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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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글, 그림/이진경 옮김

 

처음 읽을 때는 정갈하게 순차적으로 읽었다. 두번 째 읽을 때는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었다. 이래도 읽히고, 저래도 읽히는 책이다. 이래도 저래도 글의 농도와 그림이 절묘하게 마음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 책을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소년은 두더지를 만난다. 소년과 두더지는 여우를 만난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는 말을 만난다. 두더지는 시간의 깊이를 더해가도 케이크보다 더 좋은 건 없고, 마음을 열지 않고 날이 서 있는 여우는 한번 마음을 주자 깊이를 알 수 없었고, 말은 꿈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이 넷의 만남이 나에게는 이렇게 다가왔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적인 자신의 욕구가 있다. 그리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도 용기내어 실천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소년이 만난 건 우리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삶은 힘겹지만 당신은 사랑받고 있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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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시대 - 문보영 에세이 매일과 영원 1
문보영 지음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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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시대

문보영

 

92년생 작가, 2016, 스물다섯 등단.

글이 가볍다. 가볍다는 것이 안타깝다. 마음을 눌러담아 쓰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정세랑처럼 누가봐도 잘 쓰는 실력 외에 나는 마음을 본다. 작가는 글로 승부한다고 하지만, 이런 에세이 형식의 특히 일기같은 류는 더 훤히 글쓴이가 보인다. 읽고 싶지 않은, 알고 싶지도 않은 글이었다. 나는 서툴더라도 글안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뭔가가 오는 글들 말이다. 이 글은 이력에 어울리지 않게 어색해서 책장을 넘기기가 괴로웠. 일기여서 막 써재꼈다고 감안하고 봐야하는 걸까. 예를 들어 내가 모닝페이지를 써갈긴대로 책을 만들어 제목만 그럴싸하게 해서 출간했다고 해보자. 그 똥벼락을 맞는 것은 독자의 몫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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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40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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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기

그리고 연인들

 

최승자 지음

 

갈수록 빠져들고 만다. 처음 최승자 시인의 글을 접했을 때는 복잡했다. 이 세상 너머 어딘가로 가고 있는 지성인의 모습이 낯낯이 드러나서, 그 민낯이 거북했다. 내 안의 어둠이 피어올라 뾰족한 가시들이 얼키고 설켰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시가 마음을 누르더니(너는 묻는다 라는 시를 특히 좋아한다), 소리내어 대뇌이게 하더니, 이내 다른 시집도 찾아보고 마음에 넣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밤

 

팽팽한 초록빛 눈알을 번들거리며

내 앞에서 공포는 무럭무럭 자라오른다.

바오밥나무처럼 쳐내도 쳐내도

무한정 뻗어 나가면서

불면의 밤, 불면이 방을

쑥대밭처럼 뒤헝클어 놓는다.

내 입 속으로 내장 속으로

가지 치고 뿌리 치며 뻗어 들어온다.

 

새벽 여섯시, 물먹은 싱싱한 빛을 발하며

공포는 이미 하얗게 세어 버린 내 방 안을

그 무성한 이파리와 줄기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뒤덮어 버리고

내 배꼽을 뚫고 아랫목

구들장 속까지 뿌리 내렸다.

 

그릇 똥값

 

노량진 어느 거리 그릇 세일 가게

쇼윈도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그릇 똥값

 

순간 충격적으로, 황금색으로

활짝 피어나는 그림 하나.

신성한 밥그릇 안에 소중하게 담겨 있는

김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똥 무더기 하나,

아니 쇼윈도 안 모든 그릇들 안에 담겨

폴폴 향기로운 김을 피워올리는 똥덩이들.

그 황금색의 화한 충격.

 

입과 항문이 한 코드로 연결되듯

밥과 똥이 한 에너지의 다른 형태들이니,

밥그릇에 똥을 퍼담은들,

밥그릇에 똥을 눈들 어떠랴,

 

산다는 것은 결국 싼다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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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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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그리고 뼈들이 노래한다

숀탠 지음



... 이해할 수 없다. 무루 작가님의 책을 읽고 숀탠을 알게 됐다. 내 생각이 맞았다. 모르고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나도 매혹적으로 다가와서 찾아서 보면 실망하고 만다.

내 스타일이 아닌 것을 떠나서 시사점도 안겨주지 못하는 그저 글들의 나열이었다.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내가 부족해서 일거라 생각하고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면서 두고두고 봐도 볼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기에 급급하다 떠나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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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휴식
구가야 아키라 지음, 홍성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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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휴식

구가야 아키라 지음/ 홍성민 옮김

 

마인드풀니스. 심리학에서는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는 일종의 명상심리치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십 년 전의 나로 회귀하고, 복기하게 됐다. 내가 처음 마인드풀니스를 접할 때 느꼈던 것들, 생각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있었다. 마치 내 이야기를 쓴 것 같았다. 입문하는 이들에게 더 없이 좋을 책이었다. 책의 끝에는 특별부록으로 최고의 휴식을 위한 5Day 매뉴얼이 있다. 책 이곳저곳을 다시 살필 시간을 줄여주고, 간편하다.

 

십 년 전, 랩실에 들어 간지 얼마 안됐을 때다. 허리는 바르게, 배는 편하게 자세를 취하고 앉아 있는 내가 있다. [허리를 바르게 펴고 상체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 않는다 손은 허벅지 위에 둔다. 다리는 꼬지 않고 발바닥을 지면에 붙인다. 눈을 감거나 떠도 상관없다] 이게 기본자세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뭐지?

내가 왜 여기에 앉아서 이걸 하고 있는 거지?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이 책의 주인공은 하던 일이 잘 안되던 차에 마인드풀니스를 연구하는 그로브 교수와 만나게 되고 어떻게 삶이 달라지는 지를 말한다. 마인드풀니스로 달라지는 사람을 만나지만 정작 주인공은 계속 의문을 품는다. 나도 그랬다.

 

[속는 셈 치고 일단 한 번 실천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 마인드풀니스의 최대 단점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화감을 줄이고 설득 필요 없이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

 

[마음과 뇌의 피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는 형태로 나타나며, 배려가 없는 직장은 가장 먼저 화장실이 더러워진다고 설명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배려하는 것이다. 진정한 휴식은 나를 배려하는 힘이며 다시 불타오를 수 있도록 불길을 내는 것이다. 화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팍팍함에서 온다.]

 

[문제를 해결할 만한 기력도 체력도 바닥나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신기하게도 내 발걸음이 저절로 이곳을 향했다. 무기력하고 패기가 없다면 지금 뇌가 지쳐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자. 당신 스스로 제대로 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최고의 휴식을 얻을 수 있다.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는 과거와 미래애서 비롯된다. 지난 일에 연연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불안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평가나 판단을 더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경험에 능동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인간관계에서 생겨난다. 혐오, 질투,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타인에 대한 애정, 자비를 내면에 키워 뇌에 쉽게 피로가 쌓이지 않는 상태를 만들자.]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야 하고, 그렇게 느끼는 것은 나쁘다는 인식이 더 나빠요. 그 사람이 싫다고? 싫은데 어쩌겠어요. 싫어할 수 있어요. 욕하고 싶지요? 혼자 있을 때 중얼중얼 욕해보세요. 그래야 그런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요. 무턱대로 혐오, 질투는 나쁘니 하지 말고 사랑하고 자비를 베푸는 감정을 키워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우선 그런 감정을 실컷 내뱉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육체적인 피로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 짜증, 의욕 상실, 집중력 저하, 무기력, 건망증, 졸음 등등. 예컨대 보통 때는 부딪치지 않는 책상 모서리 같은 데 부딪치는 것도 피로가 쌓였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네.]

 

[불안으로 날뛰는 머릿속 원숭이들, 즉 잡념을 얌전하게 길들일 수 있다면 피로감은 한층 줄어든다. 잡년에 대해서 방관자로 있어라. 잡념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잡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는 그 열차의 승객이 아니다.]: 기차가 들어오잖아. 그냥 봐. 지나갈거야. 안타면 돼. [나를 힘들게 만드는 역경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역경은 실제보다 더 부풀려지곤 한다는 걸 기억하라. 지금 여기에 집중하여 회복력을 발휘하는 것이 당신의 피로를 줄여줄 것이다.]

 

[만약 산에 오른다면 어디를 볼까? 늘 목표만 의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를 완수하는 것에 얽매인 상태를 과제 지향적이라고 한다. 산을 오를 때 주위의 풍경도 봐야 하고, 내발 아래 펼쳐진 풀과 꽃도 봐야 즐겁잖아. 그런데 정상만 보고 간다면 어떨까? 그저 산을 오르겠다는 과정만 집중하면 다른 건 보기 힘들겠지. 여유도 없을 테고. 일단을 빨리 정상에 올라가야 하니까. 조급한 마음. 그걸 해소하지 못하면 분노가 생기지. 그러니까 과제 지향적 성향이 과하면 마음에 여유가 사라지고 분노가 자란다는 거야.]

 

 

Lazy day활용: 한옥스테이(촌캉스)일정을 보낸다.

-마당 풀정리

-동네 산책하며 쓰레기 줍기

-모르는 식물, 동물, 곤충 관찰하기

-자연 냄새 맡기

-인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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