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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평점 :
영화 ‘노마드랜드’는 깊은 인상을 남기는 내용이었다. 몇몇 부분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고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영화였다.
“"이게 새로운 은퇴자들의 시대예요." 책 속 인물의 말 한마디가 이 책에 대한 가장 간략한 소개 같다. 집 대신 차에서 살며 평생 일하는 삶, 미국 노년층의 뉴노멀이다. 책은 이 노마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좇는다. 평생 일했고, 성실했고, 전문 분야가 있었고, 한때 다른 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기도 했고, 존경받기도 했던 이들은 지금 길 위에 있다. 세상이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열심히 살았지만 삶에서 튕겨져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스스로는 상상하지 않았던 미래라도 세상은 이들을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마존의 물류창고는 차에서 살며 일하는 노년층을 환영한다. 값싸고 성실하고 금방 교체되는 인력,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길 조건이다. 노마드 노동자들은 물류창고에서, 캠핑장에서, 놀이공원에서 쉼 없이 노동하며 하루하루 스스로를 먹여 살린다.
열악한 풍경이지만 이들의 삶이 온통 잿빛인 것은 아니다. 차 안에도 기쁨과 낙관, 새로운 희망의 자리는 있다. 이들은 서로를 붙잡고 꿈을 꾼다. 인생의 바닥에서 여전히 농담할 여유를 찾고 삶을 긍정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왜 늘 애쓰는 건 개인뿐일까. 파괴되고 배신당한 삶들에 대한 책임마저 개개인에 맡긴다면, 국가의 의미는 무엇인가. 크고 굵은 질문을 남기는 책이다.”
영화를 통해서 이 논픽션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영화를 알게 되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논픽션이기 때문에 특정한 이야기 구조가 있는 영화와는 다른 모양새지만 영화를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면 더 와 닿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 이 책은 아름답게 포개지고 있다.
“미국에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논픽션. 이 새로운 ‘노마드’ 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절감하게 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또 집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미국의 주거지 문제나 경제적 곤궁함 혹은 사회적인 문제나 인종문제까지 미국 사회의 현실을 그리고 문제점에 대해 사려 깊게 다루고는 있지만 아주 집중해서 읽게 되진 않는다. 아마도 결국에는 타국이기 때문이 아닐까? 다만, 조금을 다른 시선으로 미국에서 일어난 재앙이 한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벌어질지는 생각해보게 만든다. 동일하진 않겠지만 아주 다르지도 않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주거지 문제, 경제적 곤궁함에서 이어지는 사회문제는 동일하게 발생할 것이니까. 어쩌면 더 극단적으로 벌어질 것이고.
““거기서 혼자 지내게 되진 않을 거예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노마드랜드』가 ‘너는 혼자다’라는 메시지에 있는 힘껏 맞서 싸우기 위해 기획되고 쓰여진 이야기였음을 그제야 총체적으로 깨달았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린다는 혼자 지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자신이 길에서 만난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절대로 혼자 두지 않을 사람, 남을 착취하지 않고 남에게 착취당하지도 않으면서 사는 삶이 함께라면 가능할 거라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므로.“
저런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말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한국사회에서는 오히려 넌 혼자라는 말을 더 가혹하게 깨닫게 되진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게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하는 게 과연 맞는 표현인지 고민하게 된다. 반대로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행복을 그리고 낙관과 긍정을 찾지만 맞는 방식인지는 대답을 미루게 만든다.
“미국에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논픽션. 이 새로운 ‘노마드’ 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절감하게 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또 집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택한 삶이고, 그 어쩔 수 없는 선택 속에서 받아들이고 느끼게 되는 긍정과 행복이라면 그게 과연 맞는 행복인지가 계속해서 의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과연 지금 세상에서 행복이 뭔지 멋진 삶이란 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르고.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까지 하게 되진 않는다. 그런 식의 질문은 의미는 있을지라도 말장난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그들만의 연대에 대해서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건 상처받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만의 연대이자 공감일 것이다.
이제는 40을 넘어 50을 향하는 사람인지 편하게 읽혀지지도 않고 마냥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되지도 않는다.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괴로운 나날들을 이겨내고 견뎌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