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머더 -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줄리안 시먼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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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 소설을 좋아하고 당연히 범죄 소설 또한 좋아하기 때문에, 더군다나 스파이 소설도 즐겨 읽고 있어 이 책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읽을 기회를 찾던 중 우연히 손에 들어와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짧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길다면 긴 추리/범죄 소설의 역사를 그 자신만의 기준으로 조금은 강한 본인의 취향을 강조하며(그렇다고 그게 못마땅하게 생각되진 않는다) 흥미롭게 분류하고 좋고 싫음을 그리고 뛰어남과 형편없음을 말하고 있다.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사를 다룬 결정판이라는 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고, 이만한 책은 아무래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말에도 쉽게 공감할 것이다. “3세기에 걸친 추리 소설 장르의 생성과 변화, 그 빛나는 성취와 한심한 나락들, 수없이 명멸해 간 작가들의 명암을 저자 특유의 신랄한 문체로 펼쳐 보이고 있다.”

 

아는 작가들도 몇 있지만 모르는 작가들이 많아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게 맞는지 스스로 의문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저자는 해박한 지식을 뽐내고 있고, 그만큼 넓고 깊은 식견으로 한 장르의 시작과 지금까지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

 

시먼스는 이 장르가 가끔은 형식의 제약을 초월하는 뛰어난 소설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고, 이 예외적인 작품들을 선명하게 옹호하는 것만이 추리 소설의 지위를 높이는 길임을 알았다. 좋은 것은 좋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했다. 그 결과 <블러디 머더>는 착실하게 고증된 본격적인 역사책이면서도, 저자 특유의 블랙 유머와 아이러니, 편애와 냉소가 가득한 극히 개성적인 책이 되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평가도 있긴 하지만 저자의 입장을 따르며 읽게 된다면 그쪽 분야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놓치거나 관심이 부족했던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그동안 몰랐던 부분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가 열을 내며 추천한 소설들도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처럼 읽는 재미로 가득한 글을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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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 섹스 -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인생학교 1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미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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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도에서 인생학교라는 주제의 책()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알랭 드 보통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 같고. 그리고 하필이면 돈도 일도 시간도 세상도 정신도 아닌 섹스에 관해서 그가 무언가를 쓰리라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연애에 관해서 알랭 드 보통은 꽤 여려 글-책을 남겼었고 그와 아주 거리가 먼 주제도 아닌 것 같다.

 

항상 그렇듯 술술 읽히게 글과 생각을 풀어내고 있고, 때로는 과감한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파격적이라는 생각까진 들지 않는 일정한 수위를 지켜내면서. 정리 잘하고 적당한 수준으로 마무리하는 능력을 이번에도 잘 발휘하고 있다.

 

첫 만남에서 섹스까지 보통의 연애의 점진적 발전단계를 따라가며 섹시함의 본질을 밝혔고, 각기 다른 성적 취향(페티시를 포함해서) 속에 담긴 개인의 내밀한 심리적 내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으며, ‘횟수가 뜸해진이 시대 부부들에게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투척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발기불능, 포르노, 외도 등, 섹스 자체와 섹스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에 관해 아주 섹시하고 파격적인, 그러나 여전히 철학적이고 지적이며 유쾌+담백한 대안을 펼쳐놓았다.”

 

아주 색다르거나 읽기 거북한 내용은 없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섹스의 난관들뿐 아니라 욕정, 페티시즘, 불륜, 포르노그래피, 발기부전 등 광범위한 주제를 넘나들며 모던 섹슈얼리티의 딜레마를 거침없이말해주고 있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좀 쎄긴 하지만 읽어내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기에 적당한 흥미와 관심 속에서 읽게 되었다.

 

항상 그렇듯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게 좋다는 뜻도 아니지만.

 

섹스라는 주제를 갖고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주제에 몰두하기 보다는 지금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게 있을지를 좀 더 생각해보게 된다.

 

근데, 그래봤자 어떤 식으로 말해도 결국 섹스에 관한 이야기다.

그걸 말로 생각으로 경험으로 어떤 논리나 생각으로 말해봤자 결국 섹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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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AD 다윈 How To Read 시리즈
마크 리들리 지음, 김관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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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을 읽기는 했다만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그런 애매한 기분으로 책을 읽은 다음 어쩌다가 눈에 들어온 ‘HOW TO READ 다윈은 조금 더 다윈의 생각에 접근해보고 싶은 마음에 펼치긴 했지만 역시나 쉽진 않은 것 같다.

 

저자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중심으로 단순히 역사적 의미나 좀 더 쉬운 설명만이 아닌 현재적 의미에 대해서도 다뤄내고 있어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금은 달리 봐야 할 점이나 과학의 발달로 혹은 다윈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논의가 개선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어 진화론과 다윈이 지금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다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첫걸음으로 읽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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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역사의 힘 -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
하워드 진 지음, 이재원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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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워드 진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그의 글에서 묻어나는 특유의 뜨거움을 느끼게 되니 예전 그를 흠모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어쩐지 아득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전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민주주의 후퇴와 소통 부재의 시대에 교수, 역사가, 실천하는 지식인, 인생의 선배로서 하워드 진은 우리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이 책에는 이곳저곳에 기고하고 발표한 글들을 모아두고 있고 시기적으로도 무척 예전(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폭이 넓지만 그의 글이 갖고 있는 일종의 진정성 때문에, 그리고 아직 여전히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음으로 인해 현재적이고 논쟁적인 부분이 많이 있었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강한 호소력이 있다. 1960년대에 쓴 글조차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

 

탁월한 학자이기도 하지만 활발한 활동을 한 실천가이기도 한 그이기 때문에 선거, 교육, 역사 기록, 인종 문제, 홀로코스트, 마르크스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그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무엇인지 얘기한다. 특히 하워드 진 특유의 직설적이고 명확한 어법은 추상적인 이론 대신에 살아 있는 역사를 재구성하는 방식과 어울려 진정한 역사의 힘을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기고문이나 짧은 에세이라는 형식상의 특징에 힘입어 주장은 깔끔하게 전개되며, 다소의 유머까지 적절히 배치되어 읽기에 더욱 편하니 하워드 진의 생각과 글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하게 된다.

 

이 책의 첫째 특징은 기존 역사관과 전혀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하워드 진은 역사 속에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찾으려면 먼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를 통제하는 사람들의 획일화된 시각에서 벗어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숨은 주역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런 아래로부터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진실들을 알게 된다고 하워드 진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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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유왕무 옮김, 이억배 그림 지음, 이억배 그림, 유왕무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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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면서 우화이기도 한, 짧은 분량의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깊게 빠져들게 되는 이 책이 어쩌다 손에 들어오긴 했지만 굳이 읽을 생각 없다가 우연히 펼치게 되었고 순식간에 읽게 되었다.

 

라틴 문학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짙게 느껴지면서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는 좀 더 포근한 느낌을 갖게 해주고 있다. 동화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작가만의 특징이자 개성일수도 있고.

 

갈매기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낯선 존재들이 약속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존재로 화합해가는 여정을 흥미롭게 다뤄내고 있다.

 

오염된 바닷물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된 갈매기가 우연히 만난 고양이에게 알을 보호하고, 새끼가 태어나면 나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하고 결국 죽는다. 이 상황으로부터 갈매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고양이의 여정이 펼쳐지고, 독자들은 그 여정을 통해 해맑은 서정성과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회복이란 우리 시대의 화두와 만나게 된다.”

 

우연을 통해서 고양이와 갈매기가 어떤 사정으로 어머니가 되고 자식이 되는지, 모이고 다투고 합심하며 갈매기를 키워내는 과정과 품을 떠나 하늘로 날아오르기까지 인상적으로 내용을 꾸미고 있다.

 

우화라는 형식과 간결한 문체, 진지한 주제의식과 유머가 절묘하게 통일되었다는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고, “전체적으로 감동, 긴장, 교훈이 적절하게 섞여 있으며, 성인과 어린이 모두 읽어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이야기라는 말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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