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축 - 꽤 인간적인 그래서 예술적인 건축 이야기
최준석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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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건축에 대한 관심을 자주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알고 있는 것들이 무척이나 적고 부족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들이 없기 때문에 그 관심은 대부분 그냥 손에 쥐어지는 책들 아무거나 읽으면서 널리 알려진 건물들을 직접 보는 수준(혹은 사진들로 확인하는)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그냥 호기심이 가고 관심이 가게 되어서 그런지 눈과 생각이 머물게 되는 것 같다.

이것저것 읽기는 하지만 그다지 늘지는 못할 것 같고, 그냥 열심히 뭔가 읽거나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어차피 뭘 얻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관심이 계속해서 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조바심이 생기거나 큰 욕심을 부리진 않게 된다.

 

한동안 건축과 관련된 책들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 여러 책들을 구하게 되어서 다시 읽어보려고 하고 있는데, ‘어떤 건축은 그중에서 가장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으로 보여 제일 먼저 펼쳐 읽게 되었다.

 

저자는 건축 쪽 일을 하면서도 여러 학문과 영역(문학, 영화, 그림 등등)에 대한 관심도 잃지 않았기 때문인지 다양한 관심들을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건축에 함께 녹여서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문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하고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건축에 대해서 단순히 기술적으로() 접근하거나 단순히 무언가를 어떤 식으로 만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종합적인 학문적 이해가 있어야만 진정한 건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입장 속에서 다가가고 있는, 저자의 입장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옹호하고 (그런 해석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읽혀지게 된다.

 

저자는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건축물이) 한국의 유명 건축들이고 그것들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이해 그리고 해석을 해내고 있고, 그 과정에서 그림, 문학과 영화 그리고 개인적인 추억과 기억들을 함께 얘기를 하고 있어서 읽는 이들이 쉽게 건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다.

 

짧은 분량의 내용들로 여러 건축들을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읽혀질 수) 있으며, 한국의 유명 건축들과 함께 간간히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축들도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재미나게 그리고 몰랐던 내용과 정보들도 접할 수 있기도 해서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좀 더 자세하고 상세하게 다뤄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고, 정작 해당하는 건축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닌 저자의 감상 자체에 더 몰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혹은 좀 더 상세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간략하거나 겉도는 식으로만 논의가 되고 있어서) 더러 아쉬운 부분들이 찾아지게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흥미롭게 다양한 건축들에 대한 설명을 접할 수 있어서 건축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이 생기게 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내용들이 많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어떤 것을 설명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어떤 예들을 꺼내면서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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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판한다 - 마이크 해머 시리즈 1 밀리언셀러 클럽 30
미키 스필레인 지음, 박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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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이제는 이런 말도 지겹다) 이것저것 아무 작가의 책이든 (그게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이라면) 찾아 읽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미키 스필레인의 내가 심판하다의 경우도 뚜렷하게 그의 작품을 읽어 볼 생각으로 읽게 된 것이 아닌 범죄소설에 대해서 검색을 하다가 눈에 들어와 찾아 읽게 되었다.

 

쉽게 말해서 우연과 운이 좋았다.

 

미키 스필레인은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꼽혀진다고는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적어 별다른 정보 없이 내가...’를 읽게 되었고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미키 스필레인의 작품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적기 때문에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이런 성향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내용과 등장인물 그리고 시대를 배경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내가...’는 살인사건과 이어지는 (계속되는) 살인()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만이 아닌 일종의 복수극이기도 하고 마이크 해매라는 거칠고 난폭한 (전형적인 터프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남성이 어떤 식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혹은 범죄와 배신 그리고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살아가고 활약을 벌이게 되는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에 개입하고 해결을 하게 되는지를 생동감 있게 읽혀지도록 하고 있다.

 

마이크 해머라는 주인공은 무척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무모하고 저돌적인 거칠고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듬을 수 없으며 조직체계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으로도 보여주는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심한 모습 또한 보여주기도 하는 그저 분노와 무절제로 가득하기만 한 모습이 아닌 영리함과 (탐정으로서의) 재능 또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양한 모습들이 겹쳐져 있지만 우선해서는 마이크 해머의 과격한 모습들이 더 많이 기억에 남게 되는 것 같다.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기 보다는 단순함을 좀 더 강조하고 있고, 남성적인 우정과 의리에 대해서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는 등 낭만적인 모습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시대가 어떤 남성성이 요구되고 있었는지를, 혹은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주인공들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내가...’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으로서는 거칠고 잔혹한 폭력과 성에 관한 묘사에 대해서 그리 잔혹하지도 혹은 질펀한 (성에 관한) 묘사도 느껴지진 않지만 아마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이고 과격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적나라하고 생생한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더 알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뭔가 폭발할 것 같은 격앙된 감정과 분위기 속에서 (하지만 반대로 그 분노는 되도록 폭발되지 않고 있으며 차분함을 계속해서 지켜내고 있다. 대화 속에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고 마지막에서도 분노의 폭발보다는 냉정함 속에서 자신의 결론과 생각을 그리고 실행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고, 주인공 마이크 해머의 행동 또한 무척 강인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거나 조심스럽게 수사를 진행하기 보다는 절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 절차를 무시하고 곧장-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무척 신선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진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 그 과격함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참신하기만 하다고 말하고 싶기는 하지만 이야기 구성에서는 어쩐지 고전적인 구성을 찾게 되기도 하는데(확인하게 되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구성을 찾게 되는 경우, 이를테면 살인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한명씩 죽게 된다는 설정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사망자들이 하나의 느슨한 연결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소 헐겁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느슨한 연결을 알아내고 범인을 밝혀지게 되는 과정에서 자세히 그렇게 밝혀지게 되는 내용들을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정하게는 고전적인 방식을 그대로 이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이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들, 그리고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도시의 어둠과 등장인물들의 겉모습과는 다른 뒷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폭력과 성에 관해서 노골적이라는 점에서는 새로운 특징들을 찾을 수 있겠지만 범죄의 진행과 해결방식은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는 그 이어냄보다는 새로운 파격이 더 기억나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방식의 폭력들과 노골적인 성적인 유혹과 상상들의 경우는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계속해서 사랑을 고백하던 사람에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다음 특별한 갈등 없이 총구를 겨눈다는 것과 그 겨눔과 함께 복수의 완성에 어떤 고민도 찾을 수 없다는 점, 여성들에 관한 묘사에서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기 보다는 매력을 강조하고 (특히 성적인 매력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 있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그리고 성적인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 등 다른 작품들과는 분명 다른 개성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복잡한 내면의 갈등을 다루기보다는 거칠고 무모함을 더 앞세워 놓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당시의 주인공들의 특징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고, 그 거친 매력과 공격적인 성향이 어쩌면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내면-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아직은 덜 다듬어졌으며 서서히 다듬어져가는 그 시대의 남성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범죄에 대한 경멸

사회악에 대한 적극적인 증오

부패, 탐욕, 마약, 섹스

복수에 대한 맹세

고전적인 남성들 사이의 우정과 의리

 

감정을 억누르거나 참아내지 않고 마구잡이로 제멋대로 행동하는 주인공 마이크 해머지만 그는 그렇게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아닌 여성에 대해서 어떤 상황에서는 신중하고 단순히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서만 상대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 다가가는 모습도 보여주는 등(성적인 욕망에만 사로잡혀 있지만은 않은, 어떤 참을성도 보여준다) 마이크 해머라는 주인공에게 여러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담아내고 있으며), 도시를 누비고 활보하는 모습에서 도시의 이면 어둡고 추악한 도시의 민낯을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범죄소설-하드보일드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범죄소설-하드보일드 작품에서 자주 다뤄지고 있고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 집착하는 것이 아닌 어째서 왜 죽였는지를 그리고 그걸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살인범이 아닌 살인동기가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는 내가...’는 하나의 원형을 만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고 흥미로운 결과물을 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근데, 그럼에도 내가...’에서 특별한 재미나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뒷부분에 수록된 해설처럼 그것은 다른 작가들이나 영화 제작자들이 (미키) 스필레인의 작품이 나온 후에 그 기법을 수없이 차용하여 이미 이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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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시옹 현대사상의 모험 5
장 보드리야르 지음, 하태환 옮김 / 민음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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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때문에 알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영화로 인해서 (영화 때문에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장 보드리야르의 대표적인 저서 중 하나인 시뮬라시옹(정확하게는 아마도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일 것이다)’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될 때에는 빠지지 않게 되는 저서일 것이고 브드리야르에 대해서 말하게 될 때에도 빼놓을 수 없는 저서일 것이다.

 

대학생 시절 이미 읽어봤기는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황홀경에 빠진 듯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될 때도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우울함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약간은 저자의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놓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느끼던 방식 보다는 조금은 다르게 읽혀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생각에 취해서, 자신이 알게 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이해-분석-진단)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생각에 취한 것 같다는 생각은 여전히 느껴진다.

 

시뮬라시옹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한 책이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고 설명하기 때문에 더 잘 설명할 자신도 없고 더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자신도 없다. 단지 첫 번째 내용인 시뮬라크르들의 자전에서 논의하듯 이제는 실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시뮬라크르만이 존재하는 세상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인식해야 할 것인지를 (어쩐지 선동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모르던 것들을 알아냈다는 듯이 열광하며 떠들어대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다양한 방식-사례들로 자신의 생각을 반복하며 전달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관심을 기울일 논의들도 있고 변화된 세상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다고 생각되지만 지나치게 과장하고 단정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되는데, 그런 과도함과 과격함은 아마도 지금까지의 세상에 대한 인식과 이해와 단절하기 위해서 좀 더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인 구조나 자본, 계급 등으로 분석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렇게 제시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를 나열하듯 자신의 이해를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시도이고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 접근을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애매한 입장에 머물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애매함은 더는 실재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고집스럽게 인정하기 싫기 때문인 것일까? 그게 아니면 너무 충격적이라 그걸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일까?

 

어쨌든 소비의 시대에서 그리고 그 소비가 더욱 극단화되고 극렬해지는 시대에서 여전히 보드리야르의 진단은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유효한 점들이 많을 것이고, 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보이고 드러나게 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혀지게 되는 것 같다.

 

숫자와 이미지 그리고 기호들로 둘러싸인 세상을 생각해보게 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것만으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인지(아직은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인지) 조금은 조심스럽게 이해하고 싶어지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보드리야르는 일종의 허무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고, 그 허무주의에 취해서 열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알게 된 허무주의를 설파하고 그 허무주의 속에서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허무주의를 넘어서거나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이런 질문에 그런 생각 자체가 그릇된 생각이라고 반박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벗어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이미 그 세상 안에 존재하고 있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세상을 우리들에게 알려주는 시뮬라시옹은 예언하듯 발견하듯 진단하듯 우리들에게 지금 세상을 낱낱이 까발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실재 없는 세상에 대한 인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떤 단면과 평면만을 보면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공상과학소설일 뿐이라고 대놓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매몰차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읽다보면 한숨이 나오긴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기 보다는 좀 더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 속에서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이해력이 떨어진다고 혼나겠지만.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생각을 확인시켜주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걸 그대로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조금은 헷갈려지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흥미롭게 읽혀지게 된다.

 

너무 현란하고 선정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언뜻 드는데, 마치 갑작스럽게 떠올려진 생각이 끊어지지 않도록 쉴 새 없이 떠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지친 듯 고개를 숙이고 음울한 독백을 하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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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15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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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 가진 것은 어리석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는 만족하지 않는 까다로운 사람들조차도 자기 안의 어리석음을 없애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들 중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것은 아무래도 장미의 이름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들 중 가장 먼저 접하게 된 책이었고, 그의 박식함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기도 해서 움베르토 에코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다시금 꺼내 읽게 되었다.

 

그의 죽음 때문에 그동안 읽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을 (번번이 미루기만 했던 것을) 이제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주간지 및 기타 등등의 이유로 발표되었거나 작성했던 글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짧게 간추려진 내용들로 꾸며져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으며 되도록 가볍게 쓰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저자의 글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편한 기분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잡글들의 모음이라고 말할 수 있음에도 그 내용들 중에서 재치와 재미 그리고 조롱과 야유만이 아닌 가볍지만 결코 가볍게만 생각할 수 없는 시선들 또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아마도 2000년 어느 때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에는 때때로 재미난 내용들도 있었지만 도통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애매한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면, 이번에 다시 읽으니 좀 더 흥미롭게 읽혀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한결 좋은 기분에서 읽게 되었다.

 

그나마 아는 것들이 조금이라도 늘었기 때문에 읽으며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하듯 패러디를 통하여 어떤 과장을 그리고 순수한 재미를 찾으면서도 우리들이 익숙하게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것들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고 한편으로는 조롱과 야유를,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스스로 웃음거리를 만들기도 하면서 무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들고 있다.

 

냉소가 감돌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싸늘한 웃음이 기분 나쁜 수준까지는 아니고 (비웃음으로 느껴지진 않고) 푸근하면서도 날카로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껄끄럽게 읽혀지진 않고 있으며, 뒷부분에 가서는 철학적인 내용들을 비꼬고 뒤틀고 있는 부분들의 경우는 조금은 인문학적인 내용들에 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만 그의 뒤틀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웃기지도 않을 것 같은데, 아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농담이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지적 허영일지도 모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시도로 가득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앞선 재미와 뒤틀기를 목적에 둔 글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오히려 추억과 회상에 잠겨 있어 보이는 고향 알렉산드리아에 관한 내용이 좀 더 인상적이었는데, 예전에는 추억에 관한 내용들에서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읽었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더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 관심이 혹은 나이가 들었음이 어떤 변화를 만들게 되는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워낙 박식함으로 널리 알려진 움베르토 에코이지만 그의 소설들도 많이 읽지 못했으며, 기호학과 관련한 논의들은 아예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의 업적들에 관해서 무지하기 때문에 그저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곁눈질하면서 무언가를 말하게 되기는 하지만 천천히 그의 여러 관심들을 알아가며 내 관심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 : 가볍게 썼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 가벼움이 아무리 가벼워도 나와 같은 사람이 생각하는 깊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그저 부럽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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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역사 2 : 쾌락의 활용 나남신서 411
미셸 푸코 지음, 문경자.신은영 옮김 / 나남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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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38915915

앎의 의지 / 지식의 의지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617132934





항상 미셸 푸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때마다 들게 되는 생각은 어째서 성의 역사 2권부터, 즉 2권 ‘쾌락의 활용’과 3권 ‘자기에의 배려’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적은 것일까? 였다.


‘광기의 역사’나 ‘감시와 처벌’과 같은 내용과 관련해서는 항상 자주 거론되는 경우가 많고 여전히 그 논의를 다시금 검토하고 지금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이전 저서들에 비해서 그가 죽기 전까지 붙들고 있었던 성의 역사와 관련된 논의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논의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게 아니면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지만 그게 그다지 관심을 주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일까?


역자의 말대로 어떤 형태로 성행위가 도덕적 영역을 이루게 되었는지에 관한 논의로 가득한 ‘쾌락의 활용’이 그다지 관심이 들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에는 (항상) 푸코의 논의는 무척 의미심장한 부분들도 많고 지금 시대를 생각하며 고대 그리스 시대를 돌이켜 봤을 때 흥미로운 구석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스꽝스럽게 말한다면 ‘쾌락의 활용’을 통해서 자기에 대한 관리에서 시작해서 절제력에 대해서 그리고 최종적으로 권력과 지배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결국에는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제력과 규범과 도덕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는지를, 지배를 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자기 자신을 절제하며 지켜내게 되었던 것인가? 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되는 ‘쾌락의 활용’은 푸코가 항상 그랬듯이 흥미로운 논의들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처럼-생각처럼 쉽게 읽혀지지는 않고 있고, 간혹 글을 읽다 논의의 핵심을 놓치거나 헤매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게 되기도 해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관점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푸코는 자신의 논의와 연구의 방향이 ‘앎의 의지 / 지식의 의지’에서 다뤘던 방식에서 많이 벗어났음을, 다른 각도에서 다른 접근을 하려고 했음에 대해서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서론을 통해서 어째서 그런 입장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그 설명 이후 그가 말하는 존재의 기술에 대해서 새롭게 접근을 하고 있다.


결국에는 도덕적 엄격함이라는 것이, 지금과 같은 종교적 도덕적 엄격함이 어떤 식으로 스스로의 선택과 입장에서 하나의 형식으로 규범-양식화로, 더 직접적으로 말해서 강제적으로 다뤄지게 되는 과정(강제성을 갖게 되는지를)을 철저하게 탐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정하고 생각하던 입장에서 어떻게 규범을 준수해야 하는 일종의 강제적인 성격을 보이게 되었는지를, 상대적 자율성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그 뒤바뀜의 과정을 고대 그리스 시대를 통해서 확인하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쾌락을 인식했는지에 대해서, 그 다양한 성격들과 특성들을 자세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남성과 남성-소년의 사랑(여성과 여성의 사랑은 크게 다뤄내지 않고 있다)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려고 했고 생각했는지에 관해서 자주 검토하고 있다.


푸코는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자기 지배에 대해서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을 다시 말해서 절제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양생술, 가정관리술, 연애술에 대한 상세한 논의들을 통해서 자기 스스로 절제하고 관리하게 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확인하고 있다.


주체가 어떤 식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게 되고 그것이 변화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개인과 가정 그리고 국가가 어떤 식으로 개입되게 되는지

상대적 유연함이 어떤 식으로 경직되고 공고하게 되는지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를 하게 되는지

남성과 남성-소년의 관계는 또 어떻게 변화를 겪게 되는지

지배와 피지배에 있어서 자제력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게 어떻게 권위를 갖게 되는지


자기 스스로에 대한 강제력과 절제가(상대적 유연성과 자율성이) 하나의 규정된 틀로, 정해진 규범으로 외부의 강제와 절제로 이행하는 과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를 자세하게 탐구하는 ‘쾌락의 활용’은 반드시 이런 식으로만 이해하며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읽어내기에는 아직은 부족하기만 한 능력 때문인지 그저 읽어봤을 뿐이라고 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좀 더 잘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니... 그저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의 생각들을 좀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 조금은 새롭게 생각하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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