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한권을 샀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전국 투어하며 강연하는 똑똑한 스님이 쓴 책.

 

그와 내가 읽었다.

같은 내용을 봐도,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는 어느 구절에서

나는 다른 구절에서

 

그는 무한한 삶의 반석을

나는 그럴수도 있지.. 하는 생각을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 속에서,

우리가 멈춘 것은

더이상의 만남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단홐, 쥴리델피

 

I came here

 

오랜만에 보는 영화였다.

오랜만에 방안에서 홀로 보는 영화였다.

한시간 이상 한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은 소견서 쓰는 시간,

그 외의 시간에는 이리저리 굴러다니거나, 친구가 들고 온 TV를 보거나,

이것저것 주워먹거나, 논문쓰는데 회피하며, 이리저리 발버둥 치기 일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이사를 하고, 이렇게 영화보는 순간이 손에 꼽히는 것 같다.

 

사랑이 하고 싶다.

내 마음을 주고 싶다.

솔직하고 싶다.

 

사람은 다르구나.

남녀는 다르지.

약속이란 없을지도.

 

기차에서 만나, 하루를 함께 보내자고 권유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하루를 함께 보내기로 한다.

대화를 하며, 소통되는 기분을 느낀 둘은

하룻동안의 만남 동안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다음 날 여자와 남자는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그리고 영화가 끝을 맺는다. before sunset이 기대됐다.

대화만 하다가 끝나는거야? 싶게, 많은 대화를 하지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서른의 사랑관 말고,

그냥 사랑

 

극 중 여자가 이런 말을 한다.

그와의 만남에서 가장 좋은 것은

서로의 약점, 서로의 좋지 않은 점에 대해 느끼지 않고, 파고들지 않고, 그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난 이렇게 해석했다..).

 

그말을 들으며,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을 향해 '그는 이래서 안돼.'라는 것을 무던히 만들어 대며, 헤어질 준비를 줄기차게 하며 만났던 이전의 나를 생각했다.

못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심야식당 9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년전었던가? 더 전이었던가?

고향집 도서관에서 만났던, 이 만화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고, 꾸준히 심야식당의 연재를 기다리게 했으며,

꾸준히 읽어가게 했다. 그리고, 리뷰를 남겼었다.

 

내가 남긴 리뷰를 보면, 리뷰를 남겼다는 것을 까먹고, 다시 남기게 되거나,

이번처럼, 다시 감흥에 젖어 남기게 되거나, 하여,

두번, 같은 작품에 서로 다른 느낌의 글을 남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번은 심야식당 9니까. 그걸 예외로 치자면 예외고, 별개가 되겠지만.

 

며칠전 KBS 책과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에서

'심야식당' 이야기가 나왔고, 책에 대한 좋은 느낌들을 정갈하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이 생각났고, 나도 이런 식당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과

이 책 속의 사람들이 궁금해 졌다.

그리고, 다시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곳에 오는 사람들이 궁금해 지는..

이 만화는 그림이 있는 소설책의 느낌이다.

그림이 있는데, 그림에 치우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과하지 않은.

 

(여기서, 만화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만화의 기술적인 부분을 보아야 하는가, 그 안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가.

그렇다고, 그림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해야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쉼없이.

쉼을 원하는 나에게.

'발전', '진취', '성공'이라는 이름하에,

쉬지않고, 조금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들.

무력함에 빠지면서도, 해야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조금은 털고 일어나,

한밤 중에 산책을 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여자 혼자, 한밤 중에 산책을 하냐고 한다면,

내 마음은 혼자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동네 근처를 배회하다, 친구가 보낸 메세지에 답을 하고,

친구가 내 곁으로 왔다.

조금은 빠르고, 조금 많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앉아,

CF한편을 찍고, 원더걸스의 'like this'를 틀고 춤을 춰댔다.

그리곤 2000년대 노래를 부르면서 친구를 배웅했다.

 

--CF 시놉

a와 b가 도로를 두고, 반대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다.

차들이 지나간다. 시끄럽다.

서로는 평상시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

그 소음 속에서 차근히 대화를 이어간다.

버스가 온다. 버스가 지나간다.

갑자기 조용해 진다.

a와 b는 그대로 앉아 있다.

시끄럽고, 조용하고, 모든 것이 지나가도,

여전히 둘은 그대로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류승범이 나오는 줄 알고 봤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인 줄 알았으면, 마음의 준비 좀 하고서 볼걸..

 

우선, 세가지 단편 영화가 나온다. 옴니버스 식 아니다. 결국엔 하나로 이어지는? 아니다. 인류멸망과 관련되서 하나가 아니냐고? 어떻게 보면, 인류멸망인데,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의미로도 읽혀질 수 있는. 그래서 나는 그저, 세 편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첫번째는 류승범이 좀비가 된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쓰레기가 사료가 되어 그것을 먹은 소가 다시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그것을 먹은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전염병처럼 사람들을 물고, 또 그 사람들도 좀비가 되어, 결국 모두가 좀비가 되는. 정말 순식간에 파급효과가 '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렇지만, 우리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에 있지 않은가. 류승범과 그의 연인으로 나오는 고준희가 좀비가 되었지만, 뭔가의 여운을 남기며, 서로를 바라보며 영화가 끝이 난다. 그 때 느꼈다. 이 영화 괜찮다고.

 

두번째는 로봇이 성찰할 수 있는가? 로봇은 기계인가. 사람이 성찰하기 어려운데, 로봇이 성찰하면,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김민선의 오바스러운 격정적인 로봇 스님에 대한 지지 발언들을 들으면서,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본질면에서는 세 스토리 중에서 가장 의미있지 않았나 싶다.

 

세번째는 내가 주문한 당구공이 우주 저멀리서 핵이 되어 돌아오고, 지구는 그대로 폭파되고, 10년이 지나, 지하에서 살던 지진희가 커서 배두나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고, 다시 초록은 피어나고.. 다시. 윤회. 그저 때가 되었을 뿐이다?

 

계속 쓰고 싶은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