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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 내 안의 빛이 되어준 말들의 추억 ㅣ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6월
평점 :
반짝반짝
정여울
이 책은 처음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막상 들고 보니, 글들이 잘 만져지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작가의 의견과 내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머릿속에서 반론을 펼치기도 했지만, 나는 이런 류의 글에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며 모난 돌이 꼭 깎여서 획일화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모난 돌은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이다. 사람 그 자체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총구를 겨누는 것은 문제이지만, 한 사회의 일원으로 그 집단에서 융화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문제이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집단이 트러블없이 흘러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개성이 모난 돌이 될 필요는 없다. 굳이 모난 돌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날을 세우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개성있는 사람일 수 있다. 라며 마음 속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같이,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생각을 써내려 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반짝반짝’은 조금 더 글이 정제되고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그 흐름에 동참하기 전에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희화화하여 놀림거리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인간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개인주의라는 말이 나만 잘 살고 보자는 의미가 아니다. 개개인의 인격, 그 자체를 바라보고 존중하자는 의미이다. 그런데 현 사회는 나만 살고 보자는 식으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인간을 비하하는 부정적인 말로 가득채워 나간다. 말의 힘은 크다. 인터넷상에서 글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글, 말, 부정적인 글, 부정적인 말들이 활개를 치고 마음속에 어둠의 알을 심어놓는다. 한번 심어진 알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 어젠가 어떠한 불씨에 의해 봉인 해제될지 모를 일이다. 그것을 우리는 조용하지만 따뜻하게 긍정의 말과 글로 덮어줄 필요가 있다.
『사방이 뻥 뚫린 감옥에서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 나의 자존을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위협한다고 상상해보자. 매일 모욕당하고 협박당하고 린치와 욕설까지 감내해야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너는 열등하고 나는 우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타인이 있다면, 우리의 자존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모욕의 가장 무서운 결과는 모욕을 당하는 사람이 자신이 하찮다고 모욕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나는 좋은 사람이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최면으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삶의 중심이 내 안에 있는 사람은 바깥세상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향한 질투심 탓에 괴로울 때도 있고, ‘내 삶의 방향이 틀린 것일까’ 의심할 때도 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삶의 중심이 내 안에 있다면 이런 ‘분심’은 능히 이겨낼 수 있다. 나에게 인문학은 내 삶의 중심을 내 안에서 찾는 길이다. 다른 곳에서 인정받으려 하고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역경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 안의 소중한 중심을 찾아가는 길이 내게는 인문학이다. 변방의 자리에서도, 아무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의 끄트머리 감방에서도 신영복 선생을 지탱해준 건 ‘나의 중심이 저 세상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는 믿음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일들로 인해 일희일비한다. 슬픈 기쁨, 불안한 기쁨, 일회성 기쁨, 침잠하는 슬픔, 비참함. 나를 향해 비웃는 그 사람의 표정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좀먹어 간다. 과연 내가 내 안의 소중한 중심을 지켜갈 수 있을까. 내 인생이 무너질까 두렵기까지 하다. 2021년에는 나의 중심. 길을 찾고 지키며 애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