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제국 당대총서 14
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 당대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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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하워드 진의 ‘오만한 제국’을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으나, 읽는 동안 그의 날카로운 지적들에 너무 뒤늦게 그를 알게 되었다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의 다른 저작들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이라는 책의 부제 그대로 하워드 진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믿고 있었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얼마나 거짓된 것이었고 수많은 투쟁을 통해서 얻어낸 것인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그는 그러한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례들과 관련 공문 및 인터뷰를 인용하고 있고, 그의 의견에 동의를 하든 아니든 간에 그의 주장이 날조되었다거나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하게 말해서는 그의 전반적인 논의는 마키아벨리로 대표되는 현실주의에 대한 반박으로 이루어져있고, 세부적으로는 인간의 폭력성과 회의주의에 대한 반박과 2차 세계 대전 및 그 외의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분위기나 정치적인 심판을 내리는 법에 대한 문제제기와 시민불복종에 대한 옹호, 미국 사회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계급문제와 미디어와 언론의 자유, 인종문제 까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은폐되고 있는 문제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지적이 학문적으로만 다가가지 않게(즉 읽는 사람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최대한 명료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다.

 

철학적이고 모호한 느낌이 묻어나는 글들을 자주 읽었기 때문에 하워드 진이나 촘스키와 같이 보다 직접적이며 명확한 문장들을 읽으니까 그동안 너무 뜬구름을 잡으려는 글들만 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만한 제국’을 읽는 동안 그가 미국인들에게 그들이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폭로하기 위해 쓴 글이라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지금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들이 얼마나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지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지적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현재 한국에서도 유효한 것 같고 그가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렵고 힘들겠지만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투쟁하고 맞서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듯이 누구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할 것 같다.

 

물론... 항상 그렇듯이 마음만 앞설 뿐이다.

그의 신념에 차있고 명료한 문장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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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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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을 돌리다가 실수로 선택하게 되는 ebs 방송이지만 가끔은 괜찮은 방송들을 볼 수 있다. 고전영화라든지 소규모 라이브 공연과 같은 것들은 꽤나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하는데 그런 재미를 안겨주는 프로그램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지식채널e’인 것 같다.

 

5분 내외로 짧은 시간 동안에 뮤직비디오와 같은 화면전환과 편집들 그리고 영상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시각과 청각을 장악한 다음에 간결한 자막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다가서면서도 깊은 인상을 갖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고, 처음에는 얼마 있지 않아서 제작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나름대로 나와 같이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지 여전히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주고 있고, 이렇게 단행본으로도 출판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5분 내외로 모든 것을 전달하려고 한다는 것에 인스턴트 시대의 인스턴트 지식이라는 비판이 가능도 할 것 같은 ‘지식채널 e’는 짧은 시간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우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누구나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적절한 시각으로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때로는 알고 있던 것도 있지만 때로는 전혀 모르는 것들도 있었고, 때로는 보고 잊어버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한 인상에 관련 내용을 인터넷과 책을 통해서 보다 자세하게 찾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5분으로 모든 것을 말하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을지라도 지식이 아닌 상식으로 알아야 할(혹은 알고 있어야 할) 많은 것들을 쉽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프로그램 그리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그렇듯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알아서 자신의 관심사를 보다 깊게 파고들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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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 백의신서 53
변지현 / 백의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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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책방에서 구하게 되어서 묵혀두다가 조금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던 도중에 생각이 나서 읽게 되었다. 그다지 쉬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머리를 쥐어짜며 읽을 필요는 없었다.

 

옥타브 마노니는 ‘프로이트’를 통해서 프로이트의 사상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기 보다는 그가 개인적으로 프로이트의 저작을 읽으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강조점을 두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이트를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다룬 이론서라기보다는 프로이트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에서 적어 내려간 연구초고와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든다. 혹은 메모장과 같은 느낌이랄까?

 

어떻게 보면 산만하고 어떻게 보면 프로이트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느끼기도 하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연구초고와 같은 내용이기 때문에 다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식으로 본다면 무성의함도 느낄 수 있다. 아쉽게도 그는 맑스가 아니기 때문인지 연구초고로만으로는 많은 것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특별히 프로이트의 저작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한 다음에 내용을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읽었다고 가정을 한 다음에 독특한 점이나 그의 이론의 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이트의 저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 같다.

프로이트의 저작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프로이트의 저작에서 어떤 점들을 중요시하고 있는지 그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대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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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프로이트 전집 1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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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에 걸쳐서 겨우겨우 프로이트 전집을 다 읽어내었다. 전집에 포함되지 않은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과 몇몇 책들이 더 있겠지만 어쨌든 전집으로 출판된 프로이트 저서들은 다 읽었으니 나름대로 프로이트에 관해는 꽤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이정도로 읽었는데도 생각하면 할수록 그의 논의와 정신분석에 대해서 더 뚜렷하게 떠올려지기 보다는 보다 복잡하고 난해하게 다가와서 문제인 것 같다.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에서는 프로이트가 그동안 임상을 통해서 경험한 사례들을 이론적으로 다듬는 작업들을 정리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정신분석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화와 함께 무의식과 죽음 충동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때문에 정신분석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세심하게 읽을 필요가 있으며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실제 임상 사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복잡하고 난해한 느낌만 남을 것 같다.

 

프로이트 자신이 겪은 실제 임상 사례들과 자신과 함께 정신분석학을 개척하고 있던 동료들의 글들을 통해서 정신분석을 학문적으로 보다 이론화와 정교화 시키면서도 이론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부분인(혹은 당시에는 여전히 프로이트 본인도 명확하게 판단내리지 못한) 무의식과 죽음충동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과 죽음충동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세하게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또한 그동안 개진하였던 ‘무의식-전의식-의식’에서 ‘이드-자아-초자아’로 정신구조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진행하기 때문에 전기와 후기의 프로이트 이론에 대해서 명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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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 루이 알튀세르 자서전
루이 알튀세르 지음, 권은미 옮김 / 이매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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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한국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한다는 모든 학생들과 교수들이 알튀세르를 파고들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론도 철학도 유행 따라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알튀세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시대착오적이거나 엉뚱한 사람으로 오해되기 쉬울 것 같다. 즉 알튀세르는 지금 현재에도 중요한 사상가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철학사의 한 페이지를 할애하면 되는 수준으로 잊혀지고 있다.

 

게다가 정신착란으로 인해 자신의 아내를 죽인 그의 개인적인 삶 때문에 알튀세르는 역사가 되어버린 맑스주의자라는 것에 더해져서 얘기를 꺼내는 것이 금기시 되는 철학자가 되어버렸고 그의 많은 논의들은 격하되거나 침묵을 강요받게 되었다.

아무리 날카로운 분석과 의미 있는 논의였다고 해도 정신병자가 떠들었던 장광설이라는 식으로 그의 논의는 쉽게 묵살되었고 침묵을 강요당했던 알튀세르 본인은 길고 긴 10년간의 침묵을 뒤로하고 발표한 자서전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 평소 자신의 철학적 논의처럼 집요할 정도로 분석하고 파고들고 있다.

 

해설에 나와 있듯이 약간은 실제 사실과는 차이가 있어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기는 하겠지만 충분히 그는 자신의 삶을 과감하게 들어내고 있고, 자신의 삶과 그리고 동료들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이론과 사상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의미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그가 자신의 철학적 사고방식과 논의의 날카로움이 자신의 삶과 어떤 영향관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로 읽혀질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을 (모든 것이 사실이지는 않지만) 철저하게 분석해내고 있는 그의 분석력과 마지막에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긍정성은 한번쯤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비관적인 입장을 갖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은 의외로 삶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알튀세르의 경우도 결국 삶을 긍정하며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하려 한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의 마지막 문장을 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내려진 결론이기 때문에 더 오랜 울림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삶이란 그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

나는 지금 예순 일곱 살이다.

그러나 마침내 지금, 나 자신으로서 사랑 받지 못했기 때문에 청춘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곧 인생이 끝나게 되겠지만, 젊게 느껴진다.

그렇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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