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 - 미국 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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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통영역’ 즉,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상품소유자들로 만나는 시장 안에 머물러서는, 착취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그 입구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씌어 있는 은밀한 생산의 장소”로 들어가야 비로소 사태가 변한다. 착취는 노동자가 판매하는 상품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즉 노동력 상품의 사용가치가 가치와 잉여가치의 원천인 노동이라는 사실 때문에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그 노동력이 가동되는 것은 생산에서이다.

 

- 맑스의 ‘자본론’에서 인용 -

 

 

 

무엇인가를 보다 정확하게 알려고 할 때에는 항상 그것의 겉만이 아닌 뒷모습 혹은 내부까지를 알아야 만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보다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일 A 아이스니츠의 충격적인 현장 보고서 / 고발서인 ‘도살장’은 깔끔하고 시각적인, 아무런 문제가 있을 것 같지 않고 그저 먹음직스러워 보일 뿐인 미국산 육류에 대해서 익혀먹으면 상관없다는 오해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으며, 그동안 먹었던 고기들을 떠올리며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몇 년 전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다는 소식에 그리고 광우병 소들이 몰려온다는 직설적인 소식에 한동안 한국은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혼란스러웠었는데, 얼마 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거대한 저항 / 반발감은 아무렇지 않게 줄어들었고, 이제는 미국산 고기들에 대해서 별다른 저항감이나 불편함 없이 우리들은 씹고 먹으며 포만감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도살장’을 읽게 된다면 마치 중국산에 대해서는 무조건 불량품처럼 생각하듯이 미국산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무조건 오염되고 감염된 제품으로 의심하게 될 것이고, 그런 병적인 의심과 불안감이 오해가 아닌 진실이라는 것에 더욱 공포스러운 기분만 갖게 될 것이다.

 

동물 보호 운동가인 게일 A 아이스니츠는 미국산 육류(소, 돼지, 말, 닭 등)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으며 그 문제점의 핵심은 과도한 경제적 이익 추구로 인해 발생된 것이고, 그로 인해서 육류를 만드는 과정(도축 과정)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육류 제품들이 오염 / 감염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포함되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신체적 / 정신적으로 병이 들어가는지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말 그대로 참혹하다는 평가를 하게 되는 도축 과정의 잔혹성은 책을 읽는 도중 읽기를 멈추게 만들 정도로 잔인함으로 가득하고, 동물-고기-음식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끔찍한 행동이 벌어지는 도살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정신적 / 육체적으로 최악의 상태에 몰리게 되는지를 상세한 인터뷰(... ‘최악의 일이 가져오는 것 중 육체적인 위험보다 더 나쁜 것은 정서적인 피해야.’ ...)를 토대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오염된 / 될 수 밖에 없는 육류 제작 과정(도축 과정)과 그 오염된 육류 제품을 먹게 된 / 먹는 사람들이 어떻게 갑작스럽게 죽음에 이르는 질병에 걸리게 되었는지를 인터뷰와 내용의 진행 도중 간간히 삽입되어 오염된 육류 제품에 대한 경각심과 불안감을 좀 더 고조시키고 있으며, 저자인 게일 A 아이스니츠 본인도 도살장과 관련된 업무로 인한 정신적 / 육체적 스트레스로 암에 걸리고 그걸 이겨내는 과정까지 다루면서 육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좀 더 사회 구조적인 그리고 개인적인 내용이 겹쳐지게 만들어 더욱 인상적인 내용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결국, 육류 제작 과정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사업과 관련되어버림으로써 발생하기 시작한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제어하려는 노력 / 논의보다는 그저 생산량과 수치로서만 모든 것을 말하는, 다시 말해서 경제적인 논리에서만 다뤄짐으로써 사태는 더욱 악화만 되어갈 뿐이고, 여기에 정치 / 경제 / 사회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어떠한 해결점도 찾지 못하게 되면서 상황은 점점 더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있다는 암울한 결론을 내리게 되지만 게일 A 아이스니츠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접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어가면서 조금씩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그리고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발생되고 있는 일련의 ‘고기’와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들은 육류 업계 관계자의 인터뷰처럼

 

내 생각엔 결국 탐욕이 문제였던 것 같아.

 

결국 지나친 탐욕이 문제인 것 같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제어가 그리고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 : 단순히 도살장에 대한 고발서로서만 ‘도살장’을 평가할 수 없을 것 같다. 좀 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도살장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그리고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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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라캉 - 인문사회과학총서
아니카 르메르 / 문예출판사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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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가라앉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크 라캉에 대한 관심은 높은 것 같고, 그에 대한 높은 관심 덕분에 라캉에 관한 여러 글과 책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출판되는 것 같다.

 

아쉽게도 라캉에 ‘관한’ 책들만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을 뿐이고, 정작 라캉이 직접 쓰거나 발표한 글들과 책들은 출판이 겨우 되었거나(세미나 11권) 준비 중에 있기 때문에(언제나 출판이 곧 된다는 말만 들리는 에크리) 라캉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는 여전히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고,

제대로 이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라캉이기 때문에,

그에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입문서들이 많이 출판되었고, 그 중 라캉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한 초기에 출판이 되어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아니카 르메르의 ‘자크 라캉’은 라캉에 관한 입문서들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게 라캉에게 접근하고 있는 책으로 꼽히고 있고, 실제로 라캉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안내하고 있다.

 

아니카 르메르의 안내의 특징은 다른 라캉과 관련된 책들에 비해서 ‘언어’에 대해서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라캉의 언어학적 특성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다른 라캉과 관련된 책들이 소쉬르의 영향에 대해서만 그리고 기표와 기의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다루고 있을 뿐 언어학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하지 않는 것에 비해서 아니카 르메르는 소쉬르에서부터 촘스키까지 현대 언어학의 흐름을 간략하게라도 다루면서 언어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라캉의 논의에서 갖고 있는 ‘언어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라캉의 이론적인 측면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되어 있는 아니카 르메르의 ‘자크 라캉’은 라캉과 관련된 책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던 시기에 출판된 라캉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입문서이고 내용적인 면에서도 라캉의 논의에 되도록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해야 할 것 같으나, 라캉의 논의의 일부분만을 담고 있을 뿐 전반적인 논의를 담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특히, 라캉의 논의에서 점점 더 중요성을 더하고 있는 ‘실재’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몇몇 논쟁적인 부분에 대해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고 상세하게 라캉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라캉을 접하려고 하는 입문서로서는 괜찮은 책이겠지만, 이것으로 그에 대한 많은 접근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일까?

라캉이 직접 쓴 서문도 어쩐지 자신에 대한 책이 발표되는 것에 대해서 만족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에 논의에 대한 이해는 제대로 되지 못한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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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안에서 - 나쓰메 소세키 최후의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문학의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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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의 셰익스피어’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그런 명성에 비해서는 많이 접하지 못했었고, 국내에서도 체계적으로 그의 저작들을 출판하지도 / 논의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특별히 불만스러운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일본 문학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접하려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고, 그나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 정도만 읽어보았을 뿐이고,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두 작품을 읽었어도 특별한 인상을 갖지 못했기 때문인지 소세키의 작품은 일본인들만이 좀 더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있는 정서를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거나 내가 소세키에 대한 극히 부정적인 성향의 독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세키의 작품에 큰 관심이 없었었고, 그의 다른 작품을 접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우연하게 건네받은 ‘유리문 안에서’를 통해서 다시금 소세키를 접하게 되었고, 소설이기 보다는 산문이고 수필인 ‘유리문 안에서’가 그의 대표작들 보다 좀 더 인상적이고 흥미를 갖도록 해주기 때문에 아마도 이번에도 엉뚱한 것에 더 호감을 갖는 유별남을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세키가 죽기 일 년 전에 아사히신문에 연재하던 글들을 모은 ‘유리문 안에서’는 신문에 기고하는 글이라는 점으로 인해서 간략하고 짧은 내용들로 이뤄져 있고, 개인적인 추억과 회고, 죽음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소세키 본인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솔직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단호함 보다는 곤혹스러움이 묻어나는 소세키의 글은 모든 것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고, 그 어떤 것 하나도 소홀함을 보이지 않는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1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시대에 대한 반작용으로 좀 더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의 내용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시대적인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나 반대로 그런 혼란 속에서 보다 일상을 그리고 자신의 기억과 추억을 더듬는 모습에서 시대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침잠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는 소세키 본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삶의 끝자락이었기 때문에 글이 전반적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고 있고, 글로써 삶을 정리하는 것 같다는 사후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이런 평가는 이미 소세키의 죽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들게 되는 평가이기는 하지만 이런 평가를 막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소세키의 문학 세계와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글인 것 같지만 소박하고 명료한 문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기도 한 것 같다.

 

물론, 소세키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평가를 접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게 ‘유리문 안에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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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를 뒤로 빼지마 - 엘지카드 노동조합 이야기
손낙구 지음, 신한카드(구 엘지카드) 노동조합 기획 / 후마니타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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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항상 세상에 관한 온갖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책을 통해서 혹은 여러 경험과 미디어를 통해서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마다 큰 좌절감을 갖게 될 때가 많다.

 

그저 아는 척하고,

알고 있는 척만 하고 있을 뿐이지,

정작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혹은 알아야 하는 것들은 전혀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만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엘지카드 노동조합이 어떻게 갑작스럽게 그들에게 닥친 고난을 영리하게 이겨냈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의자를 뒤로 빼지마’는 얼마나 아는 것이 없이 살아가는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만들어주는 내용이었고 시간이었다.

 

2000년대 초에 벌어진 ‘카드 대란’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일련의 경제적 불안감과 혼란스러운 상황들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신용’에 대해서 엉망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이 부도덕하며 책임감이 없는지를 (항상 그렇듯)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돌이켜 본다면 어쩐지 미국에서 일어난 ‘금융 대란’과 일정부분 유사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책이 전하려고 하는 의도가 그것을 비교하며 검토하려는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비교는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다른 논의에서 다뤄져야 할 것 같다.

 

얼마 전이라는 말도 적절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한때는 잘 나갔던 ‘엘지 카드’가 어떻게 성장가도를 달렸고 위기에 봉착했는지를 간략하게 다룬 다음 얼마나 급작스럽게 몰락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며 가장 책임이 있어야 하는(하지만 실상은 최소한이라는 책임감도 없는) 대주주(잘나고 잘나신 구씨 일가)들이 자신들만의 이익만을 챙기고 ‘손 털고’ 떠난 뒤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함께 뭉쳐서 재건을 이루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엘지 카드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이라도 기억이 나지를 않기 때문에 얼마나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어떻게 그들이 추운 겨울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어가면서 읽어가면서도 황당한데 직접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그리고 두려웠을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목만으로는 쉽게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의자를 뒤로 빼지 말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가면서 그들이 경험하게 되는 ‘노조’에 대한 의미를 보다 실감나게 느껴지게 되었고, 노동조합이 생소하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이들이 어떻게 노조를 구성하고 흔히 떠오르게 되는 복장(붉은 색 머리띠와 조끼)을 하고 구호를 외치게 되는지를 시간 순으로 담아내며 단순히 멀게만 느껴졌던 노동조합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와 함께 그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위에서 말 했듯이 엘지 카드 노조는 다른 일반적인 노조들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점들이 있고(많고), 그런 점들에 대한 지적은 금속노조에 많은 시간을 몸담고 있었던 저자를 통해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관성화 되어버린 노조 운영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으며, 항상 밀려나가고 고립되기만 했던 최근의 노동운동이 거둔 멋진 성취들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가장 추웠던 2000년대 초의 겨울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 될 것 같다.

 

마무리에서는 엘지 카드 노동조합이 갖고 있는 타 노동조합과의 차이점들에 대해서 그리고 엘지 카드 노동조합 활동의 특성들을 대해서 간략하게 다루고 있고, 최근 들어서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 ‘콜센터’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이 겪고 있는 힘겨움에 대해서 사실감을 담아내어 설득력 있게 읽는 사람에게 그들의 어려움들을 전달하고 있다.

 

우연하게 접하게 된 책이고,

별다른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인상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아마도 앞으로도 가끔씩 다시 들춰보거나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알아야 할 것들을 모르면서 살아가는지를 떠올리며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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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열전
허경진 엮음 / 웅진북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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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를 통해 조금씩 생겨난 조선 시대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서 간간히 조선 시대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지만 특별히 뜻하고 있는 것이 없어서 그저 관심으로만 남겨져 있었을 뿐 어떤 책도 잡히가 않았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허경진의 ‘평민열전 - 19세기 평민시대에 쓰여진 평민전기’는 그동안 중고교 시절을 통해서 알게 된 (흔히들 말하는) 위로부터의 역사가 아닌 조선시대를 살아간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평민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몇몇 인물들은 평소에도 이미 들었던 이들도 있었지만 무척 생소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을 통해서 조선 시대의 평민들의 삶에 대해서 조금은 접근하게 된 것 같다.

 

최소한 노력은 한 것 같다.

 

널리 알려진 이들의 삶을 다루지 않고 있고, 저자인 허경진이 접한 평민들의 이야기들 중 선별된 인물들의 삶을 모은 내용이기 때문에 특정한 주제를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고, 인물들의 특성에 따라 구분을 두고 있기 때문에(선비, 열녀, 효자, 화가 등) 읽는 이의 관심에 따라 순서를 달리해서 읽어나가도 문제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단순히 다양한 평민들의 삶을 모아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흥미가 생기는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면 될 것 같다.

 

조선 시대의 지식인들에 의해서 그들의 삶이 다뤄졌다는 점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사람들이라고는 볼 수 없기는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들에 비해서는 조금은 숨겨져 왔었던 이들의 삶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며, 간간히 이미 알고 있던 이들의 삶을 다루는 내용에서는 몰랐던 부분들도 새롭게 알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혹은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오해했던 부분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내용을 읽어가면서 국어로 번역된 문장들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어쩐지 예스럽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불필요하게 장식적인 단어들을 최소화 하여 무척 단단한 느낌의 문장과 글귀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앞으로도 조선 시대와 관련된 책들을 접할 때 문장과 글귀의 구성과 구조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또한, 각각의 인물들의 삶을 다룰 때 그들의 삶을 길고 장황하게 다루지 않고 간략하게 다루면서도 그들의 삶 혹은 인물 됨됨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는 점에서는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하나의 인물의 삶을 길고 상세하게 다룸으로써 집요하게 파고드는 서구의 이야기 구성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어, 이런 방식의 이야기 구성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좀 더 생각해보고,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정작 내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의 역사와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 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조금씩 찾아 읽어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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