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땡스북스 + 퍼니플랜 지음 / 알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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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기획·제작 땡스북스+퍼니플랜

 

2021년 현재 남아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2015~2016년에 있었던 어느 몇몇 독립 서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재는 제주도로 장소를 옮긴 걸로 알고 있는 책방 글을 시작으로 몇몇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의 옹기찬 글들이 이어진다. 서점 주인, 매력 있는 단어다독립서점이 하나 둘 자리할 때, 시선이 갔다. 아날로그, 클래식, 오래되고 고유한 것을 좋아한다. 독립 서점에서도 그런 냄새가 났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의 한 독립서점에 갔다. 도000자. 2014년 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도000자는 독립 서적이 있지만 여행에 초점이 더 맞춰진 곳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방문했을 때 주인은 없었다. 여행을 가고 다른 이가 와서 봐주고 있단다. 책들은 온통 독립서점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도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책을 낸 이들의 마음을 담아가지고 왔던 기억이 난다. 20216월 언저리. 대전 은행동 한 편에 모던하게 자리하고 있는 다00다에 갔다. 도000자의 다른 이름이다. 독립서점이기 보다는 일반서점에 가까웠다.

내가 그곳에 간 이유는 출판클라스 문의와도 관련이 있었다. 전화로 문의 후에 오프라인으로 가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점원이 참지 못하겠다는 웃음이 살짝 보여서 내가 잘못왔구나 싶었다. 내 이야기의 어디에서 그런 코드를 발견했는지. 당시 심적으로 힘들고 진지했어서 실망을 애써 눌러야 했다. 그만큼의 신뢰였다. 당시 건물 앞에 공사가 한창이었다. 책 한 글자 보기 어려울 정도의 소음이 계속됐다. 책 몇 권을 사고, 소음에서 벗어났다.

 

최근에 들른 대전의 독립서점 이야기를 더 해보련다. 언0튼이다.

202110월 어느 화요일 오후, 문을 열고 들어가는 동시에 보이는 그 에메랄드빛 바닥 그리고 진한 나무색의 책장이 마음을 만져주었다. 손님은 한 명도 없는데, 사장님은 바빠 보였다. 주문 들어온 것을 열심히 만들고 계셨다. 30대 정도의 중키의 남성, 아무렇게나 놀고 있는 머리카락, 어설퍼 보이는 눈빛. 좋았다. 주문을 하자, 주문이 밀려서 5분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쩔쩔매며 말하는 모습도 역시 좋았다. 그런 말 좋아합니다.

기다리며 사장님이 정갈하게 프린트하여 게시판에 써놓은 글도 읽고, 얼마 없는 책들도 봤다. 창문에 햇살이 비칠 때, 좀 큰데 부담스럽지 않은 테이블에 앉아서 하염없이 앉아 있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노트북 타닥타닥하는 소리, 그러다가 책을 읽고, 그러다가 멍 때려도 괜찮은 곳 같았다. 싫어하시려나 .. 하하.

언0튼에는 이곳에 온 사람들이 글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손님이 추천하는 책 3권을 책꽂이 한 켠에 만들어 두는 일종의 자리 분양 시스템. 그러면 내가 추천한 책과 글이 함께 그곳에 잠시 머물다 가겠군. 내가 인스타그램을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잘 안 들어가지자, 연락처를 적어놓고 가면 구글폼을 보내주겠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가 왔다.

 [친구의 전설/이지은 지음],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쇼노 유지 지음/안은미 옮김],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세 권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폼에 작성했다. 그리고 문자를 보냈다.

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이라고 답을 보내니, 다음에는 천천히 머물다 가라는 답이 왔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오고감이다. 인근이 복잡해서 차를 가지고 가기에는 조금 부담이 있고, 살방살방 걸어가서 오래오래 있디가 올 날이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은 계0문고

왠 독립서점 이야기에 대형서점을 끼워 넣었느냐고? 계0문고는 독립서적은 없지만 책을 고르는 고수의 느낌만은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크지만 아늑하다. 가보면 안다. 특히 그림책이 그좋은 데, 어른의 책도 좋다. 온라인으로 한정적인 섹션에 가두어 책을 보는 것과 확연하게 다르다. 책을 읽다가 연관해서 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책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싶으면 역시 서점 만한데가 없다. 실물로 보고 책을 느껴야 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온다.

. 매일 서점에 가서 앉아 있고 싶다.

 

이 책의 글 중 속초 동아서점 사장님의 글 속 마음에 심쿵했다. 속초의 동아서점 사장님의 책 선물 고르는 팁은 활용도면에서보다 그 사람이 담고 있는 마음의 그릇이 좋았다. 우리는 조금은 더 정직하고 묵직한 위로를 건네고 싶은데 결국 괜찮아?라고 시작해서 어떤 말을 이어 건네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어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제스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이다. “괜찮아.”라고 말하며 다음 말을 생각할 필요 없이 기다리는 것. 그러면 어떤 위로보다 더한 토닥임이 된다. 동아서점 주인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마음을 느꼈다. 괜히 서점을 하는게 아니군. 이 느낌을 아무나 내는 게 아니지. 좋아 좋아를 연발하게 됐다.

 

집 근처에 서점이 하나 생겼다. 눈뜨고 일어나면 많은 카페들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작은 서점 하나 생기는 것은 큰일이 되어버렸다. 작은 서점들의 유통 문제가 원활해지고 자연스럽게 서점에 갈 수 있을 만큼 스며드는 공간이 많아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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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일인의 삶
브룬힐데 폼젤 지음, 토레 D. 한젠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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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일 금요일

The April Bookclub

 

어느 독일인의 삶

-괴벨스 비서의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브룬힐데 폼젤 지음. 토레 D. 한젠 엮음/박종대 옮김

 

나치 시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그 속에서 독일인으로, 히틀러 지휘 아래 살아갔던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무엇을 생각하라고 이 책이 나왔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몰랐다는 주장을 하는 폼젤. 지금 나도 그 무지의 밭에서 나뒹굴고 있다. 정치하는 인간들은 다 극악무도한 것들이라고 욕만 하고, 알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런 인간들의 깔아주는 판 속에서 허우적대며 불안을 다독이려 애쓴다. 세상이 썩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에 대한 저항은 아무것도 없다. 입만 나불대고 있고, 실상은 내 몸사리기에 바쁘다. 더는 괴롭히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밖에 없다. 가만히 있는 게 중간은 가는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하면서 행동하는 사람들을 비판의 그릇 안에 집어 넣는다. [거짓과 증오의 확산으로 동조자를 점점 늘려가고 있다.] 아닌 것에 대해서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멋진데. 건강한 건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독일은 국가 이기주의와 그에 따른 행동으로 벌을 받았어요. 거기엔 사회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한몫했겠죠.] 무지보다는 외면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나도 세상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계속 당하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계속 당하게 된다.

히틀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그들의 잔혹성이 세상에 알려지고, 폼젤이 수용소에서 생활을 마치고 난 뒤, [요즘은 속으로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요. 너한테 일어난 그 모든 일을, 그렇게 고약하고 나빴던 일들을 네가 참 잘 이겨 냈구나.]라고 말한다. 그래야 삶이 살아져서 일까? 아니면 원래 이런 인간이었기에 그 지난했던 시대를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일본인들도 조선인들을 외면하면서 살아간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 그리고 폼젤처럼 생각하면 끝이었겠지. 멀지 않은 시대에 겪었음에도 되물림하지 않으려는 노력보다는 안일한 현재만을 살고 있는 나에게 쉬이 가라앉지 않는 먹먹함을 안겨주는 말이었다.

 

나에게 피해가 없다면 다른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쉽게 외면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는 오히려 순종하는 가운데 조금씩 서로를 속이고, 거짓말하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에 익숙해졌어요.] 나만 건드리지 말아줘. 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삶을 개인 이기주의 삶으로 착각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 붕괴. [우리가 무관심과 수동성으로 도덕적 붕괴에 빠질 위험은 상존한다.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도 무덤덤하게 대하고, 자신의 안전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폼젤의 이야기가 끝나고도 한참을 엮은이가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면서 포퓰리스트들에 대항한 우리들의 자세를 함양하고 행동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바로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다.

 

 

[나는 늘 타인들을 조심하면서 살아왔는데, 그러는 나는 내 속의 보통 사람입니다. 그 보통 사람 속에는 군대 전체의 배반과 폭력을 조장하기에 충분한 관성적 부조리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속에 다들 얼마간 품고 있는 폼젤을 늘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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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 작가들의 작가에게 듣는 글쓰기 아포리즘
줄리언 반스 외 지음, 존 위너커 엮음, 한유주 옮김 / 다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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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작가들의 작가에게 듣는 글쓰기 아포리즘

줄리언 반스, 커트 보니것, 스티븐 킹 외 지음

 

유튜브의 글쓰기 관련 동영상을 보면, 올라오는 추천 책 중의 하나.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처럼 명언을 적어놓고, 자신의 생각을 이어 쓴 글도 음... 인데, 아예 명언 제조기 집은 좀 당황스럽다. 책은 인물, 동료작가, 비평, 대화, 좌절, , 편집, 용기, 장르, 문법 등 각 소주제에 맞는 유명 작가들의 생각의 말들을 열거해 놓았다. 작가마다 패턴이 있고, 그래서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이 있다. 나에게 맞는 말들을 선별해서 골라서 보면 좋겠다만, 그런 혜안이 작동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글들의 이어짐이 피로도를 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몇몇 말들을 담아봤다. 담은 걸 줄인게 이정도네... ...

 

-자질과 자격-

원한은 작가의 눈을 예리하게 만든다. 적개심은 작가의 킬러 본능을 날카롭게 한다.

존 그레고리 던

 

인간이 불멸자인 이유는 피조물들 사이에서 홀로 지칠 줄 모르는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 아니라 연민과 희생, 그리고 인내를 포용하는 영혼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포크너, 1950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비결-

많은 사람이 중도에 글쓰기를 포기한다. 당신이 그만두지 않는다면, 글을 고친다면, 점점 더 좋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된다면, 당신은 비결이 뭐예요? 라는 질문이 실은 질문이 아니라 즐거우세요?“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로버트 립사이트

 

-왜 쓰는가-

글은 찬사를 받으려고 쓰는 것도 아니고 읽는 사람을 생각해서 쓰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다. 자신과 펜 사이에서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들을 글로 써내는 것이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

--> 내가 글 쓰는 이유

 

-글 쓰는 습관-

매일 아침 자리에 앉아 글을 쓰는 과정이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든다. 이걸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추어로 남는다.

제럴드 브래넌

-->글에 대한 자세

 

작가의 삶

자네가 아버지와 언쟁을 벌였다니 유감이군. 하지만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자는 자네가 가고 있는 길가에 앉아 있는 셈이고, 자네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은 오직 하나뿐인 것 같네. 그건 바로 자네가 이 책을 다 써야하고, 그 다음에는 다른 책을 써야한다는 것이지. 만약 그게 뭐든, 스스로 파멸을 극복하고, 스스로 하던 일을 멈춘다면, 그게 한순간이 아니라 말일세. 그렇다면 자네는 어쨌든 작가가 아니며 나와 의논할 일도 더는 없네. 자네가 못되게 굴고 불평하고 싸우고, 허우적거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네. 다만 중요한 건 자네가 자네의 일을 마쳐야 한다는 것일세. 그 가정에서 설사 누군가 다친다고 해도 자네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네. 하지만 유별나다고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언젠가 너그러이 받아들여질 순간이 올 거란 기대는 추호도 하지 말게. 그런 일은 없을 테니! s조차도 아직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네. 언젠가 소나무로 짠 관에 들어갔을 때에야 안전한사람으로 여겨질 테지. 내가 쓴 <분노의 포도>는 많은 독자가 읽기도 했지만 가끔은 불에 태워지기도 했네. 공공 도서관의 사서들은 나의 가족들을 잘 알고 있는데, 부모님이 먼저 돌아가셔서 이 부끄러움으로 고통스러워히지 않으셨으니 운이 좋다고 말했네.

-->걱정말고 논문, 글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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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21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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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의 전설

이지은 글, 그림

 

<친구의 전설>을 읽고, 마음이 아렸다.

가슴에 뭉그러진 감 같은 주황빛 물질이 스멀스멀 차올라서 뭉게지는 그 뭉그러짐이 나를 한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민들레가 자신을 불어주기 전의 호랑이에게

우리 친구 맞지? 라는 말이

길가에 핀 민들레를 쉬이 지나치지 못하게 했다.

 

팥빙수의 전설은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글에 음을 넣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니, 대단히 좋아한다.

달다 달다 꿀 달다. 달다 달다 꿀 달아

새콤 달콤 달달콤

빠샤 와 같은 단어에 음을 넣어서 이야기하면 웃음 코드에 잘 들어맞는다.

감동은 없다. 말 그대로 팥빙수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외치는 호랑이의 이야기를 버무려서 만든 글이다.

그림, , 아이들의 코드를 잘 저격해서 만든 책이다.

친구의 전설과 합체해서 읽으면 감동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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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양식집에서 - 피아노 조율사의 경양식집 탐방기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 / 린틴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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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양식집에서

조영권 지음/이윤희 그림

 

오래된 추억의 돈까스집. 돈까스에 소주를 시켜서 먹는 다는 것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돈까스에 소주라니. 다시 들어도 생경한 조합이다. 그런데 경양식집에서 돈까스와 소주를 시켜 먹는 이가 있으니 메뉴에 있겠지?

 

목차에는 어느 지역인지 나와 있지 않다. 경양식집 상호와 먹은 메뉴를 적어놓고, 그 챕터에 가서야 어느 지역에서 먹었는지 알 수 있다. 아쉽다. 책 초반에는 신선했다. 동네에 있어도 잘 가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한 돈까스집, 외진 곳에 가서 맛을 평가하는게 말이다. 그리고 여행을 간다면 나도 그곳에서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후식에 대한 생각의 차이도 매우 신선했다. 식사를 마치는데 후식이야기가 없어서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식사를 하기 전에 후식 주냐며 먼저 달라고 해서 먹는다고 하는 대목이 매 챕터 나온다. 후식을 밥먹을 때 미리 달라고 할 수 있구나. 왠지 후식은 메인을 먹고 가게의 선심으로 먹는다고 생각해서 물어봐주면 고맙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인드가 다른다. 밥값에 포함된 거니 물어보고 밥과 함께 먹는다. 대단한 생각이다.

 

글은 밋밋하다. 밋밋한 글이 나까지 밋밋하게 만들 정도였다. [참 저렴한 느낌의 맛이면서도 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익숙하니까. 결혼식장 뷔페에서 맛볼 수 있는 맛이다.] 저자의 글도 그렇다. 저렴한 맛이 난다. 그런데 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익숙한데 말이다. 글이 기계식으로 쓰여져 있다. 글의 구조가 정해져 있어서 구성이 반복되는데, 같은 이야기가 연이어 나올때도 있다. 비평가의 입장에서 써내려갔는지, 값이 싼 곳에 가서 갑질 글을 쓴 것 같아서 기분이 안좋아지는 대목도 있었다. 긍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담백하게 쓰고, 옷에 무엇이 묻었거나, 사다쓰는 스프라서 치워놨다거나 하는 말들은 담대하게 썼다.

 

책 속에 아저씨 돈까스가 나와서 반가웠다. 나는 오래된 천쇼파의 크룸크룸한 냄새가 섞인 것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경양식집을 떠올리면 그 쇼파 생각이 난다. 약간 으슥하면서도 스산한 그느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세월과 함께 옛날 돈까스가 다시 먹고 싶어졌다. 집 근처이니 살방살방 걸어가서 돈까스를 시켜볼까. 그리고 맥주가 있나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시켜봐야지. ~ 맥주에 돈까스. 은행동은 젊은이들의 거리를 넘어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청소년에 포커스를 맞춘 가게들이 많다. 거기에서 내가 대낮에 돈까스와 술을 곁들이고 걸어보리라. 생각만해도 근사하다.

 

첫 아이를 낳고 피아노를 한 대 구입했다. 아파트 소움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다가 디지털 피아노를 선택했다. 피아노 가게가 생각보다 없었다. 외관이 허름한 가게 하나를 찾았다. 들어가니 생각보다 넓고 피아노가 꽤 있었다. 디지털 피아노와 일반 피아노의 가격차가 크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피아노가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클래식 피아노는 조율이 문제다. 주기적으로 조율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된 음색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처음 결정대로 디지털 피아노를 사기로 했다. 디지털은 야마하인줄 알았는데, 커즈와일이라는 브랜드를 거기서 처음 알게됐다. 영창에서 커즈와일이라는 브랜드를 사서 국내에 들여왔다는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에 계약서를 썼다. 그리고 디지털 피아노는 조율이 필요없는 대신, 소리가 한 개만 나지 않아도 모든 판을 갈아야되서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이 피아노가 어느새 5년이 넘어간다.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마다 잡음이 들린다. 그리고 클래식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느끼는 그 묵직함도 없다. 얼마전부터 코로나로 인해 피아노 학원에는 보내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 레슨을 받고 있다. 아이의 손에 디지털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게 하니 마음이 좀 그렇다. 아이가 클래식 피아노 건반의 그 느낌을 알면서 배우면 더 좋았겠다. 싶다. 이사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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