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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 루이 알튀세르 자서전
루이 알튀세르 지음, 권은미 옮김 / 이매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한때는 한국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한다는 모든 학생들과 교수들이 알튀세르를 파고들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론도 철학도 유행 따라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알튀세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시대착오적이거나 엉뚱한 사람으로 오해되기 쉬울 것 같다. 즉 알튀세르는 지금 현재에도 중요한 사상가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철학사의 한 페이지를 할애하면 되는 수준으로 잊혀지고 있다.
게다가 정신착란으로 인해 자신의 아내를 죽인 그의 개인적인 삶 때문에 알튀세르는 역사가 되어버린 맑스주의자라는 것에 더해져서 얘기를 꺼내는 것이 금기시 되는 철학자가 되어버렸고 그의 많은 논의들은 격하되거나 침묵을 강요받게 되었다.
아무리 날카로운 분석과 의미 있는 논의였다고 해도 정신병자가 떠들었던 장광설이라는 식으로 그의 논의는 쉽게 묵살되었고 침묵을 강요당했던 알튀세르 본인은 길고 긴 10년간의 침묵을 뒤로하고 발표한 자서전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 평소 자신의 철학적 논의처럼 집요할 정도로 분석하고 파고들고 있다.
해설에 나와 있듯이 약간은 실제 사실과는 차이가 있어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기는 하겠지만 충분히 그는 자신의 삶을 과감하게 들어내고 있고, 자신의 삶과 그리고 동료들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이론과 사상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의미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그가 자신의 철학적 사고방식과 논의의 날카로움이 자신의 삶과 어떤 영향관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로 읽혀질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을 (모든 것이 사실이지는 않지만) 철저하게 분석해내고 있는 그의 분석력과 마지막에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긍정성은 한번쯤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비관적인 입장을 갖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은 의외로 삶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알튀세르의 경우도 결국 삶을 긍정하며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하려 한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의 마지막 문장을 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내려진 결론이기 때문에 더 오랜 울림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삶이란 그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
나는 지금 예순 일곱 살이다.
그러나 마침내 지금, 나 자신으로서 사랑 받지 못했기 때문에 청춘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곧 인생이 끝나게 되겠지만, 젊게 느껴진다.
그렇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