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희극 - 아리스토파네스

그리스 희극 - 아리스토파네스 편 ㅣ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서양 고전
아리스토파네스 지음, 김정옥 외 옮김 / 현암사 / 2006년 11월

그리스 / 로마 시대의 희곡에 대해서 관심은 높지만 실제로는 읽은 것이 별로 없고, 읽었다고 해도 뭔가 대충 그리고 엉성하게 읽어서, 읽었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기억이 나는 작품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아주!!!! 유명한 비극들(이를테면 ‘오이디푸스’와 같은...)은 어렴풋하게 읽은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관심만 있지 체계적으로 읽지도 못했고,

그리고 제대로 된 정보도 없기 때문에 그리스 희극 작가 중 아리스토파네스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위치에 대해서도 작품집 말미에 수록된 번역가의 해설로만 알고 있는 정도이고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냥 대단하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고 말게 되는 것 같다.

아리스토파네스의 대표 희곡 중 세편이 수록된 ‘그리스 희극 - 아리스토파네스’는 그의 재치와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작품들이라고는 하지만 당시와 많은 시대적 변화가 있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그가 만들어내는 위트와 유머의 대부분을 느끼가 어려운 것 같고, 어쩐지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되는 번역으로 인해서 더더욱 그의 진가를 느끼기가 힘든 것 같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 자신이 워낙 유머감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희곡이라는 특성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고 이야기 전개인데, 그동안 그리스 ‘비극’에 대해서만 많이 접했기 때문에 ‘희극’이 갖고 있는 냉소와 유머 그리고 온갖 익살들에 흥미를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알아채기 어려운 부분으로 인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도 되는 것 같다.

당시의 재판제도와 정치적인 문제의식으로 채워져 있는 ‘벌’과

평화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지는 ‘평화’

그리고 ‘평화’와 함께 평화에 대한 간절함을 성적인 문제와 연결시킨 ‘리시스트라테’ 까지

아리스토파네스는 농담과 익살 그리고 냉소와 비꼼으로 가득히 채우며 작품을 꾸미고 있고, 하나의 소동극 속에서 당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사건들을 비웃고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리스토파네스가 만들어내는 냉소에는 싸늘함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냉소의 강도가 당시로서는 꽤나 위험한 수준이라는 생각(냉소에 대한 보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도 들었다. 비난받은 이들이 이와 같은 냉소를 겸허히 받아들이기 보다는(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 비극들에 비해서는 어쩐지 작품의 규모가 작다는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작품이 만들어내는 재치는 다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롭기도 하다. 특히나 지긋지긋한 전쟁을 그리고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 여성들이 성적인 파업을 벌인다는 ‘리시스트라테’는 지금 시대에 맞게 다시 만들어져도 인상적인 느낌을 풍길 것 같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 비극들만 접해본 이들이라면 그들의 웃음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지금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의 유머감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야 하겠지만.

셜록 홈즈 전집 5 -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 전집 5 (양장) - 셜록 홈즈의 모험 ㅣ 셜록 홈즈 시리즈 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4월

코난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와 그의 유일한 친구인 존 왓슨의 모험들은 장편 보다는 단편들에 더 매력적으로 담겨져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의 평가일 것이고, 아마도 그러한 평가에 크게 반박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셜록 홈즈의 인기가 높아지는데 단편들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수긍할 것 같다.

셜록 홈즈에 관한 첫 번째 단편집인 ‘셜록 홈즈의 모험’은 시기적으로는 장편 ‘주홍색 연구’ 이후와 ‘네 사람의 서명’ 전후이고 그들의 놀라움으로 가득한 모험은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아마도) 코난 도일의 창조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써진 작품들이기 때문에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셜록 홈즈에 대한 매력을 잘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구성은 장편과 큰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따분함과 무료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셜록 홈즈의 한탄으로 시작하고 있고 기상천외한 경험을 한 의뢰인들의 의뢰를 통해서 안이한 일상에서 벗어난 상황에 빠져들게 되는 셜록 홈즈와 왓슨의 모험으로 작품은 구성되고 있다.

장편들과 별다른 이야기 진행에서의 차이가 없는 셜록 홈즈 단편들이 장편들 보다 인기를 끌게 된 주된 이유는 아마도 단편들이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고, 진행을 늘어지게 하지 않고 간략하게 다루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셜록 홈즈 작품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재미에 충실’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것만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

이런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와 함께 당시 영국의 시대적 풍경을 엿볼 수 있는 묘사들과 배경 설명은 이제 막 시작하는 자본주의 시대의 풍경을 엿볼 수 있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대화들을 통해서 당시의 사람들의 감성과 생활방식을 파악할 수 있다.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매력과 함께 당시 시대의 풍경과 정서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작품의 전개에서 유난히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그것은 작품의 진행에서 의뢰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고백 / 진술’이라는 부분이다.

‘고백 / 진술을 통한 의뢰인의 의뢰’라는 점은 추리 소설에서 당연한 진행과정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갖고 있는 강도가 생각 이상으로 강렬하다는 점으로 인해서 유난히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의뢰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경험한 기이한 상황을 상세하게 들려주고 있고, 최대한 상세하게 들려주기를 셜록 홈즈는 재촉한다.

그 고백 / 진술을 통해서 셜록 홈즈는 과감한 추리와 논리를 전개시키고 있고, 문제는 해결되는데, 작품 속 ‘고백 / 진술’을 통해서 우리는 유럽 사회의 ‘고백 / 진술’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고(이런 해석은 아마도 미셸 푸코에 대한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정신분석과 프로이트와의 유사성을 끄집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해석과 의미를 떠나서도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토해내는 고백 그리고 진술들은 셜록 홈즈가 갖고 있는 작품들이 갖고 있는 가장 특별한 인상일 것이다.

어쩌면... 이런 부분은 실제로도 의사였던 코난 도일의 직업적 특성 때문이지는 않았을까?

또한, 추리 소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매력인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되었지만 이야기 진행을 통해서 존재함을 알아내고 공백으로 남겨졌던 부분을 채움으로써 완결 및 완성되는 ‘사건이라는 하나의 논리’라는 것에 대해 유난히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항상 언급하고 있는 셜록 홈즈의 발언들 또한 단편이라는 짧은 분량에서 여전히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상적인 부분인 것 같다.

물론, 이런 독특한 점들을 찾아내기 이전에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들 때문에 그들이 겪은 기묘한 모험들은 반복해서 경험하려고 하는 것 같다.

죽음 앞의 인간

죽음 앞의 인간
필립 아리에스 지음, 고선일 옮김 / 새물결 / 2004년 3월

중세 시대부터 1960년대 현재까지의 ‘죽음’에 대한 인식과 감정의 섬세한 변화를 고찰하고 있는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은 서유럽과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태도가 어떤 변화를 보였고 그 변화를 통해서 무엇을 깨달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집요하게 분석하고 있는 저작이고 아마도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탐구한 가장 탁월한 저작 중 하나일 것이다.

필립 아리에스는 그의 또다른 걸작 ‘아동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편지, 일기장, 묘비, 공문서, 소설 등과 같이 그동안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던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고, 그 자료들을 통해서 중세 시대부터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필립 아리에스는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길들여진 죽음’에서부터 그렇게 밀접하고 친숙했던 죽음이 느닷없이 찾아오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그리고 공포와 성적인 감정이 겹쳐지는 기묘한 감정을 담아내는 ‘야성화 된 죽음’으로 변화되고 있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 느끼는 공허와 허무 그리고 혐오감까지의 ‘역적된 죽음’으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 느끼고 생각하는 감정의 변화를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설명해내고 있고, 그 방대하고 세밀하고 상세한 자료들이 너무 많이 인용하고 있어서 지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세하다.

필립 아리에스는 현대 사회의 정신분석가들과 사회학자들이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나칠 정도로 죽음을 외면하고 피하려 하고 있는 분석과 결론에 공감하며 이 부적절한 반응과 방식에 대해서 그들과 함께 비판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서 무엇을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지 다시금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갖고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죽음’만이 아니라 중세시대부터의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삶의 태도’와 그 태도와 함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본문만 1,000 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부피처럼 묵직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탁월한 저작이고,

묵직한 주제와 내용 덕분에 쉽게 읽혀지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상세한 설명과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자료까지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감탄하게 되기만 했다. 그리고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게 읽혀지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탐구하고 있기에 그리고 그 내용의 밀도와 부피에 압도되어 쉽게 손길이 향하지 않기도 하겠지만 이처럼 죽음을 통한 삶의 태도에 대해서 설득력 있게 접근하고 있는 저작도 별로 없기 때문에 읽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되도록 한번 도전해 보기를 바라게 된다.

참고 : 1,000 페이지가 넘는 내용이기 때문에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1, 2권식으로 분할해서 출판되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불편해 하면서도 별 수 없이 들고 다니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셜록 홈즈 전집 2 - 네 사람의 서명

셜록 홈즈 전집 2 (양장) - 네 사람의 서명 ㅣ 셜록 홈즈 시리즈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에 대한 두 번째 작품인 ‘네 사람의 서명’은 아직까지는 셜록 홈즈의 인기가 높아지기 전의 작품이기는 하지만(셜록 홈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셜록 홈즈에 대한 단편들이 발표되면서 부터다) 그의 성격과 개성에 관한 가장 인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누구도 쉽게 풀어낼 수 없는 기묘한 / 어려운 사건들을 원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대수롭지 않은 사건들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으며 지루한 일상들을 혐오하는 홈즈의 모습은 익숙한 듯 하면서도 익숙하지 못하게 만드는 모습이고, 그 일상과 평화로움이라는 따분함에 질려하는 그가 자극을 위해서 선택하게 되는 코카인과 같은 마약류들은 마약과 중독성 약물에 대해서 보다 엄격함을 요구하는 지금 시대에 익숙한 우리들로서는 조금은 납득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네 사람의 서명’은 그런 홈즈의 괴팍함과 함께 조울증 적 성격을 보다 강조하기도 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왓슨의 낭만적이고 감수성 있는 모습을 더욱 강조하기도 하는 작품이기도 한데, 이후에 그의 아내가 되는 여성이 등장하고 있고 그녀의 사건의뢰를 통해서 홈즈가 그동안 간절히 원했던 새로운 (자극적인)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진행을 보이게 된다.

홈즈의 황당할 정도로 뛰어난 변장능력을 선보이기도 하는 ‘네 사람의 서명’은 첫 작품인 ‘주홍색 연구’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홈즈와 왓슨에게 찾아온 사건 의뢰와 함께 그들은 흥미롭고 의문스러움으로 가득한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이를 통해서 더욱 기묘한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홈즈의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사건은 해결되고, 긴박감이 넘치는 해결 과정과 그 이후의 뒷얘기들을 통해서 감춰져 있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주홍색 연구’와 이야지 진행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진행 방식과 끝맺음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보다 자극적이고 긴박감을 추구하고 있으며,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보다 강조하는 구성을 보여서 그들의 개성의 차이를 보다 확연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초반 부분에서 정신적 자극의 필요성 대한 홈즈의 괴팍함과 함께 관찰과 추리에 관한 미묘한 차이를 홈즈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고, 수많은 고전들을 인용하며 인간성과 통찰력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도 하고 있다.

이전 작품에 비해서 조금은 허무한 느낌이 감도는 끝마무리는 들뜬 기분 보다는 가라앉는 기분을 들게 만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홈즈와 왓슨 둘 다 보다 사건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산뜻한 느낌이 드는 모험담이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와 함께 근대 초기의 영국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묘사들을 통해서 당시의 영국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지를 떠올리게 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던 것 같다.

물론... 마약에 대해서 극히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셜록 홈즈에 관한 작품 중 가장 혐오하는 작품으로 꼽을 것 같다.

세상의 모든 크리스마스

세상의 모든 크리스마스
폴 오스터 외 지음, 알베르토 망구엘 엮음, 김석희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11월

조금은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는 알베르토 망겔이 엮은 ‘세상의 모든 크리스마스’는 ‘성탄절을 소재로 한 단편들을 모은 내용’들이라고 말하기보다 ‘성탄절과 연관된 혹은 연말이라는 시기로 인해서 느껴지는 떠들썩함과 아쉬움 그리고 허전함과 회상적인 성향의 단편들을 모은 작품집’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몇몇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성탄절 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생각들을 통해서 언급되기는 하지만 크게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목만 크리스마스라고 붙여졌을 뿐 일반적으로 떠올려지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내용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록된 단편들 중 영국과 미국 그리고 남미 쪽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이나 동유럽 계열 작가들의 작품들도 담겨져 있어서 다양한 지역 출신의 작가들이 써낸 성탄절과 연말과 관련된 글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느낌을 갖게 된다.

다만, 연말과 성탄절의 들뜬 분위기와는 다른 조금은 침울하고 약간은 고독한 느낌의 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 따스함 보다는 아련함 혹은 씁쓸함과 관련된 느낌에 가까운 글들이 많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분위기의 작품들에 거부감이 많은 사람이라면 기분 좋은 독서를 위한 선택이 좋지 않은 의미로 잊을 수 없는 선택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눈길을 끄는 겉표지와는 전혀 다른 그들만의 서글픈 연말과 성탄절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어쩐지 들뜬 이들과 조금은 거리감을 갖고 자신만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그러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과연... 그런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은...

독서광이라는 엮은이에 대한 설명이 틀렸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지역의 연말과 성탄절과 관련된 글들이 모여진 것 같다.

참고 : 널리 알려진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작품집은 시작되고 있는데, 원작과는 달리 많이 축약된 형태로 수록되어 있어서 이미 폴 오스터의 원작을 읽은 사람들은 조금은 아쉬운 느낌과 함께 반대로 색다른 느낌도 갖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