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 6년의 연애, 세 번의 입원 그리고 끝나지 않는 사랑의 기록
마크 루카치 지음, 박여진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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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마크 루카치 지음

 

하루아침에 당신의 아내가 조현병 환자가 된다면? 한순간도 사랑해 마지 않았던 연인이자 아내가 새로운 회사에 나간 뒤 지나치게 확인하는 작업, 불안으로 인해 일을 전혀 하지 못한다. 이어 우울, 환청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하면서 정신질환자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 내 의료환경과 많이 닮아있음을 발견했다. 정신과 환자가 입원하는 것에 대한 힘듬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이들은 알 것이다. 입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그런데 겨우겨우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치료는커녕 다시 집으로 데리고 가라고 한다면? . 생각만 해도 싫다. 심지어 현 시국 속 작은 단위의 정신병원은 코로나 검사를 하고 집에서 기다렸다가 음성 판정이 나오면 입원하라고 한다. 입원 병상이 있는 것에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국이다.

 

얼마 전 환자 한 명을 검사하기 위해 4명의 성인이 동반했다. 얼마나 힘들게 병원에 왔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검사자는 검사에 협조적이지 않다고 검사 도중 돌려보냈다고 한다. 보호자도 지적장애 3급이었다. 보호자는 다시 와서 검사할 수 없다고 울먹였으나, 검사자는 단호했다. 지적장애 1급 환자가 재진단을 받기 위해 왔는데, 착석이 되지 않는다고 돌려보내고 진단도 받을 수 없게 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정작 검사자는 이전에도 계속 그래왔고, 진단도 나갈 수 있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나는 편법을 말한 것이 아니다. 장애등급법에 나와 있는 대로 검사를 진행하고 그들이 다시 재검사를 받으러 오거나, 서류를 떼러 오는 것을 방지해 주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나의 생각이 잘못된 거라며,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든다며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니, 의료 현장의 모습이 더 쓸쓸하게 다가왔다.

 

외래에서 예약을 잡아달라고 전화가 왔다. 환자가 많은 상황으로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3주 이내에 해야 한다며, 입원해서라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하러 가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점심도 거른 채 검사를 했다. 간단한 색깔이나 숫자를 아는 것은 아예 안되고, 언어적 표현도 안될 뿐 더러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었다. 자리에 착석하는 것도 힘들었다. 스물이 넘은 자신의 아이의 장애를 인식하고 함께 살아온 엄마의 세월을 바라보며 검사를 마쳤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았다고 해서, 세상을 편한 대로 바라보는 태도에 신물이 난다. 내가 잘못을 했고 안했고의 문제를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를 사람으로 바라보고 늪에서 나올 수 있게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가 중요하다. 이것을 알 길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 그들의 삶에 귀 기울이는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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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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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코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책은 별점으로 평가하기가 죄송스러울 정도였으나, 소개해준 이에게 경멸을 담아 별 하나를 과감히 뺐다.

 

수십 년 전의 이야기부터 거슬러가면서 쓰는데, 마치 어제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나와서, 무서웠다.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하고 있다가 상세하게 풀어쓴 저자의 힘에 반했지만, 개인적인 나로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심지어 전공도서에 가까운 책을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가독력도 좋다.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트라우마를 뇌로 바라보기, 애착 문제가 있거나 성폭력 노출된 아동이 성인이 돼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렇다면 트라우마로 인한 흔적은 지울수 없는 상처로 새기면서 살아야 하나?/회복의 방법은 어떻게 될까. 이런 순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면밀히 나타내고 있어,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려워 눈물이 났다. 수많은 곳이 기억해야 할 문장들로 넘쳐났다. 그 중 기억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대목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기억. 나도 기억으로 인해 고통받고, 엄마도 현실이 아닌 기억으로 고통받고. 기억은 현실을 넘어 고통을 가져온다.

 

다이애나 포샤의 말을 남기며 책 읽은 소회를 마친다.

[회복력의 바탕은 자신을 사랑해 주고 맞춰 주는 듬직한 사람에게 이해받는다는 느낌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사람의 생각, 가슴속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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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혼자서 사는 동물이 아니기에, 관계가 필수다. 각자의 속도를 가진 채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무언가를 해야 할 때, 속도의 차이가 간극을 만들어낸다. 누군가는 속도에 치여 버거워하고, 누군가는 답답해 하기도 한다.

 

친구가 이마에 주름이 생겨서 고민이라고 했다. 친구가 슬쩍 보톡스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서 피부과에 가서 보톡스를 맞으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군가 이마에 주름을 없애려고 보톡스를 맞았는데 눈을 뜨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망설여진다거나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은 없는 이야기다.

나도 피부과에 갈 일 있으니까 갈거면 같이 가자고 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그러면 듣는이는 다른 사람은 보톡스를 맞고 부작용이 있지만 나는 이마의 주름이 더 신경 쓰여서 시술을 받아야겠다는 말로 알아듣게 된다. 다음날 보톡스를 언제 맞으러 갈거냐는 이야기가 나오니 내년에 집을 이사하고 맞겠단다. 그러면 아직도 네 달이 넘게 남았다. 네 달 이후에 할 일을 왜 지금 말하는 거지?

 

직장동료는 더하다.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도 진행중이다. 아직도 그것을 방금 한 것처럼 기억하고 있는 것이 더 대단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그리고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냥 프로젝트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구차하게 느껴진다.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지만 내실은 없는 창피한 노릇이다. 아니면 내가 너무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계속 다른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시간의 간극이다.

 

한 사람이 너무 급하다 싶으면 조금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느리다 싶으면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 한 템포 업시켜 가면서 우리는 그 간극을 줄여나가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속도를 고수할 때 온다. 상대방이 당신의 속도에 대해 언질을 주었다면 그건 오래전부터 생각해 두었다가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을 때까지 온 것이라 여기고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 받아주세요라고만 하지 말고 노력의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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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타인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타인과 함께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는 편한 가면이지만, 누구에게는 물에 젖은 수건을 얼굴에 올려놓는 것처럼 숨막히는 일이다

 

친구의 친구였던, 지금은 친구인 윤씨가 얼마전 연락이 왔다.

나 망상인거 같아.” 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망상과는 거리가 멀어서,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2주 후에는 진정이 됐다며 웃으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들로 인해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내가 이상한 건지, 사람들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회사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람들한테 욕을 먹는데도 그 자리에서 변론은 못하고 분한 감정만 들고, 돌아서서 왜 그 말을 하지 못했을 까 싶고.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매일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평생직장을 절대 그만두면 안된다고 한다. 그말인 즉슨, ‘너 거기서 나오면 절대 더 좋은데는 못 들어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마음이 편치 않다. 신입이 오자 칼로 무자르듯이 나를 버리는 상사나 그것을 등에 업고 날뛰는 신입이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고 있는 나나 모두 제정신이 아닌 곳이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쓴 글이나 회사에서 잘 지내는 법을 쓴 글은 여럿 보았다. 그러나 이보다 필요한 것은 도살장에 끌려오듯이 다닐 수 밖에 없는 회사에서 내 마음 건사하는 방법을 쓴 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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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일 -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박혜진 외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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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만드는 일

박혜진, 이영준, 박경리, 천정은, 양희정

민음사

 

20215월 민음사 창립 55주년, 대표 도서 55종 중 10권에 관한 편집자의 회고.

 

나머지 45권도 기다려진다.

 

저자만큼이나 편집자의 시선이 책의 가치를 올리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그리고 편집자들의 글솜씨 또한 여느 저자들과 견주어봐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책은 대표 도서 10권을 어떻게 제작하게 됐고, 편집자들이 저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존경심을 넘은 경외심이 때로는 신앙적으로, 때로는 조용한 감탄으로 기술되고 있다.

 

[책 만드는 일]을 읽는데, 모두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이어서 산뜻하면서도 민망했다. 책에 편협함을 담아 읽기 쉬운 책들만 만나고 있었던 것 같다. 김수영, 보르헤스, 밀란 쿤데라, 앤 드루얀, 이수지 등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 숙제가 주어진 것 같다. 이 행복한 숙제를 준 이 책을 보고 민음사의 대표 도서 55종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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