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언가 이슈가 되면, 마치 바이러스처럼 사회를 훑고 해당 개인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제일 최근의 이슈는 논문표절이 아니었나 싶다. 미투, 논문표절, 이런 것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아름답게 펼쳐지기만 한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런데 때로는 이런 것들이 이름을 붙인 모자만 쓴 채 실제로는 칼을 휘두르는 학살로 느껴질 때가 있다.

논문을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논문작업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뼈를 깎는 일인지를. 나 같은 경우에는 한 논문을 게재하는데 적게는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머릿속에 항상 연구를 담아둔 채 고단하고 미련하기까지 한 생활을 버텨야 겨우 나올까 말까한 게 논문이다. 그런데 그동안의 노고가 단번에 표절로 변색되고 버려지는 신세가 된다고 생각해 보자. .... 생각만해도 끔찍하고 비참해진다. 어떤 이는 이러한 노고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며 칼날을 들이댄다. 그것이 정당하고 맞다는 명목하에 인용을 하지 않았으니, 무효라고 말한다. 그것이 사실이나 논문에 대한 진실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아직 나는 따뜻한 세상이 있다고 믿고 싶다. 표절이라는 이름하에 자신의 자리에서 사라지는 이들은 타인의 논문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하거나 혹은 자신이 무엇을 쓴지도 모른 채 논문 저자란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기를 바란다. 피땀 흘려 연구하는 이들에게 불똥이 튀지를 않기를. 그들의 미래를 앗아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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