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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판한다 - 마이크 해머 시리즈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30
미키 스필레인 지음, 박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개인적으로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이제는 이런 말도 지겹다) 이것저것 아무 작가의 책이든 (그게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이라면) 찾아 읽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미키 스필레인의 ‘내가 심판하다’의 경우도 뚜렷하게 그의 작품을 읽어 볼 생각으로 읽게 된 것이 아닌 범죄소설에 대해서 검색을 하다가 눈에 들어와 찾아 읽게 되었다.
쉽게 말해서 우연과 운이 좋았다.
미키 스필레인은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꼽혀진다고는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적어 별다른 정보 없이 ‘내가...’를 읽게 되었고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미키 스필레인의 작품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적기 때문에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이런 성향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내용과 등장인물 그리고 시대를 배경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내가...’는 살인사건과 이어지는 (계속되는) 살인(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살인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만이 아닌 일종의 복수극이기도 하고 마이크 해매라는 거칠고 난폭한 (전형적인 터프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남성이 어떤 식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혹은 범죄와 배신 그리고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살아가고 활약을 벌이게 되는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에 개입하고 해결을 하게 되는지를 생동감 있게 읽혀지도록 하고 있다.
마이크 해머라는 주인공은 무척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무모하고 저돌적인 거칠고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듬을 수 없으며 조직체계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으로도 보여주는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심한 모습 또한 보여주기도 하는 그저 분노와 무절제로 가득하기만 한 모습이 아닌 영리함과 (탐정으로서의) 재능 또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양한 모습들이 겹쳐져 있지만 우선해서는 마이크 해머의 과격한 모습들이 더 많이 기억에 남게 되는 것 같다.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기 보다는 단순함을 좀 더 강조하고 있고, 남성적인 우정과 의리에 대해서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는 등 낭만적인 모습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시대가 어떤 남성성이 요구되고 있었는지를, 혹은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주인공들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내가...’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으로서는 거칠고 잔혹한 폭력과 성에 관한 묘사에 대해서 그리 잔혹하지도 혹은 질펀한 (성에 관한) 묘사도 느껴지진 않지만 아마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이고 과격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적나라하고 생생한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더 알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뭔가 폭발할 것 같은 격앙된 감정과 분위기 속에서 (하지만 반대로 그 분노는 되도록 폭발되지 않고 있으며 차분함을 계속해서 지켜내고 있다. 대화 속에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고 마지막에서도 분노의 폭발보다는 냉정함 속에서 자신의 결론과 생각을 그리고 실행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고, 주인공 마이크 해머의 행동 또한 무척 강인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거나 조심스럽게 수사를 진행하기 보다는 절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 절차를 무시하고 곧장-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무척 신선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진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 그 과격함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참신하기만 하다고 말하고 싶기는 하지만 이야기 구성에서는 어쩐지 고전적인 구성을 찾게 되기도 하는데(확인하게 되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구성을 찾게 되는 경우, 이를테면 살인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한명씩 죽게 된다는 설정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사망자들이 하나의 느슨한 연결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소 헐겁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느슨한 연결을 알아내고 범인을 밝혀지게 되는 과정에서 자세히 그렇게 밝혀지게 되는 내용들을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정하게는 고전적인 방식을 그대로 이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이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들, 그리고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도시의 어둠과 등장인물들의 겉모습과는 다른 뒷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폭력과 성에 관해서 노골적이라는 점에서는 새로운 특징들을 찾을 수 있겠지만 범죄의 진행과 해결방식은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는 그 이어냄보다는 새로운 파격이 더 기억나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방식의 폭력들과 노골적인 성적인 유혹과 상상들의 경우는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계속해서 사랑을 고백하던 사람에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다음 특별한 갈등 없이 총구를 겨눈다는 것과 그 겨눔과 함께 복수의 완성에 어떤 고민도 찾을 수 없다는 점, 여성들에 관한 묘사에서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기 보다는 매력을 강조하고 (특히 성적인 매력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 있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그리고 성적인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 등 다른 작품들과는 분명 다른 개성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복잡한 내면의 갈등을 다루기보다는 거칠고 무모함을 더 앞세워 놓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당시의 주인공들의 특징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고, 그 거친 매력과 공격적인 성향이 어쩌면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내면-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아직은 덜 다듬어졌으며 서서히 다듬어져가는 그 시대의 남성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범죄에 대한 경멸
사회악에 대한 적극적인 증오
부패, 탐욕, 마약, 섹스
복수에 대한 맹세
고전적인 남성들 사이의 우정과 의리
감정을 억누르거나 참아내지 않고 마구잡이로 제멋대로 행동하는 주인공 마이크 해머지만 그는 그렇게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아닌 여성에 대해서 어떤 상황에서는 신중하고 단순히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서만 상대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 다가가는 모습도 보여주는 등(성적인 욕망에만 사로잡혀 있지만은 않은, 어떤 참을성도 보여준다) 마이크 해머라는 주인공에게 여러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담아내고 있으며), 도시를 누비고 활보하는 모습에서 도시의 이면 어둡고 추악한 도시의 민낯을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범죄소설-하드보일드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범죄소설-하드보일드 작품에서 자주 다뤄지고 있고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 집착하는 것이 아닌 어째서 왜 죽였는지를 그리고 그걸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살인범이 아닌 살인동기가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는 ‘내가...’는 하나의 원형을 만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고 흥미로운 결과물을 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근데, 그럼에도 ‘내가...’에서 특별한 재미나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뒷부분에 수록된 해설처럼 “그것은 다른 작가들이나 영화 제작자들이 (미키) 스필레인의 작품이 나온 후에 그 기법을 수없이 차용하여 이미 이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