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게이머, 플레이 -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0
이상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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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때는...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꽤 오랜 기간 게임-오락에 미쳤던 적이 있었다.

이른바 오락실이라는 곳에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지냈고,

주말 아침 오락실 주인이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가게 앞을 서성거리며 빨리 문이 열려지기만 기다리고 있었고, 가장 늦은 시간까지 그곳에서 머물며 돈이 떨어지면 다른 이들이 게임-오락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미리 눈과 머리로 연습했고, 게임-오락에 관한 이야기를 나름대로 만들어내고 상상하며 하루 종일을 그곳에서 지냈었다.

 

그냥 구제불능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곳이 지금처럼 아케이드라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이름으로 불리기 전

이제는 게임방이나 PC방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도 전에

질릴 정도로 질려버려서 더는 게임-오락에 대한 어떤 생각도 하고 싶지 않게 되어버리기 전까지 게임-오락은 내가 즐길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매일을 향하고 종일을 머무는 공간이자 친구였다.

 

친구였다.

그 누구도 아닌 브라운관 화면과 그래픽으로 이뤄진...

조이스틱과 버튼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임-오락들은 오직 나만의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그 누구보다도 날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꿈에서도 만나게 되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게 되어버렸지만.

 

주변 사람들이 점차 게임-오락을 말하지 않게 되어버렸을 정도로 나이가 먹었을 때,

그러다가 다시 열정적으로 이제는 PC방이라는 곳으로 다들 몰려가게 되었을 때,

함께 그곳으로 향하기보다는...

함께 그것들을 즐기기 보다는...

 

관심이 바뀌고 흥미를 잃게 되어버려서 아예 거리감을 두거나 잊게 되어버리게 되었다.

가장 소중했던 존재를... 그렇게 스스로 내팽겨 버렸다.

 

여전히 게임-오락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기는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긍정적인 시선들도 생겨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져서 게임-오락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논의들 중 게임, 게이머, 플레이는 가장 학문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논의일 것 같고, 아마도 가장 인상적인 논의이거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논의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이기를 바라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후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게임-오락에 관한 부정적인 입장이 크기 때문에 학문적인 그리고 어떤 의미들을 추구하는 논의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는 황당한 반응이 앞설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몇몇 흥미로운 논의들이 제시되고 있는 게임, 게이머, 플레이는 아직은 어디에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오락-게임에 대해서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분석을 해내기 위해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에 대한 여러 검토들이 이뤄지고 있다.

 

우선은 게임-오락의 역사와 그 역사의 흐름 속에서 등장한 여러 장르들에 대한 검토들이 이뤄지고 있고, 그것들을 분석하고 분류하며 객관적인 접근을 해내면서 단순히 게임-오락의 발전-발달과정을 파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각각의 게임-오락들이 어떻게 지금 현재를 반영하는지 혹은 상호간을 반영하고 비춰내고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하고 있다.

 

게임-오락이 어떻게 사회를 반영하고 있고,

반대로 게임-오락에 노출된 우리들은 어떻게 영향 받고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만이 아닌 게임-오락을 하는 개인들이 게임-오락을 하면서 어떤 변화와 영향을 받게 되는지와 함께 게임의 발전 과정에서 게임-오락 자체의 발전-발달에서 어떤 인문학적인 분석들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시도하며 분석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고 있는데, 조금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관점이기 때문에 욕심을 부렸을지는 몰라도 그 욕심이 과도하게 느껴지진 않는 것 같다.

 

마지막에서의 아도르노, 벤야민, 브레히트의 관점 속에서 게임-오락을 분석하는 내용은 분량으로서는 짧았지만 가장 인문학적인 관점 속에서 이해해 보려는 시도였는데, 그 시도 속에서 게임-오락을 단순히 수동적인 입장에서가 아닌 보다 적극적인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충분히 사회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관점은 흥미롭게 느껴지면서 무언가를 분석할 때 얼마나 여러 관점과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는데, 아직은 그 분석-해석들에서 좀 더 의미 있는 결론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다듬어내야 할 부분들이 많을 것 같고 여러 관련 연구들이 함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좀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지만...

꽤 험난한 과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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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홀릭's 노트 - 게으른 포토홀릭의 엉뚱하고 기발한 포토 메뉴얼
박상희 지음 / 예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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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사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물론, 요즘에는 대부분 디지털 카메라 혹은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도 사진으로 취급해준다면) 덕분에 그 관심을 실제로 실행으로 옮기는데 큰 어려움이 따르진 않지만 그건 좀 남발-난사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여전히 사진이라는 말이 떠올려지면 당장은 필름 카메라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

아직까지는 그게 사진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건 좀 더 나중으로 미뤄져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이건 순전히 내가 구식 인간이라는 뜻일 것이고, 그건 솔직히 말해서 꼰대라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순순히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손에 굴러들어 온 포토홀릭...’은 그동안 갖고 있었던 사진에 대한 관심을 채워주기에 조금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지식을 전달해주는 내용이 담겨져 있고, 그 내용 속에서 이렇다 할 지식을 얻지는 못할지라도 사진이란 무엇인지를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그냥 쉽게 생각하자.

사진에 홀린 사람이 쓴 사진에 대한 호들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분명 그 호들갑에 잠시 관심을 갖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작가가 어떻게 필름 카메라 그리고 토이 카메라라고 말하는 물건에 대해서 그리고 흑백 사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게 되었는지에 관한 조금은 길고 개인적인 경험이 곁들여진 시작부터 사진기에 대한 온갖 잡스러운 지식까지 알려주는 맺음말까지 카메라에 대한 애정과 사진에 대한 애정 그리고 여러 경험과 시행착오 속에서 자신만의 사진을 찍어내기까지의 여러 과정들을 들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너무나 많은 카메라들에 대한 소개들이 있어서 정작 사진에 대한 흥미를 갖기 이전에 과도한 나열 때문에 오히려 그 관심이 줄어들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진에 관한 초보자가 읽기에는 난감한 기분이 들 것 같고,

사진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읽어야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도 들게 되는 이 어중간한 내용에 조금 더 집중을 하고 내용을 간추렸다면 더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실제로 사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읽었을 때는 이런 방식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으니 무엇이 맞는 것인지 자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제목이 포토홀릭...’이지만 실제로는 로모 카메라로 대표되는 소형 카메라에 대한 내용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카메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별다른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 사진기에 대한 설명이 사진에 대한 설명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촬영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딱히 얻을 만한 내용이 없다는 아쉬움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대충 읽으며 약간의 흥미를 채우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 권하기에는 조금은 조심스럽게 느껴질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이정도로 성실하게 여러 카메라들을 실제로 사용해보고 그 사용해본 경험을 토대로 설명해주는 책도 드물기 때문에 성실함으로 가득한 설명서로서 이해한다면 충분한 내용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게 누구를 위한 성실함인지는 조금은 불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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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밀리언셀러 클럽 10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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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죽음

내 그걸 네게 주마

무덤의 저편에서

너를 기다리마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는 이야기는 좀 더 강해졌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촘촘한 구성에 악몽 같은 상황은 이전 보다 더한 끔찍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그 어둠이 너무나도 흥미를 끌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가득해서 책을 덮기 보다는 더 집중해서 읽게 되고 읽음의 더딤에 더 빨리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기분만 들도록 만든다.

 

이미 첫 번째 작품에서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을 마찬가지로 등장하고 있고(부바, 데빈, 오스카, 필립 등) 그들에 더해서 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심은 켄지 / 제나로이며 그들이 겪게 되는 일련의 악몽들과 그 악몽을 겪어내며 생겨나는 그들의 좀 더 강해지는 유대감-사랑은 핏빛 비린내로 인해서 좀 더 더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켄지 / 제나로의 싸늘한 농담과 냉소는 그 매력을 잃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이야기는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그 살인사건의 연쇄살인으로 이어지도록 만들고 있고, 기존의 켄지가 아버지에 갖고 있던 증오와 원한을 그리고 과거에 대한 기억들을 더하고 함께 엮어내도록 구성시킴으로써 다시금 켄지는 아버지와 조우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그 만남과 함께 기존의 연쇄살인범들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공포를 전달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는 알렉 하디만과 같은 인물의 만들어냄은 작가의 상상력과 글쓰기가 빼어나다는 뜻이기는 하겠지만 그 인물을 좀 더 잘 활용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러 뒤엉킨 이야기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매끄럽게 이야기가 정리되기 보다는 조금은 아쉽게 정리되는 부분들도 있었고, 필요 이상으로 부풀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진행이 갖고 있는 힘 때문에 그런 아쉬움과 어수선함들은 쉽게 잊혀지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역시나 켄지 / 제나로로 대표라는 하드보일드-범죄소설에서 보기 드문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로 채워진 작품이기 때문에 쉽사리 읽기를 그만두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이 흥미진진하고 잔혹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에 어떤 비난을 들이대기 보다는 그저 이야기의 읽는 재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여전히 읽으면서 영화와 만화의 영향성을 언뜻 느끼게 되기는 하지만 그게 어떤 비판의 의미가 있을지 고민되기도 하고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스스로에게 의문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 번째 작품 신성한 관계를 읽으면서 좀 더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이야기의 진행 도중에 곳곳에 켄지 / 제나로의 유머와 냉소들과 함께 켄지의 내뱉듯 던져내는 독백들의 매력을 느끼고 있는 팬들이라면 이번에도 아쉬움 없는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더 좋아서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찾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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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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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기 보다는 최근작들을 접하기만 했을 뿐이었는데(살인자들의 섬, 운명의 날), 어쩐지 명성에 비해서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작품들이라 왜 그런 명성을 얻었는지 의문되었고 그 섣부른 의심 속에서도 아마도 그의 진정한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접해야만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에 대한 평가를 되도록 미루기만 했었다.

 

그리고...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전쟁 전 한잔을 접하니 그런 판단을 했던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마터면 이렇게 뛰어난 작가를 오해하기만 해서 놓칠 뻔했다.

 

전쟁 전 한잔(아마도)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이 여전히 매력적인 장르이고 그 매력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는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그다지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척 호건의 타운을 꼭 읽어보고 싶기는 한데...) 확신을 갖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의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이 전해줄 수 있는 멋진 매력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지금 현재의 시대 속에서 갖게 되는 여러 문제의식들을 더하며 단순히 대중소설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소설이 아닌 일종의 사회소설의 영역으로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애호가가 갖고 있는 야심 / 희망을 이뤄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좀 더 과거로 향하고 전통소설의 영역으로 접근하고 싶은 것 같은, 작가 개인의 야심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최근작들에 비해서 야심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힘을 통해서 좀 더 묵직함을 만들어내고 있는(그래서 이런 작품들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켄지 / 제나로 시리즈는 하나의 범죄 사건을 통해서 지금 현재의 사회를 바라보고 있고, 그 바라봄 속에서 우리들의 추악함과 도덕적-내면적 갈등, 당대의 사회문제들과 가정폭력과 아버지(상징적 / 실제적)에 대한 문제의식이 뒤엉켜 있지만 그것들이 난해함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무척 재미나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켄지와 제나로라는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과 복잡하고 비비꼬이기만 한 이야기 구성이 아닌 짜임새 있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냉소와 허무 그리고 위트로 범벅된 대사와 독백들을 통해서 전통적인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영향 아래에서 지금 시대만이 담아낼 수 있는 무엇들을 잘 담아내는 것에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울하고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희망을 놓치지 않는 작가-켄지 / 제나로의 시선과 함께 추악하고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더러움으로 가득한 시궁창 속에서 고개를 돌리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어떻게든 바라보려고 애쓰는 그들(작가-등장인물)의 노력은 세상과 싸우기를 포기하고 좀 더 쉽게 타협하려고만 하는 이들에게 조금은 덜 그러기를 요구하는 것 같이 느껴지게 되기도 하다.

 

또한 기존의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주인공들에 비해서는 허술함이 크고, 나약함이 느껴질 때도 있는 켄지의 모습을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내용들과 그의 냉소와 허무로 가득한 독백들 그리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워내지 못하고 그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까지 설득력 있는 전달을 통해서 단순한 하드보일드-범죄소설에 비해서 등장인물의 내면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삶을 살아가며 온갖 경험들을 다해본... 닳고 닳은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차갑고 차분한 하지만 때때로 분노가 치미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는데, 작가의 성장과정이 어떠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세상에 대한 작가-켄지의 시선을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느껴지기만 하다.

 

항상 홀로 활동을 하던 이전의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주인공들에 비해서는 켄지가 갖고 있는 능력은 보잘 것 없고 장점도 그다지 찾아보기 힘들지만 반대로 켄지의 주변에 있는 여러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좀 더 다채로움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째서 데니스 루헤인을 최고로 꼽게 되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그의 최근작들 보다는 오히려 이전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접해야지만 좀 더 명확하게 그의 탁월함을 깨닫게 될 것 같다.

 

지독한 현실과

그 씁쓸함을 맛보여주면서도 잠시 함께 고민을 하자고 권하기도 하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재미로 가득한 이야기로 채워진...

이 빼어남으로 가득한 소설을 어떤 식으로든 많은 이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참고 : 하지만 어쩐지 켄지 / 제나로 작품은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영역에 있으면서 만화-코믹스-그래픽 노블의 영역에 조금은 걸쳐져 있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들게 되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인간적이기 보다는 특정한 성격을 좀 더 강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들기 때문인데, 이를테면 부바와 같은...,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조금은 고민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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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황홀 - 김도언 문학일기
김도언 지음 / 멜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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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 같은 이름인 것 말고는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한심한 수준의 앎이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확인을 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겸 이런 저런 직함이 더해지는 (결국)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해보니 그런 알려짐-명성이 있으니 이와 같은 문학일기라고 덧붙여진 책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문학일기라는 부제가 붙기는 했지만 정직하게 말해서는 문학일기 보다는 작가의 솔직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그리고 예민함과 함께 복잡함 / 다채로움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문학일기라고 말한다면 할말은 없게 되지만 그것과는 조금은 다른 글들을 접하는 기분이 든다.

 

저자는 독백으로서 글을 남긴 것 같기도 하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글을 남긴 것 같기도 한 그 중간 어딘가의 느낌을 받게 되는 글을 써내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기의 형식이면서도 그보다는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일종의 존재하지 않는 읽는 이와의 대화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더 들게 되는 글을 써내고 있다.

 

저자가 자랑스럽게 말하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주고 있듯이-자기 자신을 자극하듯이 일반적인 작가와는 달리 (출판사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기는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경험하게 되는 직장인으로 지내면서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독특한 입장이기 때문에 그 경계를 오가는 위치로 인해서 느끼는 여러 내면적인 갈등 혹은 기쁨과 함께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뒤죽박죽 뒤엉켜서 써내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혹은 지나칠 정도로 살아 있는 / 날것의 감정을 접할 수 있는 글들을 전하고 있다.

 

모든 작가들이 저자와 같은 성격도 아닐 것이고 어쩐지 그와는 조금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쉽게 들게 되기도 하지만 저자의 글들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고도 있기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많은 작가들이 실제로도 저렇지는 않을까? 라는 선입견을 만들어낼 정도로 저자의 글들은 여러 고민들이 겹쳐지면서도 그 복잡함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다짐이 읽혀지기도 하고, 바로 그 읽혀짐으로 인해서 좀 더 단순하게 생각될 수 있는 글과 글쓴이의 구분과 연결을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시간적으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내용 구성이라 읽다보면 저자의 고민과 복잡한 심경 그리고 여러 관심과 혼잡스러움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도 하지만 점차 정제되기도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어떤 성숙을 이뤄내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하고, 온갖 잡다함과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문학과 시와 작가, 글과 글쓰기에 대해서, 자신의 주변과 개인적인 평가, 삶의 풍경과 일상과 반복을 어떻게 이겨내고 견뎌내는지... 그것들을 통해서 어떻게 자신의 글을 완성시켜나가는지를 접하면서 그저 이렇게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쓰는 나와 같은 사람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지 잠시라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솔직하지만 담백하진 않다.

여러 고민과 내면의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인 느낌이고, 그렇기 때문에 읽어나가며 잠시 글과 생각에 머물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머묾 속에서 내 자신의 생각들을 비춰보기도 하고 되돌아보기도 한다.

아마도 더 떠올려지는 여러 생각들은 이곳에 쓰기에는 약간은 민망하기도 하니... 그냥 마음속에 담아두고 잊으면 될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불안의 황홀을 읽으면 자신만의 생각에 잠시 머물게 될 것 같다.

이 머묾은 아주 좋은 기회였고,

이런 기회를 맛볼 수 있도록 책을 건넨 분에게 다시금 감사함을 느낀다.

 

 

 

참고 : 작가 김도언에만 해당될지는 모르지만 생각 이상으로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큰 관심과 지식(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이 많이 거론된다)을 갖고 있는데, 그런 점들이 과연 작가에게 어떤 글쓰기의 변화 / 왜곡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도움이 되기는 할까? 오히려 너무 깊이 고민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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