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테스트 - 광기의 심연을 가로지르는 기상천외한 모험
존 론슨 지음, 차백만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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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펼쳐보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구입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인문학 혹은 정신의학 관련 내용이리라 생각했다. 물론,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이런 내용으로 꾸며져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 점에서는 무척 당황스러운 기분으로 읽게 됐다.

 

저자 존 론슨은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 취재대상에 적극 개입, 1인칭 시점으로 기사를 서술하는 방식)’ 스타일로 유명한 논픽션 작가고 사실을 기반으로 써낸 이 소설(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달리 말해야 할 것인지 머뭇거려진다)은 흥미롭게 읽을 순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창작인지 그 구분이 모호해 조금은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게 된다.

 

수수께끼로 시작해서 사이코패스에 관해서, 인간의 광기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광기산업과 사회 지배층에서 찾게 되는 사이코패스 성향까지 사이코패스라는 딱지가 붙여질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있는 이 책은 미치광이를 판단하는 역사를 살펴봄과 동시에 과연 정상이란 무엇이고 비정상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또한, 비정상이 어떤 식으로 돈벌이가 되는지도 살펴보고 있고.

 

얼핏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가 떠올려지기도 하지만 그런 야심만만한 책은 아니고 흥미진진한 추적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나게만 읽을 순 없어도 읽기 시작하면 속도를 내서 뒤따라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으니 사이코패스를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아주 실망스럽진 않을 것 같다.

 

때로는 광기를 조장하는 산업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보여주는 집착과 충동이야말로 그들이 연구하는 사이코패스들만큼이나 미쳐있다는 점이었다. 나아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비교적 제정신인 사람들마저 점차 그들의 가장 극단적인 행동으로 그들의 광기를 규정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정상을 가장하고 우리 안에 숨어있는 사이코패스들의 실체, 그리고 일상성이 광기로 정의되는 폭력의 메카니즘. 한 피스 한 피스 직소퍼즐을 맞춰나가듯 진행되는 론슨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은밀하게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광기의 본질에 근접할 수 있다.”

 

여러 내용들 중에서 위와 같은 부분들이 특히 관심을 가며 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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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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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두번은 들어봤을, 책을 좋아하게 된다면 셀 수 없이 들었겠지만 막상 펼친다면 깊은 좌절에 빠지게 되는(그 책을 흥미롭게 혹은 재미나게 읽었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접한 적 없다) 책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제목과 명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읽길 두려워하거나 주저하는 경우만 허다한 책이고(1권은 대충 읽었고 2권은 읽다 포기했다), 책을 쓴 마르셀 프루스트 또한 위대한 작가만이 아닌 꽤 독특한 삶이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더 알고 싶지도 않았고.

 

항상 적당한 재미와 흥미를 갖게 해주는 알랭 드 보통이 쓴 마르셀 프루스트에 관한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잃어버린...’을 떼어놓고 있진 않지만 그것 보다는 프루스트의 삶 자체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고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잃어버린...’을 좀 더 쉽게 접근하고자 이 책을 읽게 된다면 허탕 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프루스트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사랑에 상처받은 소설 속 주인공의 말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과 작중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처한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친구를 만드는 방법과 성공적으로 고통 받는 방법, 사랑을 인식하는 방법, 첫 데이트 때부터 상대방과 무작정 동침해서는 안 되는 이유 등 여러 삶의 교훈을 정리하였다. 아마존닷컴에서는 이 책을 '문학의 탈을 쓴 자기지침서'라 칭했다

 

소개글처럼 일종의 자기지침서 혹은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그쪽으로 넘어가는 것도 아닌, 경계선을 오락가락하면서 프루스트의 삶과 잃어버린...’를 그리고 그것 말고도 편지와 대화 등등을 언급하며 삶에 관한 교훈과 지혜를 살펴보고 있다. 저걸 저런 식으로 읽어낸다는 어떤 감탄을 하게 된다.

 

그 자신으로서는 무척 고통스러웠겠지만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유별나고 유난스럽기만 한 프루스트의 삶에서 삶의 어떤 걸 얻을 수 있을지 읽어가는 재미는 분명 있지만 과연 그렇게 보는 게 맞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번갈아 해보게 된다.

 

너무 우러러 볼 필요도 없고

너무 얕잡아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나치게 곁에 둘 필요도 없고

너무 거리를 둘 필요도 없듯이...

 

어떤 현명함을 찾아야 할 것이고 이 책은 그것에 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루스트를 그리고 잃어버린...’를 잘 모르기 때문인지 허전한 기분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잃어버린...’을 다시 도전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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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실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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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번역된 잭 리처 시리즈 ‘10호실은 이야기나 내용 면에서 조금은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완성이었다. 딱히 재미라고 말할 것도 없었고. 답습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면 정체된 느낌도 들고.

 

진부하다 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나마 조금은 색다르다 할 수 있는 것이 주인공 잭 리처와 함께 이번 사건을 겪는 연인이 어떤 식으로 사건에 서서히 엉켜지는지 양쪽을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게 특색이라면 특색일 수 있었다. 그것도 읽다보면 번갈아가며 다루는 것이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주 재미없진 않았다. 주된 이야기가 아닌 잭 리처의 아버지에 관한 내용을 뒤쫓는 과정은 중심 이야기보다 더 흥미를 갖게 해주기도 하고 저걸 저런 식으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감탄도 느끼게 된다.

 

메인에서 샌디에이고를 향해 가던 중 잭 리처는 갈림길에서 익숙한 지명이 새겨진 도로 표지판을 발견한다. 뉴햄프셔 래코니아. 리처의 아버지가 태어나고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까지 자란 곳. 리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 충동적으로 리처는 래코니아로 이어지는 길을 택한다.

그 시각, 연인 사이인 쇼티와 패티는 중요한 물건이 담긴 여행 가방을 차에 싣고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 그들의 자동차는 과열로 퍼지기 직전이다. 둘은 가장 가까운 모텔을 찾아간다. 투숙객은 오직 두 사람뿐. 모텔 관리자에게 자동차 수리를 부탁했으나 오히려 자동차는 완전히 망가져버린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두 사람에게 모텔 관리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끔찍한 제안을 한다. 그들의 여행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모텔 관리자는 왜 이들을 붙잡아두려는 걸까?”

 

여러 가지로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내용이었다. 아쉽기도 하지만 그동안 많은 재미가 있었으니 이제는 슬슬 소재가 떨어가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참고 : 어쩌다보니 국내에 번역된 잭 리처 시리즈는 다 읽게 된 것 같다.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만큼 재미나게 느꼈기 때문에 찾았으리라 생각한다. TV 시리즈도 봤으니 나름 열성 팬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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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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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에 920쪽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두께의 이 책을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일반 교양서적이라고 말하기에도 적합하진 않은 것 같고그럼에도 손에 쥐게 된 이유는 잘라라기도하는 그 손을을 너무 인상적으로 읽었기 때문일 것 같다라캉과 푸코라는 이름도 어쩐지 눈이 가게 되고.

 

하지만 이쪽 영역에 정통하거나 전공인 사람도 이 책을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세세하게 따져보고 무척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읽어내기가 여간 쉽지 않은 책이었다솔직히 읽었을 뿐이지 제대로 이해를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라캉으로 시작해서 르장드르로 그리고 푸코와 몇몇 익숙한 이들을 언급하며 그들의 논지를충돌과 차이 그리고 유사성을 살펴보며 자신의 생각을 더하고 있는 이 책은 뚜렷한 무언가를 목표하며 논의하기 보다는 그들의 사유에 뛰어들어 여러 생각들을 포개보고 다름과 유사성을 찬찬히 알아보고 있다.

 

한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가운데 어떻게 사회 안에서 주체가 되어가는지를 미셸 푸코자크 라캉피에르 르장드르를 가로지르며 분석해나간다저자는 통일된 시점이나 필연성전체성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음을 '야전과 영원'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야기하며오늘날 독자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텍스트와 거리를 둔 해석의 실천과 현실과의 상호작용임을 제안한다.”

 

간단하게 말하든 복잡하게 말하든 어려운 내용이고 쉽게 접근할 수 없어 누군가에게 추천하긴 머뭇거리게 될 것 같다푸코나 라캉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도 난처해하며 읽게 될 것 같고.

 

그럼에도 이쪽 분야에 관심이 아직은 있어서인지 읽기를 멈추게 되진 않았다이해했다는 말은 못해도 나름대로 흥미롭게 읽을 순 있었고.

 

총 3개의 부와 2009년 6월 추가된 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1부에서는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개념적 윤곽을 간략하게 복습하고2부에서는 도그마 인류학을 내세우며 언어와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한 피에르 르장드르를 통해 라캉의 세 가지 주요 개념을 비판하는 동시에 재정립한다3부에서는 라캉 및 라캉학파의 관점정신분석과 사회학인류학의 축이 되는 관점을 근본 개념부터 비판하며 주체화의 구조를 밝히려한 푸코의 궤적을 재구성한다.

긴장감 넘치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이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통렬한 분석과 성찰의 결과이며텍스트에 쓰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텍스트 원리주의에 대한 경고로서 향후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독자들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고도의 지적 경험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우리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삶에 대한 성찰'로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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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 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
이안 부루마 지음, 신보영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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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서 책을 구경하던 중 제목이 눈에 들어와 읽게 된 ‘0은 제목부터 어떤 내용이 다뤄질지 알면서 읽었음에도 꽤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1945년이라는 한 해를 대상으로 세계사를 써내려간 독특한 역사서이자 논픽션 다큐멘터리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안 부루마의 <0>(원제 Year Zero)이 그것이다. '현대세계를 이해하는 데 창문' 격인 이 책은 "전후 1945년에 대한 매우 인간적인 역사", 현대의 많은 성취와 상처가 응징-보복-고통-치유로 이어진 '0(1945)'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다면적이고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2차 대전이 마무리 된 직후의 혼란과 재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잘 살펴보고 있고, 승전국과 패전국 그리고 전쟁을 겪은 수많은 이들이 어떤 처지였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를 다각도로 바라보고 있다.

 

“<0>의 저자는 1945년이 '0(원년)'이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의 종결로 현대세계가 탄생했기에 그렇다. '0=1945'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인류 문명을 새로 재건하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해로, 글로벌 차원의 세계체제 전환이 일어난 때이기도 하다.”

 

탁월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겠으나 어느 정도의 균형을 잡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종전 뒤에 따라온 해방 콤플렉스, 기아와 보복의 만연, 성적 해방, 귀향, 매국노 처벌, 인민재판식 숙청, 전범 재판의 불완전한 정의, 평화와 인권에 대한 희망, 야만의 문명화 등과 같은 결정적 주제들을 비범하게 다뤄나간다. 히틀러 제3제국의 인종말살 정책과 일본 천황제 파시즘의 태평양전쟁, 그리고 미국의 승전으로 이어지는 거대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승전국의 행패와 패전국 국민이 겪었던 고난까지, 세계인의 삶의 다양한 층위에 영향을 미친 ‘1945년의 여파를 세세하게 묘사한다. 전쟁과 전후의 주역은 히틀러도 처칠도 루스벨트도 스탈린도 김일성도 이승만도 히로히토도 아니고 바로 혹독하고 참담한 꼴을 당한 동시대인 모두였다는 사실을, 이것이 과연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응시하는 용기로 역사의 보편성과 개별성을 겸비한 전후의 기억을 되살려낸다.”

 

2차 대전 이후로도 수많은 전쟁이 있었으며 더 잔혹한 경우도 참혹도 있었으나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인지 이 책이 다루는 어떤 끝맺음 직후의 모습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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