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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말하다
김영하
한 글자에도 많은 내용을 깃들이기 위해 노력하며 논문쓰기 작업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 논문을 읽는 이들이 ‘이 사람은 참 글을 못 쓰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나의 능력에 있다. 나의 글이 시험에 들어 누군가의 칼날에 베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내 마음도 그렇게 베여나간다.
나의 이십대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작가’라는 아이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다독했고, 새벽녘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글을 쓰기도 했고, 내가 보아도 괜찮다 싶을 때도 있었다. 지금의 나는 글을 못 쓴다는 말에 예민하지만, 문장력이 더 나아질 수 있게 노력은 하지 않는, 내가 봐도 어처구니가 없는 내가 있다. 체득하고 있던 글을 읽는 방법마저 잊어버리고 허공의 세월을 보내는 삶은 내가 택한 것일 게다. 벤자민버튼처럼 나의 문장력은 거꾸로 갔다.
그래서 글솜씨 좀 좋아져 보겠다고 택한 이 책은, 나의 의도를 벗어난 책이었다. 차라리 문장력 좋은 책을 필사해서 글맛을 익히는 게 더 나을 것을.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는 늬앙스로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아닌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