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
찰스 프레드 앨퍼드 지음, 이만우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꽤 흥미를 끌게 만드는 제목과 함께,

그 흥미를 (조금은) 좌절시키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는 찰스 프레드 엘퍼드의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는 우리가 흔히 말하고 생각하는 ‘악’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는 탐구를 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고전들과 실제 있었던 (끔찍한) 역사적 사실들 그리고 실제 각종 범죄를 저질렀던 재소자들의 면담을 통해서 ‘악’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엘퍼드는 기본적으로 멜라니 클라인과 그와 관련된 연구자들의 이론적 틀을 갖고 ‘악’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개인적으로는 멜라니 클라인의 이론에 대해서 거의 무지하기도 하고, 저자인 엘퍼드도 클라인의 이론적 성향을 특별히 설명해주지도 않고 있어서 조금은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저자인 엘퍼드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는 ‘악’에 대한 편견을 해체시키고 있고, ‘악’이라는 것은 결국 하나의 ‘두려움’ 혹은 ‘모호함’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기존에 우리가 상식처럼 생각하고 있는 ‘악’이라는 범위도 최대한 확장시켜서 ‘악’에 관한 새로운 입장을 갖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많은 것들이 악이고,

그 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남’ 또는 (‘지배’가 아닌) ‘받아들임’ 또는 ‘승화’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그는 ‘악’을 우리가 갖고 있지 않는 혹은 우리 자신이 ‘악’과 관련 없는 거리감을 갖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악’이 우리를 지배할 것 같다는 방식의 분석을 하고 있다.

 

그는 전반적으로 그가 면담했던 재소자들의 의견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그 관심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악’을 대했었고,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논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이론적으로 많은 부분 부족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읽어나가는 것에 조금은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그의 분석들에 공감하기도 하지만 이해가 조금은 안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또한 그가 밀그램의 연구 결과와는 달리 인간의 ‘악’한 행동이 하나의 구조나 관계 속에서 벌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수동적인 입장만을 갖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 그 행동을 자발적으로도 할 수 있다는(즉, 능동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갖고 있을 그 ‘악’을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보다 긍정적인 혹은 배출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색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논쟁의 여지가 많기도 하고, 그의 분석이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또한 최근 들어서 다양한 잔혹한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과연 ‘악’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과 분리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일상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엘퍼드의 논의에서 그가 기본적으로 ‘악은 두려움이다’라는 논조로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지만 결국 그는 ‘두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리고 어째서 두려움을 느끼는지 그리고 두려움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그는 공포와 악이라는 것을 두려움으로 말을 바꾸는 것일 뿐이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 : 번역자는 ‘향락의 전이’를 번역하여 엄청난 악명을 갖고 있는 분인데, 왜 악명을 갖고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문장 번역이 엉망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원본과 대조할 정도의 수준 있는 독자도 아니고 이해가 안 되면 내가 무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꽤 알려진 학자인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이름을 (영어식의) ‘노버트 엘리아스’라고 성의 없이 번역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엘퍼드의 책이 번역 및 출판되기 이전에 ‘문명화과정’과 같은 책들이 이미 번역되어 그의 이름을 (어느 것이 정확한지를 떠나서) 적절하게 기재할 수 있었는데도 저런 식으로 번역을 해버렸다는 점에서는 순전히 번역자의 성의문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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