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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게이머, 플레이 -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 ㅣ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0
이상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는...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꽤 오랜 기간 게임-오락에 미쳤던 적이 있었다.
이른바 오락실이라는 곳에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지냈고,
주말 아침 오락실 주인이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가게 앞을 서성거리며 빨리 문이 열려지기만 기다리고 있었고, 가장 늦은 시간까지 그곳에서 머물며 돈이 떨어지면 다른 이들이 게임-오락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미리 눈과 머리로 연습했고, 게임-오락에 관한 이야기를 나름대로 만들어내고 상상하며 하루 종일을 그곳에서 지냈었다.
그냥 구제불능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곳이 지금처럼 아케이드라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이름으로 불리기 전
이제는 게임방이나 PC방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도 전에
질릴 정도로 질려버려서 더는 게임-오락에 대한 어떤 생각도 하고 싶지 않게 되어버리기 전까지 게임-오락은 내가 즐길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매일을 향하고 종일을 머무는 공간이자 친구였다.
친구였다.
그 누구도 아닌 브라운관 화면과 그래픽으로 이뤄진...
조이스틱과 버튼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임-오락들은 오직 나만의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그 누구보다도 날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꿈에서도 만나게 되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게 되어버렸지만.
주변 사람들이 점차 게임-오락을 말하지 않게 되어버렸을 정도로 나이가 먹었을 때,
그러다가 다시 열정적으로 이제는 PC방이라는 곳으로 다들 몰려가게 되었을 때,
함께 그곳으로 향하기보다는...
함께 그것들을 즐기기 보다는...
관심이 바뀌고 흥미를 잃게 되어버려서 아예 거리감을 두거나 잊게 되어버리게 되었다.
가장 소중했던 존재를... 그렇게 스스로 내팽겨 버렸다.
여전히 게임-오락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기는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긍정적인 시선들도 생겨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져서 게임-오락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논의들 중 ‘게임, 게이머, 플레이’는 가장 학문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논의일 것 같고, 아마도 가장 인상적인 논의이거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논의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이기를 바라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후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게임-오락에 관한 부정적인 입장이 크기 때문에 학문적인 그리고 어떤 의미들을 추구하는 논의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는 황당한 반응이 앞설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몇몇 흥미로운 논의들이 제시되고 있는 ‘게임, 게이머, 플레이’는 아직은 어디에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오락-게임에 대해서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분석을 해내기 위해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에 대한 여러 검토들이 이뤄지고 있다.
우선은 게임-오락의 역사와 그 역사의 흐름 속에서 등장한 여러 장르들에 대한 검토들이 이뤄지고 있고, 그것들을 분석하고 분류하며 객관적인 접근을 해내면서 단순히 게임-오락의 발전-발달과정을 파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각각의 게임-오락들이 어떻게 지금 현재를 반영하는지 혹은 상호간을 반영하고 비춰내고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하고 있다.
게임-오락이 어떻게 사회를 반영하고 있고,
반대로 게임-오락에 노출된 우리들은 어떻게 영향 받고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만이 아닌 게임-오락을 하는 개인들이 게임-오락을 하면서 어떤 변화와 영향을 받게 되는지와 함께 게임의 발전 과정에서 게임-오락 자체의 발전-발달에서 어떤 인문학적인 분석들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시도하며 분석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고 있는데, 조금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관점이기 때문에 욕심을 부렸을지는 몰라도 그 욕심이 과도하게 느껴지진 않는 것 같다.
마지막에서의 아도르노, 벤야민, 브레히트의 관점 속에서 게임-오락을 분석하는 내용은 분량으로서는 짧았지만 가장 인문학적인 관점 속에서 이해해 보려는 시도였는데, 그 시도 속에서 게임-오락을 단순히 수동적인 입장에서가 아닌 보다 적극적인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충분히 사회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관점은 흥미롭게 느껴지면서 무언가를 분석할 때 얼마나 여러 관점과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는데, 아직은 그 분석-해석들에서 좀 더 의미 있는 결론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다듬어내야 할 부분들이 많을 것 같고 여러 관련 연구들이 함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좀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지만...
꽤 험난한 과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