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종일각 신장판 1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참고 : https://namu.wiki/w/%EB%A9%94%EC%A2%85%EC%9D%BC%EA%B0%81
““재수생 고다이 유사쿠가 사는 하숙집 일각관에 젊은 미망인 관리인 오토나시 쿄코가 새로 부임하면서 시작되는데, 둘 다 서로 호감을 느끼면서도 고다이는 우유부단하고, 쿄코는 새침떼기라 서로 진척이 안 된다는 이야기.”
‘란마 1/2’이나 ‘이누야사’ 혹은 ‘시끌별 녀석들(우르세이 야츠라)’ 등으로 널리 알려진 타카하시 루미코의 첫 (프로 등단) 작품인 ‘메종일각’은 총 15권으로 완결됐고 국내에서는 ‘도레미 하우스’로 정식 발행되었었다. 정식이지만 여러 문제점(번역과 그림 번짐 및 기타 등등) 때문에 ‘메종일각’으로 재발행(2019년)이 된 우여곡절이 있는 만화-코믹스다.
“팬들에게 타카하시 루미코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고 “일본 만화계 러브 코미디 장르의 전설적인 작품이자 조상”이라는 말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둘의 사랑이 맺어지는 마지막 진행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들의 말에 허풍도 적당해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충분히 그랬겠네...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미안하다. 그땐 몰랐다.
러브 코미디 장르는 기껏해야 ‘오렌지 로드’ 정도만 봤을 뿐이라(이걸 보기 전에는 그게 최고라 생각했다. 이젠 ‘메종일각’이 당연히 으뜸이다) 뭐라 말할 자격 없지만 이보다 잘 짜인 구성에 단순히 밀고 당기기가 아닌 서로의 상황이 계속해서 진전되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였다.
“등장인물들의 만화적으로 과장된 기행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일상 묘사로 현실감을 잃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모두 평범한 중하류층 서민이고, 초능력이나 기타 특별한 능력을 지닌 등장인물도 없으며 주인공의 구애 대상이 되는 여주인공조차 완벽한 여성이 아닌 연상의 미망인”이라는 점도 그 당시나 지금으로서나 특이한 구석 많아 계속해서 흥미를 끌게 만든다.
“고다이와 쿄코의 미묘한 로맨스 속에서 벌어지는 엇갈림과 오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는 줄다리기식 밀고 당기기가 스토리의 뼈대”고 “우유부단하고 별 볼 일 없는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에게 반하고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얻어낸다는 흔한 설정을,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정표현, 개성 있는 조연들, 자연스럽고 감동적으로 요리한 걸작. 조연일지라도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고 모든 등장인물 각각의 개성과 매력이 살아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단순한 러브 코미디가 아닌 “행복해질 자격도 없다는 생각에 웃음을 잃어버린” 여성이 다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고 “무관심한 예의상 호의 → 입장상의 불편함 → 점점 신경 쓰이다가 어느새 푹 빠졌으나 → 재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으로 바뀌는 쿄코의 심정이나, 그냥 저 여자 이쁘다 하는 철없는 연심 → 점점 진중하게 사랑하기 시작 → 사랑의 결실에 필요한 가장의 책임감과 능력에 대한 좌절 노력 극복”의 과정을 하나씩 밟으면서 새로운 삶을 향하고 있고 그동안의 우유부단함을 떨치는 모습을 보이며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과정이 (작위적이라고 말할지라도) 너무 인상적이라 이보다 더 완결성 있는 러브 코미디는 없다는 단언이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그런 점과 함께 조금은 색다른 점을 꼽으라면 이 만화-코믹스에서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처지는 무척 곤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인해 좌절하기 보다는 낙관적인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말해야 할 것 같다. 남 주인공 고다이는 재수생과 취업준비생인 처지고 그와 이웃인 사람들은 특별한 직업 없(어 보이)거나 술집에서 일하는 상태고 남편이 실직인(혹은 본인은 알콜 중독자거나) 상황이다. 고다이의 아르바이트 생활 또한 보육원이거나 캬바레(로 돌려서 말하지만 좀 더 쎈)를 전전한다. 하지만 반대로 고다이의 경쟁자거나 혹은 그가 속한 세계(하숙집에서 생활하지 않는)에서 벗어난 이들은 대부분 풍족한 혹은 평범한 삶인 이들로 대비되고 있어 어쩌다 이런 대비를 만든 것인지 궁금함을 느끼게 된다. 무의식 속에서 일본의 1980년대 경제성장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주목하고 싶었던 것인가? 그런 식으로 본다면 ‘메종일각’을 좀 더 독특한 방식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을 것 같다.
총 15권이 지루하게 느껴질 순 있겠지만 마지막 14권 – 15권에서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그 앞선 온갖 사연들이 모두 이걸 위해서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에 참 잘 만들었다고 말하게 된다. 너무 뒤늦었지만 결국 봤다.
참고 : ‘오렌지 로드’의 아유카와 마도카와 ‘메종일각’의 오토나시 쿄코는 누구나 반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으나... 당연히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꿈꾸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