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역사의 힘 -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
하워드 진 지음, 이재원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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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워드 진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그의 글에서 묻어나는 특유의 뜨거움을 느끼게 되니 예전 그를 흠모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어쩐지 아득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전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민주주의 후퇴와 소통 부재의 시대에 교수, 역사가, 실천하는 지식인, 인생의 선배로서 하워드 진은 우리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이 책에는 이곳저곳에 기고하고 발표한 글들을 모아두고 있고 시기적으로도 무척 예전(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폭이 넓지만 그의 글이 갖고 있는 일종의 진정성 때문에, 그리고 아직 여전히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음으로 인해 현재적이고 논쟁적인 부분이 많이 있었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강한 호소력이 있다. 1960년대에 쓴 글조차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

 

탁월한 학자이기도 하지만 활발한 활동을 한 실천가이기도 한 그이기 때문에 선거, 교육, 역사 기록, 인종 문제, 홀로코스트, 마르크스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그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무엇인지 얘기한다. 특히 하워드 진 특유의 직설적이고 명확한 어법은 추상적인 이론 대신에 살아 있는 역사를 재구성하는 방식과 어울려 진정한 역사의 힘을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기고문이나 짧은 에세이라는 형식상의 특징에 힘입어 주장은 깔끔하게 전개되며, 다소의 유머까지 적절히 배치되어 읽기에 더욱 편하니 하워드 진의 생각과 글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하게 된다.

 

이 책의 첫째 특징은 기존 역사관과 전혀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하워드 진은 역사 속에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찾으려면 먼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를 통제하는 사람들의 획일화된 시각에서 벗어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숨은 주역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런 아래로부터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진실들을 알게 된다고 하워드 진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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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유왕무 옮김, 이억배 그림 지음, 이억배 그림, 유왕무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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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면서 우화이기도 한, 짧은 분량의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깊게 빠져들게 되는 이 책이 어쩌다 손에 들어오긴 했지만 굳이 읽을 생각 없다가 우연히 펼치게 되었고 순식간에 읽게 되었다.

 

라틴 문학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짙게 느껴지면서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는 좀 더 포근한 느낌을 갖게 해주고 있다. 동화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작가만의 특징이자 개성일수도 있고.

 

갈매기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낯선 존재들이 약속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존재로 화합해가는 여정을 흥미롭게 다뤄내고 있다.

 

오염된 바닷물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된 갈매기가 우연히 만난 고양이에게 알을 보호하고, 새끼가 태어나면 나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하고 결국 죽는다. 이 상황으로부터 갈매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고양이의 여정이 펼쳐지고, 독자들은 그 여정을 통해 해맑은 서정성과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회복이란 우리 시대의 화두와 만나게 된다.”

 

우연을 통해서 고양이와 갈매기가 어떤 사정으로 어머니가 되고 자식이 되는지, 모이고 다투고 합심하며 갈매기를 키워내는 과정과 품을 떠나 하늘로 날아오르기까지 인상적으로 내용을 꾸미고 있다.

 

우화라는 형식과 간결한 문체, 진지한 주제의식과 유머가 절묘하게 통일되었다는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고, “전체적으로 감동, 긴장, 교훈이 적절하게 섞여 있으며, 성인과 어린이 모두 읽어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이야기라는 말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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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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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무얼 다루든 잘 정리해내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종교에 관한 이 책도 종교란 하늘나라에서 인간에게 내려준 것이거나 아니면 완전히 엉터리에 불과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릴 때에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그리고 무신론자들을 향해서 기존의 종교가 가진 미덕들과 제도들은 여전히 가치가 있고 유용하고 위안이 되기 때문에, 무신론자들 각자는 자신의 '신전'을 세우고 그 속에서 사랑, 믿음, 관용, 정의, 절제 등의 미덕을 배우고 실천하게 된다면 쓸모없게 생각되던 종교 또한 어떤 쓰임이 있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설득력과 공감을 하게 해주고 있다.

 

제목부터 어떤 내용을 다룰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예상을 벗어나지 않게 논의를 풀어내고 있다. 그는 일종의 재활용 혹은 재건을 말하고 있고 종교가 갖고 있는 효용성에 대해서 최대한 좋은 방식으로 살펴보고 있으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종교의 쓸모와 어떤 방식으로 써먹을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길 권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일종의 실용주의에 관한 책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다루지만 유대교나 불교 등등도 간간히 살펴보고는 있다. 하지만 어떤 종교를 말하든 긍정성()을 부각시키고 있어 과연 무신론자들에게 얼마나 설득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종교를 잃지 않은 사람들에게, 믿는 신이 있는 사람들이 더 흥미롭게 읽진 않을까?

 

어떤 입장에서 읽게 되든 알랭 드 보통의 논의를 살펴보며 각자의 종교에 대한 입장을 천천히 가다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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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테스트 - 광기의 심연을 가로지르는 기상천외한 모험
존 론슨 지음, 차백만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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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보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구입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인문학 혹은 정신의학 관련 내용이리라 생각했다. 물론,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이런 내용으로 꾸며져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 점에서는 무척 당황스러운 기분으로 읽게 됐다.

 

저자 존 론슨은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 취재대상에 적극 개입, 1인칭 시점으로 기사를 서술하는 방식)’ 스타일로 유명한 논픽션 작가고 사실을 기반으로 써낸 이 소설(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달리 말해야 할 것인지 머뭇거려진다)은 흥미롭게 읽을 순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창작인지 그 구분이 모호해 조금은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게 된다.

 

수수께끼로 시작해서 사이코패스에 관해서, 인간의 광기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광기산업과 사회 지배층에서 찾게 되는 사이코패스 성향까지 사이코패스라는 딱지가 붙여질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있는 이 책은 미치광이를 판단하는 역사를 살펴봄과 동시에 과연 정상이란 무엇이고 비정상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또한, 비정상이 어떤 식으로 돈벌이가 되는지도 살펴보고 있고.

 

얼핏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가 떠올려지기도 하지만 그런 야심만만한 책은 아니고 흥미진진한 추적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나게만 읽을 순 없어도 읽기 시작하면 속도를 내서 뒤따라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으니 사이코패스를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아주 실망스럽진 않을 것 같다.

 

때로는 광기를 조장하는 산업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보여주는 집착과 충동이야말로 그들이 연구하는 사이코패스들만큼이나 미쳐있다는 점이었다. 나아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비교적 제정신인 사람들마저 점차 그들의 가장 극단적인 행동으로 그들의 광기를 규정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정상을 가장하고 우리 안에 숨어있는 사이코패스들의 실체, 그리고 일상성이 광기로 정의되는 폭력의 메카니즘. 한 피스 한 피스 직소퍼즐을 맞춰나가듯 진행되는 론슨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은밀하게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광기의 본질에 근접할 수 있다.”

 

여러 내용들 중에서 위와 같은 부분들이 특히 관심을 가며 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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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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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두번은 들어봤을, 책을 좋아하게 된다면 셀 수 없이 들었겠지만 막상 펼친다면 깊은 좌절에 빠지게 되는(그 책을 흥미롭게 혹은 재미나게 읽었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접한 적 없다) 책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제목과 명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읽길 두려워하거나 주저하는 경우만 허다한 책이고(1권은 대충 읽었고 2권은 읽다 포기했다), 책을 쓴 마르셀 프루스트 또한 위대한 작가만이 아닌 꽤 독특한 삶이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더 알고 싶지도 않았고.

 

항상 적당한 재미와 흥미를 갖게 해주는 알랭 드 보통이 쓴 마르셀 프루스트에 관한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잃어버린...’을 떼어놓고 있진 않지만 그것 보다는 프루스트의 삶 자체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고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잃어버린...’을 좀 더 쉽게 접근하고자 이 책을 읽게 된다면 허탕 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프루스트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사랑에 상처받은 소설 속 주인공의 말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과 작중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처한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친구를 만드는 방법과 성공적으로 고통 받는 방법, 사랑을 인식하는 방법, 첫 데이트 때부터 상대방과 무작정 동침해서는 안 되는 이유 등 여러 삶의 교훈을 정리하였다. 아마존닷컴에서는 이 책을 '문학의 탈을 쓴 자기지침서'라 칭했다

 

소개글처럼 일종의 자기지침서 혹은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그쪽으로 넘어가는 것도 아닌, 경계선을 오락가락하면서 프루스트의 삶과 잃어버린...’를 그리고 그것 말고도 편지와 대화 등등을 언급하며 삶에 관한 교훈과 지혜를 살펴보고 있다. 저걸 저런 식으로 읽어낸다는 어떤 감탄을 하게 된다.

 

그 자신으로서는 무척 고통스러웠겠지만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유별나고 유난스럽기만 한 프루스트의 삶에서 삶의 어떤 걸 얻을 수 있을지 읽어가는 재미는 분명 있지만 과연 그렇게 보는 게 맞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번갈아 해보게 된다.

 

너무 우러러 볼 필요도 없고

너무 얕잡아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나치게 곁에 둘 필요도 없고

너무 거리를 둘 필요도 없듯이...

 

어떤 현명함을 찾아야 할 것이고 이 책은 그것에 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루스트를 그리고 잃어버린...’를 잘 모르기 때문인지 허전한 기분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잃어버린...’을 다시 도전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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