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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모더니티
데이비드 하비 지음, 김병화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이러한 요인들이 한데 섞이지 않았더라면 코뮌은 그러한 형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 하지만 코뮌의 원재료는 이 도시의 역사적 지형이 자본주의적으로 변형되는 느린 리듬에 맞추어 이미 한데 모여 있었다. 나는 이 책에서 파리의 전경을 불가항력적인 방식으로 바꾸어놓은 경제와 사회 조직, 정치, 문화 영역에서 변형의 복합적인 양식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공간과 지리학에 맑스적 관점을 도입해서 색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데이비드 하비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에 대한 논의가 그다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만 갖고 있었을 뿐 그의 저작을 제대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루이 나폴레옹 시기에서부터 파리 코뮌 시기까지의 파리의 공간적 변화와 함께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통해서 자본주의 근대화와 도시화 그리고 그 도시 안에서의 계급구조 및 기타 다양한 변화와 갈등을 매우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해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데이비드 하비의 시각은 맑스와 노동계급 혹은 빈곤층과 피지배계급에 애정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분석은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검토한 뒤의 의견이기 때문에 편향된 의견이기 보다는 매우 설득력을 갖고 있고 의미 있는 의견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비드 하비는 ‘철저한 단절’로 요약되는 ‘근대성’이라는 신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며 루이 나폴레옹의 등장 과정과 함께 아직까지 근대 자본주의에 적합한 공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던 파리가 (오스망이 총괄하여 지휘하는) 새로운 도시계획에 따라 어떤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는지를 논의하면서 파리에 대한 그리고 근대화에 따른 도시의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던 루이 나폴레옹과 오스망의 도시정비가 이후에 파리 코뮌이 발생되는데 일정부분 원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공간의 변형이 단순한 공간의 변형만이 아닌 사회관계와 정신구조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주장하며 그렇기 때문에 루이 나폴레옹 / 오스망이 지배했던 시기가 보다 더 중요성을 갖고 있으며 진정한 의미에서 ‘근대’가 시작되고 ‘근대적 공간이 생성(물론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확연한 구분도 이뤄진)’되는 시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데이비드 하비는 루이 나폴레옹 시기의 오스망의 주도하에 이뤄진 파리의 도시계획/ 도시정비야 말로 이전 사회와 일종의 커다란 / 진정한 변화가 모색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변화를 위해서 지배 계급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그리고 그 이해관계에 반발하는 다양한 계급들과 그들의 입장에 따른 갈등과 반발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으며, 그 갈등 양상에 따라 그리고 거부감으로 인해서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가 되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발자크와 플로베르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당시의 파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생각들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주고 있고, 변화되기 전과 변화되는 과정에서의 파리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계급 / 사회적) 관계와 도시와 농촌이라는 구분으로 인한 갈등, 지배계급 내부의 갈등과 자본의 운영 방식에 따른 이해관계의 차이에 대해서까지 매우 다양한 관점들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관점과 그 차이들로 인해서 파리의 변화에 대한 여러 입장의 차이 그리고 그로 인한 정부(정확하게 말한다면 루이 나폴레옹과 오스망)에 대한 뚜렷한 견해 차이, 노동자들의 생활상과 그들의 생활 속에서의 여성들의 위치까지 상세하고 정교하게 격렬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던 당시의 파리를 그리고 근대 도시의 모습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교한 분석을 통해서 각 계급들의 이해관계와 생산과 소비 그리고 재생산이라는 순환과 함께 공간적 그리고 정신적인 구분이 확연해지는 계급들 사이의 대립을 논의하며 그들이 기존의 공간, 공동체 / 계급에서 새로운 공간과 공동체 / 계급으로 변화됨과 함께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들이 발생되고 그 문제점이 근대 자본주의 사회와 도시화에서 얼마나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 종결부분에서 사크레쾨르 바실리카(사크르퀘르 사원)라는 하나의 건축물이 어떻게 그 이면에 계급적 / 정치적 갈등을 그리고 수많은 의미들을 생산해내고 숨기고 있는지를 (냉소적으로 조롱하듯이) 논의하며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공간인 도시가 어떤 갈등을 그리고 대립을 숨기고 있고 그것들을 확연하게 밝혀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읽는 사람들에 따라서 맑스의 프랑스 혁명사 3부작에 대한 상세한 덧붙임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고, 발터 벤야민의 시각을 많이 엿볼 수 있기도 하겠지만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상세한 자료들 그리고 데비이드 하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들은 파리라는 도시의 이면에 있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 그리고 계급투쟁을 확연하게 드러내놓고 있으며, 그것이 단순히 파리에서만 이뤄진 갈등이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 도시 어느 곳에서나 그 이면에 담겨져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만, 루이 나폴레옹과 오스망의 파리는 그 갈등과 투쟁이 보다 격렬하고 극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검토 대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비드 하비의 논의는 파리에 대한 그리고 근대화와 자본주의 도시화에 대한 상세한 논의일 것이고, 그의 논의는 한국의 도시화와 근대화에 대한 논의로 당연히 이어져야 할 논의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은 그런 과정을 겪었다면,
우리는 어떤 과정을 겪었던 것일까?
도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 대답을 찾아내고 발견해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고,
어떻게 우리 자신이 구성되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해야만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발터 벤야민의 저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어느 정도 데이비드 하비가 벤야민의 입장을 받아들였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플로베르와 발자크의 작품들을 읽어보려고 다짐만 했던 것이 매우 후회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