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지음, 서찬석 옮김 / 책갈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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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러시아 혁명‘으로 얘기되는 러시아에서 벌어진 1917년 10월 사회주의 / 공산주의 혁명은 단순히 (기존 정권에서 새로운 정권으로) 정권이 교체되거나 지도자가 바뀌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 체제가 변하게 되는 것이었고, 전혀 다른 방식의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자신들의 이상-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꽤나 중요한 의미의 사건이(었)지만 알다시피 이후에 벌어진 체제를 둘러싼 경쟁과 그 경쟁에서의 실패 또는 패배로 인해서 러시아 혁명은 어렵사리 이뤄진 혁명의 성공이 쉽게 잊게 되었고 실패한 혁명으로 결론이 내려지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결론이 내려진 러시아 혁명에 대해서 다시금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조롱의 대상으로만 비춰지고 있을 뿐이다.

 

이런 냉소의 대상이 되어버린 혁명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고자 하는 나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사람이 찾게 된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1917년 10월 혁명이 이뤄지고 있던 당시의 러시아에 대한 가장 사실적인 현장 보고서이며 혁명이 벌어지는 그곳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가장 탁월한 저작일 것이다. 존 리드는 혁명의 중심에서 열정과 흥분을 최대한 자제하며 글을 써내려가고 있고, 그의 글을 통해서 쉽게 자제되지 않는 혁명의 열기를 느껴가며 혁명의 시작과 과정을 확인하게 된다.

 

당시의 다양한 보고서와 자료들 그리고 연설문과 온갖 선언들을 통해서 그때 그 순간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고,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의 정세와 함께 혁명이 진행하는 과정 그리고 혁명이 이후에 벌어지게 된 혁명 세력과 혁명에 반대하는 혹은 애매한 입장을 갖고 있는 세력 사이의 투쟁을 간략하고 속도감 있게 다루고 있으면서 간간히 그때 당시의 도시의 분위기와 일반인들의 반응까지 검토하며 현장에서 그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러시아 혁명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고 있는 것이 없기에 존 리드의 글에 아주 빠져들게 되지는 못했지만, 그가 전하려고 하고 있는 혁명에 대한 옹호와 그 과정 속에서의 열정은 충분히 전달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결국 혁명에 반대하는 세력은 몰락하게 되고 레닌과 트로츠키로 대표되는 볼셰비키 혁명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것으로 내용은 마무리 되는데, 존 리드는 이처럼 혁명의 성공을 자축하고 보다 나은 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용을 마무리 하고 있지만 앞으로 혁명이 어떻게 변질이 되어가는지 그리고 어떤 참혹한 과정이 벌어지는지 약간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존 리드가 전하는 환희와 감격에 조금은 거리감을 갖게 되기도 했다.

 

이제는 일부 소수들만이 논의하고 있는 러시아 혁명에 대해서 이제야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현실감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지금이야 말로 러시아 혁명을 얘기하고 재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바보 같더라도 러시아 혁명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어갈 것 같다.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만 있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저 실패한 혁명으로서 다뤄지고 있고, 잊고 침묵하도록 암묵적인 강요를 받고 있는 러시아 혁명에 대해서 조금은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존 리드와 같은 무한한 긍정과 낙관으로서 검토할 것도 아니고, 옹호와 환희에 도취된 검토가 아닌 그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좀 더 나은 대안을 혹은 결과를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다시금 실패가 이어질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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