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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평점 :
“졸링겐 출생.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 및 독일 점령 하의 유럽 각지에 있는 유대인의 체포, 강제 이주를 계획 ·지휘하였다. 독일의 항복 후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도망하여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가짜 이름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자동차 공장 기계공으로 은신하고 있다가 1960년 5월 이스라엘의 비밀정보 모사드에 의해 체포당하여 이스라엘로 압송되었다. 1961년 12월 예루살렘의 법정에서 대전 중에 나치스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600만 명의 학살 책임을 추궁당한 끝에 사형판결을 받고 1962년 6월 1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엄청난 악행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생각하던 중, 한나 아렌트가 떠올린 개념이 바로 악의 평범성이다. 아이히만과 같은 선한 사람들이 스스로 악한 의도를 품지 않더라도,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여기며 행하는 일들 중 무엇인가는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식이든 이 책의 요약은 “악의 평범성”일 것이다. 하지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걸 자세하게 따져보는 내용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기도 할 것이다. 어쩐 촌평과 같은 개인적 발언을 마무리로 넣었을 뿐인데, 그게 너무 부풀려지고 그것만 논의되는 느낌도 든다. 그런 점에서 한나 아렌트는 어떤 식으로든 불만스럽게 느껴지진 않았을까? 물론, 그녀로 인해서 촉발된 논의 자체는 무척 중요하긴 하지만.
실제 내용은 일종의 보고서 혹은 감상평이라 할 수 있다. 비난에 가까운 비평이라고도 할 수 있고. “1960년 5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에서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체포된 아이히만은 예루살렘으로 이송돼 특별법정에서 재판”을 받았고, 그 재판에 대한 한나 아렌트가 어떤 식으로 설명-평가하고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한나 아렌트 본인은 아이히만에 대해 어떤 옹호를 할 생각도 없지만 그렇다고 재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정의감에 동조하고 있지도 않다. 멍청한 쇼라고 생각으로 가득한 것 같다. 재판의 부적절함과 부족함을 좀 더 살펴보려고 하는 것 같고.
내용은 재판이 이뤄지게 된 전반적인 배경과 함께 아이히만이 참여한 또는 독일 나치가 어떤 식으로 유대인에 대한 “최종해결책 Endlösung der Judenfrage” 이 논의되고 생각을 발전시켜 우리가 알고 있는 광기로 가득한 학살과 살육이 이뤄졌는지를 큰 틀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다시금 재판의 결말로 향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한나 아렌트는 재판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더 컸던 느낌이 든다. 뭔가 보복과 복수 혹은 어떤 정의를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그게 일종의 촌극처럼 바라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철학자다운 입장이긴 한 것 같다. 그런 거리두기가 어떤 처벌과 정의를 내세우는 사람들로서는 불만스럽기만 할 것이고.
참관의 과정에서 느꼈던 불만스러운 생각이 “세 가지의 무능성 -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그리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으로 구분하고, 이로부터 '악의 평범성'이 생겨나는 과정을 분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진 않았을까?
참고 : 번역에 어떤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그렇게 쉽게 읽히지는 않는 글이다. 제대로 된 번역인지 의문스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 한나 아렌트의 글재주가 별로일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