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돌로지 - 라캉 정신분석의 쟁점들 현대의 지성 134
맹정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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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맹정현에 대해서는 브루스 핑크의 ‘라캉과 정신의학’과 자크 라캉의 ‘세미나 11’의 번역자로서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의 첫 저작인 ‘리비돌로지 - 라캉 정신분석의 쟁점들’은 저자가 그동안의 라캉과 정신분석에 관한 임상과 이론적인 연구 결과들로 내용을 채우고 있고,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라캉과 정신분석에 대해서 연구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라캉과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자들의 관심은 이론적인 부분에 한정되어 있거나 인문학과 연관되어 연구하는 성향이 대부분이었고, 실제 정신분석 임상과 관련된 내용은 많이 부족했었다. 게다가 연구자들 대부분은 라캉 혹은 라캉과 관련되어서 책을 ‘통해서만’ 접했거나 책을 ‘토대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식으로 정신분석을 교육받거나 전공으로 한 연구자가 적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연구에 대한 평가는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전공자의 연구 결과물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기 전에 그동안 공부한 라캉과 정신분석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느낌이 들게 되는 ‘리비돌로지’는 임상적인 부분과 이론적인 부분 모두를 다루면서 자신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공부한 라캉과 정신분석에 대한 생각과 결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내용면에서는 이미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브루스 핑크나 슬라보예 지젝과 같은 연구자들의 결과물에 비해서 크게 다른 논의를 하거나 독창적인 논의를 전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논의와 결론들에 비해서 부족함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전공자에서 머물지 않고 앞으로 좀 더 라캉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라캉과 그의 정신분석에 대한 체계적이고 그동안의 이론적인 방식만이 아닌 임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그리고 보다 광범위하게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논의를 접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물론, 그가 그렇게 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리비돌로지’는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최대한 간략하게-짧게 다루고 있고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내용면에서 임상적인 부분에서 이론적인 부분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라캉의 임상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며,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라캉과 관련된 논의들 중 이미 다른 연구자들이 다뤘던 적이 있었기는 하지만 라캉을 그와 동시대의 다른 학자들의 논의(푸코, 보드리야르, 들뢰즈를 대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와 어떻게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지에 대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꽤 흥미롭고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의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논의는 친절하게 논의를 진행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라캉에 대해서 그리고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해서 일정 수준의 이해가 있어야지만 그의 논의들을 따라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기본 지식은 있다고 가정하면서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해주며 논의를 진행시키기 보다는 되도록 간략하게 언급하거나 되도록 설명을 생략하면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라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빠른 진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매우 다양한 논의들을 하고는 있지만 지나치게 불친절한 내용이라고 불만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몇몇 논의들은 읽었을 뿐이지 이해하기는 어려웠는데, 저자가 앞으로도 라캉에 대한 자신의 연구 결과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생각이라면 좀 더 일반인들도 읽어나갈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매우 새롭거나 흥미로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 보다는 기존에 소개되었던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의 논의들을 반복하는 느낌이 컸지만 그동안 라캉과 관련된 논의 자체가 무척 부분적으로만 이뤄졌었고, 산발적으로 이뤄지기만 했었기 때문에 저자의 논의들 중에서도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오해들과 부족한 지식들을 많이 해소하고 채워질 수 있었기 때문에 좀 더 활발한 활동이 있어주기를 부탁하게 된다.

 

참고로 그 활발한 활동이 조금은 이해력이 부족한 나와 같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이뤄졌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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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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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의미가 아닌) 사회적인 의미로 한국 사회는 제대로 된 스승 혹은 어른을 찾을 수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똑부러진 반박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 아예 없었다고도 말할 수 없겠지만 분명 무척 적었었고 그나마 그런 분들도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의 저자 신영복은 그의 정치적 / 사회적인 입장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떠나 충분히 존중과 존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만한 분이라고 생각된다.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강독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아마도 여전히 진행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수업-강의 내용을 토대로 한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은 실제 강의 내용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비교적 딱딱한 느낌이 덜 느껴지게 되고, 다른 고전들에 대한 논의-분석들에 비해서는 쉽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아마도 실제 강의를 토대로 했고, 그 강의가 전공 학생이 아닌 일반 학생들을 대상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해가 가능하도록 내용을 구성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실제 강의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인데,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을 통해서 저자는 수업 및 기타 여러 방식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관계-론’이라는 입장-시각-관점으로 각 사상들과 고전들을 읽고 / 해석해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매우 일관되고 정교하게 읽어내려고 하기 보다는 사상들-고전들을 통해서 각각의 사상들-고전들이 어떤 현실 속에서 그리고 입장-시각-관점 속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쌓아갔는지-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대답을 제시했는지를 논의하고 있고, 그 당시의 상황과 조건이 어떻게 그런 입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를 했는지 설명하며 그들의 입장-문제의식의 핵심과 함께 어떻게 그 입장들을 현재-현실에 다시금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를-비춰볼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논의는 비판적인 이해를 요구하기 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각 사상-고전들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저자의 방식은 고전과 과거의 사상가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방식 중 가장 모범적인 방식-해석일 것이고 이해일 것인데, 지금의 현실-현재에 어떻게 대입해서 바라볼 수 있을지, 어떻게 다시금 읽어내야 할 것인지를 ‘관계-론’의 입장과 함께 현재의 경제적(자본주의-신자유주의라는) 환경과 사회적(개인주의-이기주의-물질만능주의) 환경에 비춰가며 모색하고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정치-경제적인 입장보다는 윤리-도덕적인 입장과 자기 극복-성숙을 위한 의미로서 고전들과 사상들을 바라보려-이해하려 하고 있는 것 같고,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조금은 반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입장이 중심이기 보다는 전반적인 관점과 입장인 것 같고, 그 외에도 정치-경제적인 의미에서도 논의하고 바라보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있기는 하지만 강조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저자가 어째서 고전들을 다시금 찾게 되었는지, 어떤 관점-입장으로 고전들을-사상들을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서론은 저자의 관점-문제의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관점에 따라 고전-사상들을 두루 살피며 각 고전-사상들이 어떤 상황-현실 속에서 그리고 절박함 속에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그 당시의 상황-현실과 지금 상황-현실을 어떻게 비추어 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다.

각각의 고전-사상들의 논의들을 상세하게 분석하기 보다는 각각의 논의-사상의 핵심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고, 그 주요 논의들을 다루며 그 관점에 따라 논의들을 새롭게 혹은 지금에 비춰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막연하고 난해하게만 느껴지는 고전-사상들을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가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인 점은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사상들의 논의를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각각의 사상-고전이 바라보려고 하고 있는 관점-문제의식의 핵심을 이해시키려고-이해하려고 하고 있으며 거기에 고전-사상들의 입장-관점과 저자의 생각과 이해 그리고 관점들이 더해지면서 좋은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물론, 저자의 관점들 중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은 반박과 반론을 하고 싶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전체적인 논의 자체를 부정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읽는 것을 멈추게 만들지는 않는 것 같다.

대학교를 다닐 때 저자의 수업-강의를 실제로 들어보았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저자의 수업을 듣던 예전이 떠올려졌었는데, 그 때문인지 책을 읽었기 보다는 강의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읽은 기분이기 보다는 멍하니 고전-사상들에 대한 강의를 들은 기분이 들게 된다.

 

 

 


참고 : 1. 저자는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에서 자주 현재의 중국 사회가 자본주의-사회주의의 변증법적 지양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사회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렇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극히 현재의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지금도 여전히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게 느껴졌다.

2.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서양 / 동양의 구분과 같은 방식을 되도록 피해야 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동양고전이라고 제목을 짓기 보다는 보다 적절한 제목을 지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지적이 딴지를 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3. 저자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책으로 접하는 것이 실제 강의보다 더 만족스러운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을까? 개인적으로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는... 아주... 조금... 못하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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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
브루스 핑크 지음, 맹정현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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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핑크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저작을 꼽으라면 ‘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을 선택하게 될 것 같고, 이 선택이 앞으로도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영미권에서 발표한 라캉과 관련된 연구물들 가장 탁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은 발표와 함께 그리고 발표된 이후로 라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정신분석-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지나치면 안 될 내용물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번역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2003년 말 무렵 읽기는 했었지만 당시에는 정신분석에 대해서 그리고 라캉에 대해서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이 부족하기만 했기-거의 없었기 때문에 읽으며 흥미로웠음에도 이해되는 내용이 많이 부족했었는데, 정신분석-임상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지금 다시 읽어보니 보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고 라캉의 복잡하기만 한 논의를 최대한 명료하게 정리를 해주어 정신분석-임상과 라캉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의 최근작 ‘라깡 정신분석 테크닉’과 내용에서 일정부분 유사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라깡 정신분석 테크닉’은 말 그대로 분석자가 분석주체-피분석자와의 분석 과정에서 어떠한 점들을 놓치지 말아야 하며 관심-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그 과정 중에서 생겨나는 어려움-걸림돌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와 벽에 부딪쳤을 때 어떤 식으로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지를 분석자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면, ‘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에서는 분석 과정과 함께 그 분석 과정을 통해서 도출되는 피분석자-분석주체의 증상-진단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각각의 증상을 판단해야 하고 그 증상의 구조-구성과 차이가 어떠한지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명료하게 다루고 있다.

 

라캉주의자인 저자는 신경증, 정신병, 도착증으로 증상을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그 증상들의 특징과 함께 어떻게 구성되고 구조화 되어 있는지를 대표적인 특징들을 통해서 다루고 있으며, 그렇게 각각의 증상을 다루면서 쉽게 익숙하게 되지 않는 라캉의 여러 용어들(누빔점, 상상계, 상징계, 실재, 주이상스 등)을 곁들여 설명하며 다루고 있고, 각각의 증상들의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좀 더 이해하기가 쉽도록 내용을 구성-진행시키고 있다.

 

400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분량에 라캉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실제 사례와 연결시켜 좀 더 라캉의 논의를 이론적으로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실제 정신분석-임상과정과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도 라캉을 이해-접근하기 위해서 그리고 정신분석-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찾아-읽어야 할 책 중 하나일 것 같고, 누구나 내용의 탁월함을 인정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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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면혼나 2012-05-1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잘쓰시는거같아요 글쓰는법좀알려주세요ㅠㅠ

배군 2012-05-16 21:54   좋아요 0 | URL
딱히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것들을 꾸준히 메모하고 글로 정리해보고... 그런 방법 밖에는 모르겠습니다.

좋은 답변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자유주의의 역사
노명식 지음 / 책과함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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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의 역사(과거 ’자유주의의 원리와 역사‘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었었다. 이번은 재출판된 것이다)’의 저자인 노명식은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1789 - 1871’을 통해서 알게 된 역사학자이고, 뒤늦게 알게 되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원로 / 1세대’ 서양사학자로서 큰 명성이 있다고 한다.

그와 같은 명성은 최근에야 알게 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그저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1789 - 1871’이 워낙 만족스러운 내용이었기 때문에 우연히 그의 다른 저서를 발견해서 구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자유주의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기 보다는 그저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1789 - 1871‘처럼 좋은 내용의 책일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저자인 노명식은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존의 논의들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더함으로써 단순히 복잡한 논의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입장과 시각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 입장과 관점-시각이라는 것이 편향되거나 한쪽으로 기울기 보다는 ‘균형 잡힌-모범적인’ 입장이라는 점에서 누구나가 관심을 갖고 그의 글들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유주의의 역사’에서도 그의 관심과 글쓰기의 특징을 잘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역사-상황적 특수성으로 인해서 기형적으로 이해되고 해석되는 자유주의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는 ‘자유주의의 역사’는 말 그대로 자유주의가 어떤 이해와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추구함이 어떻게 역사적 흐름 속에서 그리고 차이로 인해서 변화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를 위해서 저자는 우선 어째서 자유주의를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질문과 대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이유 중 한국의 경우 (앞서 말한) 역사-상황적 특수성 때문에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도 인식도 극히 허약하고, 앞으로의 사회 발전을 위해서 자유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유주의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당위성을 논의한 다음 저자는 자유주의에 대한 자신이 내린 정의와 함께 그 철학적 기반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고, 가장 중요한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가치로서 ‘개인주의’를 언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략적으로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입장들의 변화와 차이들은 검토하면서 자유주의와 관련된 가치를 논의하며 자유주의가 어떠한 입장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그리고 어떤 기본적인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후의 내용은 자유주의가 어떻게 출현하고 발전하였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흐름에 따른 해석과 정리를 하고 있는데,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입장에 따라 당시에 맞물려서 대두된 경제적 변화와 종교 개혁과 연관되어 자유주의에 대한 관심과 옹호가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고 확장되었다고 진단한다.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어떻게 자유주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검토하고 있고, 정치적-개인적인 의미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쉽게 논의하고 있지만, 초기 자유주의가 갖고 있던 경제-재산에 대한 모호-모순된 시각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하게 검토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초기 자유주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네덜란드-영국의 자유주의에 대한 검토가 있은 후, 자유주의가 좀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18세기 프랑스의 자유주의에 대해서 논의하며 좀 더 풍부한 시각을 제공하게 되는 과정과 함께 미국의 독립혁명-프랑스 혁명으로 인해서 자유주의가 새로운 시대의 (주류)관점으로 대체-교체되었다고 결론 내린다.

자유주의의 ‘승리’ 이후 자유주의를 두 개의 흐름(보수적 / 진보적)으로 분리하여 그 변화를 정리하고 있고,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되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입장에 대한 간단한 검토 후 최근까지의 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흐름들(도크빌, 존 스튜어트 밀, 케인스, 1차 및 2차 세계대전, 매카시즘, 전체주의, 냉전, 존 롤스,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을 두루 살피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자유주의의 여러 관점과 입장들을 간단하게나마 검토하며 저자가 생각하는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와 어떤 자유주의로서의 가치와 입장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자유주의라는 것이 쉽게 생각하면 꽤나 아무렇지 않게 논의가 가능한 것 같이 생각되지만 생각만큼 쉽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복잡하고 다양한 관점과 흐름을 알기 쉽게 요약하고 있고 정리하고 있는, 거기에 자신만의 입장까지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탁월함에 감탄하게 되었다.

쉽게 읽혀지고,

쉽게 이해되지만,

분명 쉽게만 채울 수 없는 내용이었는데도 누구나 어렵게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좋은 내용과 좋은 시각으로 내용을 채우고 있다.

지나치게 모범적인 시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너무 야박한 평가일 것 같다.

한국처럼 자유주의를 말로만 떠드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유주의의 역사’를 통해서 제대로-최소한 자유주의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고서 자유주의를 말해야 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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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죽었다 한마당 글집 3
에버레트 라이머 지음, 김석원 옮김 / 한마당 / 198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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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자극적인 제목이기만 하고 내용물은 부실하게만 느껴지는 제목을 달고 있는 에버레트 라이머의 ‘학교는 죽었다’는 그런 오해를 갖고 읽지만 않는다면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학교-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짧은 분량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검토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저작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 이다.

 

이미 절판이 된지가 오래 되어서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읽을 기회가 생긴다면 학교-교육제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될 때 가장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기초적인 이해를 갖을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 같다.

 

에버레트 라이머는 기본적으로 그리고 제목처럼 현재의 학교-교육제도에 대해서 극히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현재의 제도는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게 만들지 않고 있고 계급구조를 공고화 시키며 재생산 하게 만들고 있고, 사회적 ‘거세-길들임’만 이뤄지고 있는 공간-제도일 뿐이라는 결론내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관계와 지배-예속/종속 관계를 재생산-고정화-공고화 시키고 있을 뿐이며, 학교-교육기관 및 제도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인간은 어떠한 잠재성-가능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닌 표준화되고 획일화된 사람이 되도록 즉, 하나의 규격화된 상품처럼 생산되도록 만들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분석과 결론은 아마도 에버레트 라이머만이 내린-내릴 수 있는 분석-결과만은 아닐 것이다. 에버레트 라이머의 분석-결론이 갖고 있는 특성은 단순히 단호한 분석과 결과만이 아닌 분석-결론에 대한 대안-제안의 제시가 갖고 있는 전복적-혁명적 성격에 있을 것 같다.

 

에버레트 라이머는 앞에서의 결론을 통해서 학교-교육제도 및 기관을 해체하고 개선이 되도록 주문하는 것으로 자신의 결론을 마무리 짓고 있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전개하고 있고, 체제 전복-혁명을 통해 다시금 교육이 교육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마무리를 짓고 있다.

 

에버레트 라이머는 우선 책을 출판한 1970년대 당시 교육-학교를 적대적으로 생각하고 거부하는 움직임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그 논의의 핵심은 결국 학교-교육제도가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의 구조-관계를 재생산-반복하게 만들고만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거부반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분석과 함께 현대 사회의 학교-교육 기관과 제도는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논의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어떠한 체계로 되어 있는지 설명하며 과거-고대 학교-교육제도와 기관이 어떤 과정 속에서 과거에 생겨나고 지속되어 지금의 학교-교육제도와 기관이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결국, 현대 사회의 학교-교육제도 및 기관은 인간을 위한 제도 및 기관이 아닌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제도 및 기관이 되어버렸으며, 거기에 종속되어버려 모든 관계와 구조가 재생산 되고 있을 뿐이며, 특권층은 자신들의 특권을 더욱 더 공고화 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진단내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도가 다시금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교육-학교제도 및 기관이 공익적 성향을 더해야 할 것이고, 거대하게만 되어버린 교육-학교 조직-인력-재정이 그 취지에 맞게 재조직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단순히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해서 사회비판-체제비판으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읽는 이에 따라서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진행으로 느껴질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생각해 본다면 결국 교육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집약시키고 있고, 그것을 전달-길들임의 과정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극히 정확한 분석과 결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분석-결론과 대안-제안으로 내용이 구분되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담기에는 조금은 적은 분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단호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고, 모호하지 않고 정확-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해가 쉽도록 하고 있다.

 

아마도 학교-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학교는 죽었다’ 정도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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