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토니와 클레오파트라 - 전예원세계문학선 셰익스피어 전집 1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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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셰익스피어는 명성에 비해서는 전반적인 작품세계가 다뤄지기 보다는 몇 개의 대표작만이 조명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실제로도 그의 4대 비극과 같은 작품들만 끝없이 출판되고 읽혀지고 있을 뿐이지 그 외의 작품들의 경우는 번역되거나 찾게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이는 한명의 작가에 대해서 대표작만을 보고 판단하는 선에서 머물고 있을 뿐이지 전반적인 작품세계에 대한 관심은 갖게 되지 못한다는(혹은 안 한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뭔가를 읽을 시간이 많이 부족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집중적으로 읽을 생각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잘나가는 것들만 번역해서 벌어보겠다는 생각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셰익스피어는 그의 전집이 이전에도 출판된 적이 있었고, 얼마 전에도 출판되었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대표작이나 걸작으로 분류되지는 않겠지만 꽤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인 ‘앤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평소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작품이었지만 우연히 손에 들어와 순식간에 읽게 되었고, 생각보다는 괜찮은 내용이어 만족스러웠다.

그가 간간히 관심을 갖고 있었던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역사적인 인물이자 당시로서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어떤 관계라고 말해야 할지 애매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앤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의 관계에서 ‘사랑’에 보다 집중을 하고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에서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결과물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도 큰 인상은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당시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접근이 이미 다양하게 이뤄지기도 했지만 그들의 삶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아무리 셰익스피어라고 해도 드라마와 같은 그들의 삶을 더욱 드라마로 만들어 내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워낙 유명한 인물들이라 그들의 삶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서인지 그들의 비극을 놀랍거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얼마나 사실에 입각했는지 혹은 어디까지가 사실일지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조금은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고, 그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결과물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실제 역사적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창작의 한계 때문일 것 같다.

 

이 작품은 사람들에 따라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며 읽혀질지도 모를 것 같은데, 번역자의 해설대로 여러모로 큰 차이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기본적으로 그들의 연령대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관계가 일종의 불륜에 가까운 관계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같은 점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를 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어쩌면 그런 차이 때문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비교를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둘의 사랑은 처음에는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고, 결국 그들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의 비극은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책무를 등한시하고 개인적인 감정에만 몰두했을 때 발생되는 비극일지도 모르고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답지 않은 행동을 보였기 때문에 그런 비극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사랑이 과연 사랑인지 그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서로에 대한 집착하는 모습,

어쩐지 자신의 끝을 직감적으로 예감하고 그동안 함께했던 부하들에게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하는 앤토니의 모습 등이 인상적이었고,

오해와 거짓말 그로 인한 엇갈리게 되는 운명과 죽음은 이전에 보았던 셰익스피어의 이야기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으면서도 앤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의 실제 삶과 교묘하게 이어지게 만들어 놓는 셰익스피어의 탁월함에 감탄하면서 결과물 자체는 신통치 않지만 완성도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의 사랑에 애틋함이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기 때문에 흥미가 적은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들의 만남과 죽음까지의 방탕한 삶에 대해서 약간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서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는 쉽지는 않다.

많은 것을 희생하기도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모습을 그들은 보여주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히 그들은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랑이든...

결국 사랑이다.

그 사랑에 누구도 뭐라 말할 자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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