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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Watchmen 2 - 시공 그래픽 노블 ㅣ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참고 : http://acomics.co.kr/archives/17835#.U8rq4UDSxNY
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78144072
왓치맨 – 1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067280084
1권에서 이어지는 2권은 그동안 코스튬 히어로 생활을 그만두고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나이트 아울이 자신의 무기력하기만 한 삶에 대한 회의에서 벗어나 곁에서 그를 응원하는 실크 스펙터와 다시금 코스튬 히어로 활동을 재개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스스로를 옥죄듯이 지내던 나이트 아울이 코스튬 히어로 생활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무기력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게 된다는 내용과 함께 성적인 무기력에서도 벗어난다는 설정은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되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서 진행되고 있는데, 나이트 아울을 통해서 조금씩 진실에 다가서고 있고, 나이트 아울이 로어셰크를 탈옥시키면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 같았지만, 다시금 닥터 맨해튼을 등장시키며 로어셰크-나이트 아울, 닥터 맨해튼-실크 스펙터로 분할시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시간이 미래와 과거가 하나로 겹쳐져 있다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닥터 맨해튼과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척 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닥터 맨해튼에게 질릴 만큼 질려버린 실크 스펙터의 갈등을 ‘왓치맨’은 무척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그런 갈등과 함께 실크 스펙터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함께 다루면서 감춰졌던 혹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진실을 알게 되어 괴로움에 빠진 실크 스펙터와 그런 실크 스펙터의 모습을 바라보며 삶과 생명의 의미에 대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 닥터 맨해튼의 모습은 약간은 주된 이야기의 진행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지만 코미디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기도 하고, 과거의 코스튬 히어로들의 복잡한 관계들과 닥터 맨해튼을 통해서 무의미함에서 의미 있음으로 다시 생각하도록 만드는 내용도 함께 구성시켜서 느슨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핵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상황은 악화되어가고, 로어셰크와 나이트 아울은 코미디언의 죽음부터 시작된 모든 음모가 한때는 그들의 동료였고,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 중 하나인 오지맨디아스가 꾸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막바지로 치닫는다.
로어셰크의 의미심장한 마지막 일기와 그동안의 삶에 대해서 얘기해주는 오지맨디아스, 그들이 벌이는 결투와 함께 어떤 이유로 지금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계획했는지 그리고 실행했는지를 알려주며 지금까지 느껴졌던 수많은 궁금증들을 하나씩 해소해주고 있고,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오지맨디아스의 결과물은 한꺼번에 모든 진실을 알려주고 있으면서도 충분한 설명과 함께 놀라운 상황을 맞이하게 만든다.
너무나 엄청난 규모의 음모였고,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농담처럼 느껴지기만 한 계획이었는데, 이야기의 진행에서 조금씩 흘려주던 조각난 사실들이 하나로 합쳐지니 당혹스러운 진실로 펼쳐지게 된다.
그래픽 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영화에 비해서는 좀 더 각자의 입장을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논의들과 타협들을 좀 더 생각해가며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가 만들어내는 결말에 비해서 좀 더 여러 생각들을 해볼 수 있었는데, 여전히 오지맨디아스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런 계획을 실행하게 되기까지의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지만 그걸 실제로 저질렀다는 점에 로어셰크와 마찬가지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저질러진 상황에서 로어셰크와 같이 끝끝내 진실에 등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커지겠지만, 단호하게 진실을 폭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그게 아니면 나이트 아울이나 닥터 맨해튼과 같이 거짓된 진실이고 추악한 평화이지만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무척 고민된다.
결국 코미디언처럼 애초부터 현실에 대해서 냉소하고 비웃듯이 살아가는 것이 옳은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로어셰크처럼 구역질나는 현실에 고개를 돌리고 싶으면서도 그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하거나 등 돌리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더 적절한 방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워낙 여러 내용들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작품이고, 방대한 정보로 가득한 내용이라 한번으로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작품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반복해서 읽게 만드는 매력도 있고, 좀 더 음미하며 천천히 읽어나가게 만드는 힘도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열혈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유도 쉽게 납득하게 되고.
좋은 작품이고, 그래픽 소설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읽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