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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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202211, The April Bookclub

 

사놓고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게 두었다. 오래 묵은 뒤에 내게로 오는 책이 이것 하나 뿐이랴. 글쓰기와 관련한 책들을 사놓고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혹은 중간까지 읽기도 하다가) 끝까지 읽지 않은 책들이 여러권 있다. 마무리 하지 않은 것들이 쌓여가는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처럼 이 책도 그러했다.

 

조지오웰의 심오한 세계를 <책 대 담배>로 먼저 접했다면 이 책을 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나는 왜 쓰는가>를 먼저 샀다). 확실히 나는 <1984>, <동물농장> , 조지 오웰의 에세이와는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른개의 에세이 중 [스파이크], [과학이란 무엇인가?], [나좋을대로], [물속의 달], [어느 서평자의 고백], [나는 왜 쓰는가]. [가난한 자들은 어떻게 죽는가]. [정말, 정말 좋았지] 등 몇몇은 좋았다. 글에 대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는 재미있게 읽었다.

 

[능숙한 솜씨로 책을 한 권씩 훑은 다음 하나를 내려놓을 때마다 이걸 책이라고!’ 소리를 덧붙일 것이다.] 그런데 또 막상 내가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다보면, 내 글에도 같은 말을 하게 된다. [어느 기고자가 나를 부정적이고 언제나 무언가를 공격하는 사람이라며 꾸짖었다.]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이 사람의 삶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삶의 최전선에서 항상 고민하던 모습이 나로 하여금 불편해도 부정하지 못하게 하는 무엇이 되어 온다.

 

언제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1930~1940년대이다. 언제부터인가 외국의 년도가 나오면 당시의 한국 모습을 연결하게 된다. 일제강점기다. 일본의 통치하에 조선 사람들이 죽어있을 때다. [악인에게서도 배울 점은 있다. 좋은 것을 배우되, 악습은 버릴 수 있는 용기를 키워내는 것. 그것이 살아있는 나로서 할 일이다.] 한계도 있다. 어디까지가 악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릴리푸트나라 황제의 궁전에 불이 났을 때 걸리버가 오줌을 눠서 불을 끄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걸리버는 자신이 비상시에 침착히 대응함으로써 치하받을 공을 세운 게 아니라, 궁전 경내에서 대놓고 방뇨를 하는 중죄를 범한 것임을 알게 된다. “나는 황후가 내 행동을 더없이 혐오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는 건물들을 어떻게 고치든 자기는 절대 쓰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고서 거처를 궁정에서 가장 먼 쪽으로 옮겼으며, 측근들 앞에서 복수하겠다는 맹세를 차마 억누르지 못했다는 것을 은근하지만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를 죽이려는 자는 무슨 수를 써서든 나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이 장미들은 하나같이 깜짝 봉지 같은 재미를 선사했고, 언제나 뜻밖의 새로운 품종이 나타나 별난 이름을 붙여봄 직한 기회를 누리게 해주었다.] 아이와 문방구에 간다. 랜덤이 여럿있다. 랜덤은 기쁨보다 실망을 주지만, 한번의 기쁨을 위해 계속 도전하게 만든다.

 

[이젠 그곳도 내 마음을 완전히 떠나버렸다. 그곳의 마법은 더 이상 나에게 미치지 않으며, 내겐 플립과 삼보가 죽었으면 하거나 학교가 불탔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었으면 하고 바랄 만큼의 원한도 남아 있지 않다.] 이 말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진한 미련의 냄새를 풍긴다. 나는 말하겠다.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 날은 오지 않을거다. 미워하는 시간이 나를 좀 먹는 것임을 조원희의 <미움>에서 분명히 말하고 있고, 나도 아는데, 읽을 때 뿐이다. 결국 나에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라는 것으로 끝난다.

 

[물속의 달]은 없는, 실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뜻한다. 열다섯평 주공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이전에 살았던 단칸방. 엄마는 그 집의 담벼락에 뿌린 호박씨 이야기를 종종한다. 살던 내내 열매는커녕 보이지도 않더니, 이사를 가고 나니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동네 사람들이 잘 먹고 있단다. 엄마는 정말 그것이 아까워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걸까? 무엇이 재미있어 그 이야기를 그토록 오랜 시간 여러번 한 걸까? 정말 내가 그 이야기를 까먹기라도 할까봐 알려주려고 그런것일까? 사람은 종종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 자신만 빠져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루어지는 마법같은 세상에 허탈해 하면서도 뭔가 자비를 베푼 것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를 좋아한다. 실상은 마법도 자비도 없다.[속이는 사람들은 결국 스스로를 속일 뿐이다.]

 

그저 지금은 잠시 [숨 쉬러 나갈 뿐 coming up for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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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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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경고: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202210The Arpil Bookclub

 

지구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제일 많이 가지는 시기가 언제일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시간차도 있다. 바로 어린이 였을 때, 환경을 사람이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실천한다.

그런데 마치 커 갈수록 기후, 오염 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사치처럼 되어버린다. 어른이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실천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뚝~끊어진 실이 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나는 자랐고, 생물학적으로는 오히려 지고 있는 어른의 나이. 끊어진 실을 찾지 못해,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기후에 대해 생각한다.

 

책 제목처럼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나타나는 지구의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순간은 몇 도가 올라간 상태일까? 그리고 다음 1도가 올라가는 상황은 언제일까? 6도의 멸종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현재 지구의 온도는 몇도일까?

 

책을 읽은 바로는 지금은 1도에서 2도 정도 올라간 상태이다. 그리고 다음 1도가 올라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3도의 세상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라면 6도의 세상이 오는 것도 믿어 의심치 않은 일이 된다. 지구는 종말한다.

 

이미 빙산은 녹고 있다. 이미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다. 나무들은 말라죽고, 사막은 넓어지고 있고, 한 번 사막이 된 곳에 다시 풀이 자라는 것은 이 생에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해충으로 인한 감염은 높아지는데, 지구가 파괴될수록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동안 주식이었던 감자와 같은 생산물이 멸종될 수도 있다.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에어컨을 트는 것은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일이므로 악순환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가 1도 올라감에 따라 얼마나 큰 일이 벌어지는지를 예상하여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굳이 말지 않아도 알 만한 것들이 지천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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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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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몬드

손원평 지음

 

20229, Bookclub second one.

 

유명한 책은 유명해서 보게 된다.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사람들이 이리도 좋다고 하는지 궁금해서 보게 된다. 아몬드도 그랬다.

 

그렇게 본 책의 주인공에 대한 설명은 계속 나를 어지럽게 했다. 주인공을 이해하기 위한 스토리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책이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기가 어렵다. 인간의 정서를 가지지 않은 이가 이야기가 끝이 날 때쯤에는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온기를 가지고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정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를 묘사할 때도 마치 정서가 있는 것처럼 묘사를 한다.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인간의 정서가 들어올 수 있도록 아몬드를 잘 먹으라고 한 데서 아몬드가 가지고 있는 역할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는 호두가 더 와닿지 않을까? 생각했다(하하). 머리를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 견과류를 많이 먹야야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인간의 뇌는 호두를 보면 더 잘 연상되니까.

-그리고 공포를 이야기하는 건지 감정을 이야기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잘 알지 못한 채 캐릭터를 구사하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졌다. ‘아무튼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의사들이 내게 내린 진단은 감정표현 불능증, 다른 말로는 알렉시티미아였다.]

-이름만 보고 갖다 썼나보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을 느끼는 기저선이 다른 거라고 이해해야 한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감정이라는 걸 아예 못 느끼잖아. 감정 표현 불능증은 남들보다 기쁨을 덜 느끼는 상태이다.

 

[누군가가 무서운 표정으로 훈계를 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예컨대 소리친다, 고함을 지른다, 눈썹이 위로 솟는다...... 이런 게 특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내겐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하나의 현상에 그 이면의 뜻이 숨어 있다는 걸 나는 잘 알지 못했다. 나는 세상을 곧이 곧 대로만 받아들였다.]

-이 캐릭터가 자폐를 말하는 건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이런 캐릭터는 없다는 게 맞다.

 

한참을 캐릭터가 뭘 말하려는지 혼돈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아무튼을 붙여서 쓱~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뭘 말하고 싶었을까? 감정의 중요성? 양육의 중요성? 사랑의 힘? 로봇과 휴먼의 동맹? 마치 로봇이 나중에 사람의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마무리되는 듯한. 그런 거 있잖아. 로봇으로 태어났는데 로봇이기가 싫은거지. 아니면 나는 로봇인데 자꾸 사람으로 아는 거야. 그래서 내가 사람인지 로봇인지가 헷갈려. 그러다가 사람이 되기로 하는. 뭐 그런 느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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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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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20229The april bookclub

 

, 시몽, 로제

 

40대인데 중년이라는 이름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 (중년이라고 하니 뭔가...) 안정과 사랑 사이에서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 결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마음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했다.

 

폴은 로제와 오랜 연인사이다. 그리고 로제가 종종 바람을 핀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이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지 오래다.

어느 날 시몽이 폴을 보고 미친 듯이 빠져든다. 자신이 얼마나 눈부신지 모르는 듯이 폴 앞에서는 그저 간절하다. 폴이 너무 좋아서 폴 이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몽. 맹목적인 사랑.

 

로제가 자신에게 소원할 때마다 시몽의 사랑이 눈에 들어오고, 그에게 가는 듯 했으나, 결국 로제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로제는 폴에게 다시 기다림을 준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시몽이 폴에게 데이트 신청을 차마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무언가는 같이 하고 싶고, 그런 상태에서 건네는 말이다. 나는 그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애틋하고, 당신 곁에 있고 싶다는 말보다 더 사무쳤다.

 

시몽의 차. 여성이 타다가 스타킹이 나가기 일쑤인 그 작은 차가 마치 시몽을 나타내는 장치같고, 몽환적인 일상이 이십대의 향기와 맞물려 어지러움대신 향기로 다가왔다. 누군가를 애타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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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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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20228월 북클럽

 

여름엔 [여름]을 읽어야지. 책 표지도 여인과 초록. 좋다.

그런데 내용은 전혀 여름이 아니어서 슬펐다.

여름의 서핑을 기대하고 펼쳤더니, 망망대해애 표류하는데 끝이 나지 않는 것 같아서 지쳐갔다. 여성의 삶이 이렇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치 내 일인냥 서글펐다.

 

[하니는 여전히 채리티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꼼짝하지 않고 벽지의 똑같은 지점을 바라보며 우울하게 앉아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런 느낌이다.

자신의 태생, 그리고 현재를 망각하기 위해 달려가지만, 결국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을 스스로 선택하는 현재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날 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숲 가장자리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하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할 것이며, 채리티는 자신을 거둔 늙은 로열과 결혼을 할 것이다.]

 

[나는 로열씨와 결혼했어.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억할게.]

 

채리티가 하니의 아이를 가지고 로열과 결혼해서 어떻게 사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이것은 소설이니까. 사랑은 불장난 같다는 이상한 흐름, 맹신할 수 없이 계획하고 재고 밀당해야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내 마음이 오히려 생채기가 나고 귀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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