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날이 반쪽이다. 
시아버님 생신이 5월 5일이기 때문에 해마다 이 날은 아버님 생신 행사를 지낸다.
금년에는 특히 8순이셨는데 잔치는 하지 않았지만 예년보다는 신경 써서 선물과 식사를 준비했다.

내가 겉도는 것은 시댁이라 겉도는 것이 아니다.
행사나 준비 때문에 힘들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점심 식사는 상당히 즐겁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식사 후,  과일과 차를 마시면서 세상 이야기를 나누면서부터 괴롭기 시작이다.

* "쇠고기 그거 미국이 자꾸 그러면 사줘야지 어떡하니."
     ---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돌 때는 해당 고기를 만지는 것조차 꺼리는 분의 말씀.
           그거 들여오면 잡수시려고? 

* "요즘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남한에 의한 적화통일이래" 
     ---  얼마 전 중앙일보의 쓰레기같은 칼럼 '적화는 되었고 통일만 남았나?' 보다 한 발 더 나갔네.

* "아파트를 (5년 전에) 7억 주고 샀는데, 처음에 14억까지 뛰더니 요즘은 더 안뛰네. 아 속상해."
    --- 불로소득 7억은 당연한거고 그 이상 붙지 않는것에 불만이다.  다 하나님 은혜겠지.

* " (서울시장 후보 K씨에 대한 말) 그사람 엄마가 무당이래. 춤추는 것도 살풀이하느라 추는거래." 
    --- 나보다 두살 밖에 많지 않은 똑똑한 그녀의 말이다.


평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말든 나와는 전혀 관계 없다.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빨갱이"의 정의(definition)는 "아무 이유 없이 미운 놈"이다.
이게 소위 우리 나라 똑똑한 축에 드는 사람들의  개념이다.

이럴 때 난 무얼 하는가.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애써 이완시킨다.
얼굴 표정 보이지 않게 애꿎게 꽃문양 새겨진 의자 다리 구석구석의 먼지를 닦아낸다.  

가정 내 분란은 친정 만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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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6-05-05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제사 때마다 제가 당하는 광경이군요. 어찌나 그리도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관점에서 욕을 해주시는지~ 하다못해 평택 사건같은 건 그 과감성에 칭찬해줄 것 같지만 그건 또 까먹으셨는지 말씀들이 없으시죠. 전 아예 제가 먼저 욕을 막 합니다. 제가 연기한 결과로 생각하면 차라리 덜 짜증나더라구요. 그리고 자기가 늘상 하는 말도 남이 좀더 과격하게 선수치면 왠지 자기 생각이 좀 이상하다는걸 아는 눈치도 보이고 해서 말이죠. 자기 목소리는 자기가 못듣지만 남의 목소리는 들리는 게죠;;

반딧불,, 2006-05-0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절대로 밝혀지면 안됩니다.
자자...화이팅!!
힘드셔도 힘내셔야죠.

물만두 2006-05-05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ceylontea 2006-05-05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세요... --;

호랑녀 2006-05-06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친정에서도 어려운데 시가에선 더하죠. 같이 안 사니까, 몇 번만 참아주면 되니까요. 잘 참으셨어요 ^^
(우리 딸 준희 - 가을산님 아들도 준희죠? - 는 여전히 잘 못먹는데, 어리광만 무지 늘었어요. 4학년인지 4살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요 ^^)

가을산 2006-05-0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비슷한 고생 하시는군요. 괜히 맘이 편해지는 건.... 악취미일까요? ^^;;

아참, 어제 또 하나의 명언
"올캐, 올캐도 비만 크리닉 해봐.... 내가 아는 사람은 미어 터지더라구...
비만 치료도 사람 맘을 평안케 해주는 좋은 일이야...."

같은 말도 한두번이지...... 볼때마다 그러십니다. 제 답은....
"요즘 비만 크리닉 한동네에 한두개씩은 있어요.
비만, 미용 이런거 하게 되면 진짜 환자는 더이상 오지 않게 돼요.
전 진짜 환자를 보고 싶어요."

조선인 2006-05-0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시댁에 결혼식이 있어 갔더랬어요.
우린 부조금만 내고 얼른 빠져나올 생각이었는데, 어느새인가 일을 떠맡아 막판까지 접수대에서 방명록과 봉투와 금액을 확인하는 게 아주버님네와 우리 부부의 일이 되었습니다. 작은아버님 댁 경사를 앞장서서(?) 도와주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아버님 표정이 어찌나 흐뭇하신지. 게다가 거동하기 힘든 아가씨네 식구도 몽창 왔는데(아가씨 딸이 셋, 넷째 임신중), 결혼식 끝났다고 서둘러 평택에 가려는 옆지기를 이해하지 못해 한 소리 나왔죠. 결국 저녁까지 아주버님 댁에서 먹고 나오려는 차, 어머님이 미나리 반찬 해준다고 부엌에서 나오질 않고 붙잡는 바람에 하마트면 싸움까지 날 뻔. 계속 평택에서 전화오고 문자오고 옆지기는 초조해서 미치려고 하고. 에휴.

가을산 2006-05-0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낭군님 다치시지 않게 조심, 또 조심 하세요.

마립간 2006-05-0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 '내 주장이 국민여론이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다양성을 경험한다고 하면... (뚱딴지인가. ?)

조선인 2006-05-0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조심할 게 있나요. 전 집구석에 박혀 있는걸요. ㅠ.ㅠ

승주나무 2006-05-0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어 놓았다가 풍자소설 쓸 때 써먹어야겠어요^^

황당 금지어
지금은 잘 안 쓰는 말이지만 소풍 갈 때 가지고 다니는 끈 달린 물통을 '빨병'이라고 했었는데요, 언제부턴가 금지어로 등록되었대요. 이유는 '빨'자가 빨갱이를 연상시킨다고 하나요. 애꿎은 순우리말 하나만 잃었지 모에요 ㅡ.,ㅡ

가을산 2006-05-0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옛날에 하나씩 만들어 두었던 것이 있긴 한데, 전혀 들어오지 않는데요?

가을산 2006-05-08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빨병'이란 말이 있었군요.
전 얼마 전에 어디엔가 '8억'이라는 말을 올려야 하는데 이게 금지어라고 해서
'800million'이라고 올렸답니다.
'8억'은 왜 안되죠? 이것도 '빨'이랑 관계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