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지음
내가 심리학을 전공하고 그런 글들을 쓸 거 같은지, 글을 쓰는 나를 보며 이 책을 이야기한 사람이 여럿있다. 모두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이들의 추천이었지만. 나는 열린 귀로 살기로 했다. 너는 나보다 낮은 사람이라며 조언을 조언으로 듣지 않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팔랑귀를 가지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리는 것도 안좋기는 하지만.
그런저런 이유로 샀다.
이 책은 감정부전장애를 가지고 있는 저자가 상담을 받은 내용을 녹음하여 녹취록을 풀 듯이 쓴 책이다. 보통 심리치료 책은 상담자가 내담자를 보고 정리하여 책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역으로 내담자가 정신과 의사의 동의를 얻어 상담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내용은 장애명처럼 종일 비관적이다.
나도 한동안 상담을 받았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게 무너질 것 같은 신호가 와서 궁여지책으로 찾았는데, 나도 상담을 받은 내용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실제로 하지는 못했다. 상담의 내용도 다 누군가를 욕하고 나는 잘났다는 내용이었다. 상담자도 나보다 숙련이 덜 된 사람으로 상담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앉아서 듣기만 했다. 그러다가 나보고 회사를 어서 휴직하라는 식의 답변을 했다. 그만하고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는 내편인 척 가장한 채 회사 편에 선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감정부전장애를 더 없이 표현한 이 문장이 들어온다.
오늘 하루가 완벽한 하루까진 아닐지라도 괜찮은 하루일 수 있다는 믿음,
하루 종일 우울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일로 한 번 웃을 수 있는 게 삶이라는 믿음.
집에 있을 때는 내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핑계대지 말자. 아이들이 매체를 봐야만 내 일을 할 수 있다고 핑계 대지 말자. 아이들이 잘 때 이렇게 잠시라도 서재에 와서 글을 쓸 수 있는데 그걸 하지 않은 건 나다. 시간을 정해 그 시간만큼은 내 시간으로 활용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은 것도 나다. 자꾸만 나태해지는 나를 다독이지 못한 것도 나다. 그러니 핑계는 그쯤이면 됐다.
책을 평가하기 이전에 자꾸만 나를 평가하게 된다. 쓰레기라고 욕하는 정작 내가 쓰레기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