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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13년 3월
평점 :
저자의 저서들을 그동안 많이 읽어왔고, 문제의식이나 관심분야에 대해서 공감할 때도 많은 걸 배울 때도 있었다. 만난 적 없지만 스승이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렇게 거창하게 말해도 읽은 다음 머리에 남아 있는 건 얼마 없어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조금은(그리고 무척) 부끄럽긴 하지만.
“노동문제와 민주주의를 평생 연구 주제”로 했던 저자가 “2011년 8월부터 2012년 5월 말까지 10개월에 걸쳐 [경향신문]에 연재된 글들을 책의 형태에 맞게 고쳐 쓴” 이 책은 기존에 다뤘던 내용들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고 있어 아주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좀 더 단호하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모호하거나 고민 가득하기 보다는 어떤 해법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길게 썼을 수도 있겠지만 지면의 한계와 읽는 대상자들에 맞는 눈높이로 설득력을 갖추면서 문제제기와 통찰력 모두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저자에게 관심 있던 사람들이라면 거꾸로 이런 책부터 먼저 읽고 다른 저서들을 읽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상처투성이 삶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노동 없는’ 한국 민주주의의 결과임을 말한다. 자신의 노동으로 소득을 얻고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생산자 집단들이 생활 세계와 시민사회, 나아가 정당 체제의 영역에서 사실상 무권리 상태에 있다는 증언인 셈이기도 하다. 그리고 질문한다. 민주화 25년이 지난 지금, 도대체 우리가 꿈꾸고 바랐던 민주화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저자의 입장은 한국사회에 꽤 도움이 되는 의견이고 생각이겠지만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사람들은 무척 적은 것 같다. 아니, 많다고 하더라도 그렇기만 할 뿐이고 변화나 개선의 의지까지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작은 목소리일 것이고 전달되지 않는 외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지 않을까? 점점 세상은 각박해져만 가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변화가 일어나길 사람이라면 짧게 꾸며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다듬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