각하고 지나쳤을 이야기들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고, 무척 이상하다고 싶을 정도로 관심과 (기자 출신 때문인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되었던 것일까?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만 그런 궁금증과는 별개로 대지를...’는 충분히 인상적이고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그 당시의 풍경과 밑바닥사람들의 삶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고 글자 그대로 탐방하고 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고 멀고 먼 과거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옛 이야기도 아니고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되고 저자가 지켜보고 몰래 찾아가 보게 되는 모습들을 조금만 달리 생각하고 지금 시대에 맞게 생각한다면 그리 다른 모습들을 보게 되는 것도 아니고 많이 생소한 모습들을 보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서글프고 고달픈 삶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씁쓸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우리들의 삶이란 이처럼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다지 달라지지도 않은 것 같다.

 

다만, 저자가 보려고 하고 있고 들려주려고 하는 이야기는 어떤 학문적 관심이나 직업적인 사명 등이 아닌 (쉽게 말해서) 팔릴만한 이야기를 찾고 있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저자의 관점 자체가 그런 식인지) 어떤 경우는 우스꽝스럽고 조금은 차별적인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고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들을 다뤄내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는 어떤 관점에서 아우르려고 했던 것인지 헷갈려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도색 잡지에 실릴만한 싸구려 이야기도 있고 신문 사회면에 다뤄질 실태 보고와 같은 내용들도 있는 이것저것 관심이 가는 것을 제멋대로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번역자의 머리말처럼 때로 그는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면서 ... 사회의 인식과 반성을 촉구하기도 하지만, 어떤 대목은 꽤 선정적인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를 생각하면서 글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를 좀 더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저자의 호기심이 원래 그런 식이었거나.

 

분명한 것은 저자와 이 책의 성격이 한 가지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복잡한 만큼, 읽는 재미는 더 쏠쏠하다.”

 

1920년대 경성-서울의 하층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이것 말고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다면 이런 내용이라면 탐사보도나 기획취재로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기괴하고 엉뚱한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책만 가지고 연구를 하다 보니 그 논의가 현실과 잘 들어맞지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엉뚱하고 기발한 방식이 오히려 좀 더 그 당시의 현실과 실상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실마리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고 현실과 실상을 최대한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사회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상이 아닌 인류학적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과거에 속하는 낯선 사회로 치부하는 시선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경성이라는 도시의 어둡고 그늘진 면에 주목하고 현장에서 하층민의 삶을 밀착취재해서 그 실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책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감으로 가득하고 현실감이 넘쳐난다.

 

동정과 냉대 그리고 배제에 대한 분노보다는 기구한 신세에 대한 한탄, 가난함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신기하고 낯선 추하고 성적인 호기심으로 가득한 시선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관음증이면서도 흥미롭기만 하다.” 그리고 그 두려우면서도 매혹적인 낯선 공간으로 들어간다.”

 

이처럼 개성 있고 독특한 방식으로 밑바닥의 삶을 훑어보는 저자의 관점과 방식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하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번역자에 대한 얘기 또한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온갖 자료들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들의 부족한 부분을, 저자가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통해서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과 정보들을 소상하게 알려주면서 그 사실감과 현장감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번역자는 어떤 의미에서 공동 저자에 가깝다고 말해야만 할 것 같다.

 

저자의 감각과 노력은 돋보인다.”라고 번역자는 말했지만 읽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번역자 또한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과는 다른 사회구조와 성별분업, 권력관계가 몸에 새겨져있는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고 두루 둘러보면서도 저자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그런 비참한 하층세계의 삶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도 무자비한 자본주의와 함께 배후에서 이런 비참함을 빚어내는 결정적 모순이 식민지 지배라는 것을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거꾸로 이런 생각도 해야 할 것 같다. 저자처럼 자극과 선정적인 방식은 아닐지라도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의 밑바닥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꾸준히 지켜보고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걸 알려주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노력이 있기나 한 것일까? 혹은 그런 노력에 우리들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런 여러 물음 또한 떠올려지게 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련한 사람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저 생각에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나 또한 무언가를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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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정병선 옮김 / 돌베개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조류독감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26610&cid=51007&categoryId=51007

스페인 독감 : https://ko.wikipedia.org/wiki/%EC%8A%A4%ED%8E%98%EC%9D%B8_%EB%8F%85%EA%B0%90

스페인 독감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235661&cid=40942&categoryId=32799

 

 

 

마이크 데이비스는 슬럼, 지구를 뒤덮다를 통해서 국내에 많이 알려졌는데, 그는 우리들에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혹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고 관심을 갖고 있었던) 주제와 문제의식을 통해서 자신이 지금부터 얘기하려는 것이 얼마나 시급하고 위급한 사안인지를, 그동안 얼마나 무관심하고 안이하게 받아들였는지를 강조하며 그게 어떤 식으로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를 경고하려고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마이크 데이비스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서 괜한 혼란과 위기의식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불안을 조장하고 부풀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거나 부분적으로나 제한적으로 접해왔던 주제를 전반적-전체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좀 더 심도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그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닌 생각 이상으로 거대한 규모의 심각한 수준의 사안이며 지금 시대의 사회구조-체제가 어떤 식으로 문제를 더 커져버리게 만들었으며 좀 더 폭발성을 만들었는지를,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은폐시키거나 축소시키려고 함으로써 해결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그 주제를 단순하게 분석하는 것이 아닌 폭넓은 방식으로 논의들을 가져오고 있고 구체적이면서 구조적인 접근과 분석을 통해서 일시적이고 단순한 골칫덩이가 아닌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진지함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고 국제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접근과 분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게 만들고 있고 누구나 설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제안을 내놓고 있다.

 

제목처럼 저자는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는 조류독감과 관련된 문제를 파고들어 우리들이 얼마나 일상적인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흔히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1918년을 휩쓸고 지나갔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독감 이후 한동안 두려움의 대상이기는 했지만 재앙이나 전염병으로 생각되지 않던 독감이 어떤 식으로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대재앙을 예감하는 근거가 되어버렸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지구화라고 손쉽게 말하는 과거와는 정말로 달라진 근본적인 시대적 전환

지구적 규모의 자본주의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

도시화와 밀집화의 가속화와 빈곤지역(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의 확대

그에 따른 전염성의 발생할 가능성의 확대와 급격한 전염 가능성의 확대

여러 조건들이 겹쳐지면서 근본적 위기와 대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의 확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던 혹은 중요시하지 않던 질병이 어떤 식으로 사회구조적인 원인들과 결합해서 확대되고 ()생산되는지를 인상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조류독감은 저자의 다른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일부 특정한 원인이 문제가 아닌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경제와 환경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재편되면서 새로운 바이러스들의 진화와 종간 전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도시화와 세계 경제, 그리고 자연 환경이 맺고 있는 광대한 상호 연계망을 개념화속에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관료적 태만과 이익만을 우선시하고 있을 뿐이며, 국가들의 이기주의 및 기타 여러 문제들로 인해서 해결의 가능성 보다는 침울한 지적으로 결론짓게 되지만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고 있는 저자의 노력과 다양한 학문-논의들을 받아들이고 있고 좀 더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저자의 접근과 시각에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재앙을 막기 위한 노력을 섣부른 위기의식으로만 생각하려고 하지 말고 좀 더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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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오브 투모로우 : All You Need is Kill - 개정판
사쿠라자카 히로시 지음, 김용빈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123683708

라이트 노벨 : https://ko.wikipedia.org/wiki/%EB%9D%BC%EC%9D%B4%ED%8A%B8_%EB%85%B8%EB%B2%A8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시간여행-반복을 소재로 꽤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영화였다. 공상과학-SF 이면서도 나름대로의 설득력과 사실감을 살리는 작품이었는데, 끊임없이 동일한 시간을 반복한다는 설정을 내용으로 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영화는 아무래도 사랑의 블랙홀이 생각나지만 엣지...’는 그런 낭만적인 작품이 아닌 외계 생물과의 전투와 인류의 생존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나친 심각함 없이 장르의 법칙에 충실하면서 재치 있고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엣지...’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 영화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것도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꽤 놀라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 헐리우드로 향하게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영화보다 그리고 소설보다 그 과정이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신기하기도 하고 영화로 제작된 원작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게다가 라이트 노벨이라면 읽기가 어렵진 않을 것 같아 (저렴하기도 해서) 중고서점에 들렸을 때 눈에 들어와 읽어보게 되었다.

 

사쿠라자카 히로시의 ‘All You Need Is Kill’(작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 번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비교적) 신인 시절에 발표했다는 점과 많은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평가와 성공을 거뒀다는 것 정도만 알게 되었을 뿐, 내용이나 구성에서 여러 패러디들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고() 하지만 이쪽 분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아 그렇구나 하는 기분만 들었다.

 

영화를 접하고 원작을 읽게 된다면 조금은 난감한 기분이 들지도 모를 것 같은데, 영화와는 달리 원작은 흔히들 말하는 라이트 노벨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사춘기적 소년 소녀의 감수성을 내세운 여러 특징들) 영화와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될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영화만의 원작은 원작만의 재미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원작 보다는 영화가 더 괜찮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한데, 라이트 노벨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개성 있는 분위기나 특징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게 원작이 맞나? 라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영화와 원작은 특정 설정들만이 동일할 뿐 무척 다른 모양새로 완성되어 있는데, 어떻게 본다면 영화는 영화가 추구하는 재미와 장르의 규칙-법칙을 잘 이해하면서 매력적으로 (영화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원작을 철저할 정도로 무시했다고 거꾸로 생각해볼 수 있기도 하다) 원작은 영화를 떠올리지 말고 (그러기는 어렵고 불가능하겠지만) 원작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특징들을 즐기는 것이 가장 괜찮은 방식의 책읽기가 될 것 같다.

 

어차피 진행되는 이야기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세부적인 설정들이나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못했던 자잘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면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을 갖게 만들 것 같다.

 

반복되는 시간으로 인해서 내면의 변화-성장과 풋내기가 어떤 식으로 전투기계가 되는지, 그러면서 소년이 어떤 식으로 성장-성숙하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이미 그 과정을 겪었던 소녀와의 만남과 계속되는 반복 속에서 단 하루지만 하루의 반복이 엄청난 시간으로 쌓이게 될 때 그 쌓여가는 시간을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그저 새로운 하루를 경험하고 있을 뿐인 사람이 느끼게 되는 묘한 감정의 흐름과 그 이후의 슬픈 결말까지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과 각도에서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은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고 사춘기 소년 소녀의 이야기라고 핀잔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실망하게 될 수 있겠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한다면 다른 재미를 찾게 될 수 있기도 해서 꽤 괜찮은 느낌이었다.

 

라이트 노벨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재미나게 읽게 될 것 같다.

 

 

 

 

참고 : 아마도 가장 형편없는 책읽기는 영화를 통해서 원작을 접하는 방식이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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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샷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영화 잭 리처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494448521

 

 

톰 크루즈가 출연한 (주인공 잭 리처를 연기한) 영화 잭 리처는 생각보다 근사한 완성도의 수사물이고, 그래서인지 원작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시리즈가 끝날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리 차일드가 죽는다면 몰라도) 시리즈 중 어떤 작품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시리즈가 끝나서야 정리될 수 있겠지만 영화 잭 리처의 원작인 원 샷은 지금까지 발표된 잭 리처 시리즈들 중에서도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이미 영화를 접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지만) 기대감 속에서 읽게 되었고 영화에 비해서는 좀 더 꼬여진 이야기와 느슨한 진행 때문에 다소 밋밋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이미 영화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어떤 식으로 원작과 영화가 다른지 그리고 어떤 점들이 (둘 중에서) 더 만족스럽게 느껴지는지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게 되겠지만 둘 모두 (당연한 말이지만) 장단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면 소설 또한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읽게 될 것 같다.

 

반대로 소설을 만족스럽게 읽었다면 (원작에서의 잭 리처에 대한 묘사와는 전혀 다른) 톰 크루즈가 연기한 잭 리처의 모습에 당장은 황당한 기분이 들기는 하겠지만 분노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좀 더 너그러워진다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에 비해서 월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멋지고 똑똑하며 날렵하게 다뤄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만능이고 완전무결한 사람처럼 보여준다. 영화니 그러려니 하면서 생각하면 그만일 것 같다) 원작을 만족스럽게 영화로 옮겨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영화는 원작을 압축시키고 좀 더 간결하게 만들어서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고 그건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서 괜찮은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른한 금요일 오후 느닷없는 무차별 총격

갑작스러운 무차별 총격으로 인해서 충격을 받은 시민들

이유모를 죽음을 당한 사람들

신속하게 사로잡은 범인

묵비권을 행사하며 유일하게 꺼낸 말은 잭 리처를 데려와 달라는 한마디

비밀스러우면서도 강인하고 어떤 난관과 어려움도 사소하게만 느껴지는 잭 리처의 모습

 

스스로 문제에 끼어들고 빠져들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는 하지만 잭 리처가 겪게 되는 어려움은 다른 하드보일드-범죄소설에서 다뤄지는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에 비해서는 예행연습처럼 느껴질 정도로 잭 리처가 보여주는 강함은 그 어떤 상황도 이겨내리라 생각되고 별 것 아닌 문제처럼 느껴지게 된다.

 

잭 리처와 대적하게 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쌍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현격한 차이와 강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일방적인 모습에 어떤 남성성을 혹은 힘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루하거나 진부하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아서 이런 절대적인 강함과 힘에 독자들이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되고 명확하게 떠올려지지 않았던 (찾고 싶었던) 남성성을 확인하고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범행이 낱낱이 밝혀진 상황에서 시작하는 원 샷은 갑작스러운 시작과 진행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의심할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증거들이 조금씩 의심스러워지고 실마리를 만들어내게 되는지를 (잭 리처와 함께) 찾아내는 과정이 흥미로우며 그 과정 속에서 잭 리처의 개성과 매력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고독하면서도 냉소적인 건조한 독백과 대화들을 통해서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매력 또한 잘 살려내고 있다.

 

벌어진 상황에서 실마리를 갖고 있는 조각들을 찾아내며 사건을 풀어낸다는 점은 동일한 방식이지만 원 샷은 그걸 풀어내는 방식에서 이미 확정적이고 명백한 결론을 뒤집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완벽함을 재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석연치 않은 미세한 뒤틀린 부분들을 갖고 무언가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특징적이고 인상적인 것 같다.

 

추리와 액션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있고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추측하고 증거들의 약점들을 파고들어가는 과정에서의 흥미로움은 생각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와는 다르게 500쪽에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금은 느슨하고 좀 더 사실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좀 더 신속한 전개를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느리다고 불평할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잭 리처의 개성과 다른 등장인물들의 개성들이 잘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워낙 길고 긴 시리즈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을 읽을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때때로 잭 리처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썩 만족스러운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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