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리커버 특별판)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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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이지수 옮김

 

누군가의 자서전을 본다는 건 일기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일기는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데, 자서전은 제발 봐달라고 하는 것 같다.

 

일본 영화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봤다. 책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가는 반면, 영화에 대한 기울임이 낮아진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나 그들의 삶에 대한 궁금함이 적다. 단순히 그들의 직업 세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길 기대했지만, 나는 얻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영화관에 간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호밀밭의 반항아나 지니어스도 진득하게 앉아서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 책도 진득하게 앉아서 읽지 못했나. 오전에 영화관에 걸어가 홀로 영화 한 편 봐야겠다.

 

저자의 책이 여럿 있는 걸로 안다. 처음부터 너무 진지하게 만나버린 건지, 아마 다른 책들은 못 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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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서사음 에디션)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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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여자 둘이 사는게 뭐라고?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꼭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삶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책 제목을 이리 정했다는 것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로 인해 마음이 깨지는 일이 반복돼 남아 있어서였을 것이다.

 

고양이와 살든, 여자 둘이서 돈을 모아 집을 사서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든 관심이 없다. 그래서 타인의 평균 범위 밖의 일을 그다지 모나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기분 좋은 관심 없음이 두루 통하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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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답법 - 개싸움을 지적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피터 버고지언.제임스 린지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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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답법

피터 버고지언, 제임스 런지 지음/홍한결

 

O가 툭 던지고 간 책. 휴직을 하고 나니, 회사 사람들 이름도 기억이 안나네. 정말 기억하기 싫은가보다.

 

마치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거창하게 이야기하지만 건질 건 하나도 없었다.

개싸움을 지적 토론의 장으로 만든다고 했는데, 어디서?

리처드 도킨스, 니얼 퍼거슨, 로버트 새폴스티의 찬사는 왜?

 

원리를 이야기해준다는데, 지적 토론의 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초급, 중급, 상금, 전문가, 달인 수준에서 이야기해준다는데 다 아는 이야기야. 뭐 새로운 게 하나도 없어.

상대방에 지나치게 맞추고, 자신의 생각은 접어들고 가야하는, 그런 다음에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도 화내지 말라는.

그게 대화인가? 대화가 뭔지 몰라? 핑퐁이 되지 않는 대화를 대화라고 볼 수 있는거야?

 

기대가 무너질수록 내 마음도 무너졌다. 진정 개싸움을 지적 토론의 장으로 만들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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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 (감귤 에디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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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pil Bookclub

20223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제주 편

유홍준 지음

 

책을 다 읽지 못한 채 제주도에 갔다. 그럼에도 책을 만난 후, 펼쳐진 제주는 분명 다른 곳이었다.

 

화산폭발로 생겨난 섬에 꽃들이 하나둘 피어난, 이리도 아름다운 곳에 내가 간다고 생각하니, 여간 신비로운 것이 아니다. 모두는 역사와 문화 가치가 넘쳐나고, 어떻게 발굴되고 보존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니, 아름답게 피어난 건 비단 꽃뿐만이 아니었다. 네가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의미있는 곳에 가는 나도 의미있어 졌다.

 

그러고 보니 2월에 많은 일이 있었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쓱 지나갔지만, 사실은 별일이니 내 몸과 마음은 많이 힘들었을 게다. 우선 휴직 준비로 사무실 정리 및 복직 후 옮길 곳에 물건을 날랐다. 그리고 집 도배 및 싱크대 시트지를 갈았다. 거기에 더해 제주도 여행까지 갔다.

 

3월에는 논문작업을 했다. 다음에 하라는 말을 들었다. 논문작업을 하는 동안 매우 예민했다. 매일 논문 작업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시간만 잡아먹고, 효용성도 모르는, 글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흘을 앓았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역시 여기는 내 마음의 소리를 넣어두는 곳이구나 싶다. 나의 근황을 정리하고 나니, 내가 왜 그리 알라딘에 서평을 올리지 않았는지 하소연을 할 수 있어 속이 조금 후련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제주 편이 도배풀에 굳어 쩍쩍 소리를 낸다. 나이 일흔이 넘은 부부에게 집 도배를 맡겼는데, 온갖 곳에 도배 풀칠이 난무하고 방바닥에는 칼심이 돌아다녔다. 덕분에 몇몇 책은 응급구조가 필요한 상황이 되기도 했는데, 이 책도 그러하다. 쩍쩍 넘겨 가며 나머지 부분을 제주도에 다녀와서 읽었다.

 

목차에서 제일 눈길이 간 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동굴 이야기였다. 용천동굴을 읽으니, 다른 동굴은 어떻게 발굴됐고, 역사적으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가 궁금해 졌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일자무식인 나로서는 카페의 한 켠에 진열되어 있는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유홍준이 오랜만에 제주편을 냈나보다 하고 구매했다. 그런데 예전에 나온 책을 컬러풀하게 재출판한 거였다. 그렇다. 나는 역사, 유적 이런 거 일절 관심이 없다. 두껍고, 빽빽한 이 책이 나의 그런 생각을 조용히 타일렀다.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문제를 소유주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비단 이것은 설악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뭐만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반대하고 플랜카드를 걸고 외쳤다. 일단 반대하고 저항하고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유전인가. 좋든 싫든 무언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면 외친다. 항거한다. 왜놈이 쳐들어올 때 항거하고,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고, 무언가 자신의 영역에 침입했을 때 저항하고 이겨냈던 것이 몸속에 남아 유전적으로 되물림되고 있어, 그러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항거하고 보는 것인가. 하는 겉넘는 생각도 들어온다.

 

여행객으로 매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제주도와 잘 맞는 시가 있어, 함께 보낸다.

 

다녀가셨군요...... 당신

당신이 오지 않는다고 달만 보며 지낸 밤이 얼마였는데

당신이 다녀간 흔적이 이렇게 선명히 남아 있다니요.

물방울이 바위에 닿듯 당신은 투명한 마음 발자국을 남기었으니

그 발자국 몇 번이나 찍혔기에 화석이 되었을까요.

 

아파서 말을 잃은,...... 당신

눈이 멀도록 그저 바라다보기만 하였을 당신

다녀갈 때마다 당신은 또 얼마나 울었을까요.

몸쓸 바람 모슬포 바람에 당신 귀는 또 얼마나 쇠었을까요

(...)

소금 간 들어 썩지 않을 그리움, 입 잃고 눈 먼 사랑 하나

당신이 남긴 발자국에 새겨봅니다

다녀가셨군요...... 당신

-[사계리 발자국 화석] 부분(귀가 서럽다, 창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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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 삶이 이야기가 되는 365일 글쓰기 수업
수전 티베르기앵 지음, 김성훈 옮김 / 책세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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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삶을 위한 일년

수전 티베르기앵 지음/김성훈 옮김

 

목차만 봐서는 일기, 소설, 에세이, 회고록, 동화 등 이 책만 보면 모든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용을 들어가 보면 그래서 뭐?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대충 예로 들면

접근하기 쉬운 것에서 시작하라

글의 시작과 마무리에 공을 들여라

당신에게 중요해진 장소에 대해서 써라.

독자에게 구체적인 인상과 생각을 남겨라.

이런 식이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읽고 나서 남는 게 없다.

 

예를 든 글들이나 예습 문제들도 하나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런 거 다 필요없다. 일기 쓰는데 왜 잘 써야 하나. 왜 보여주기 식의 글쓰기를 일기장에서도 해야 하나. 일기와 페이지는 그냥 막 써야 한다. 라는 불만을 뿜뿜하면서 읽었다. 물결 위에서 찰랑이는 거 말고, 물의 주인을 만날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한 단 한줄이라도 써 있었더라면, 하고 아쉬움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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