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근 1년만에 공부를 좀 하는 것 같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올렸었다.
정말 오랜만에 국영수 이외의 과목에도 신경쓰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본인이 공부한다는데, 그 공부를 옆에서 돕는 일이 여간 낯설고 성가신 일이 아님을 이번에 깨달았다. ^^;;
수학, 과학 모르는 것은 아빠가 맡고, 일본어, 사회, 국사 등은 내가 맡고....
시험공부는 한 1주일 가량 했다. 그것도 하루에 2시간 정도?
토요일에는 조금 더 해서 한 4시간 정도 했고,
일요일인 어제는 무려 8시간이나 했다!!
(물론 이중 4시간은 오늘 시험과 관계 없는 수학 숙제를 한다고 한거였지만 그래도 이건 대기록이다.)
오늘 과목은 미술, 영어, 사회/국사, 일본어였다.
워낙 오랜만에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큰애가 신기해서 나와 남편은 큰애 기분을 열심히 맞추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스트레스가 쌓이는지 신경이 예민해 가지고는... 아~ 공부가 벼슬이구만.
하긴, 학원도 안다니고 예습 복습도 안한 과학과 사회 공부를 새삼 하려니 지도 갑갑했을거다.
식탁에 교과서랑 자습서 들고 나와 앉아서 "이해가 안돼" 라는 말 한마디면
그때부터 아빠와 엄마가 가정교사처럼 붙어 앉아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게 몇일새 '관행'처럼 되어서, 과학은 - 전기, 전압 같이 비교적 어려운 부분이기는 했지만 - 아빠가 첨부터 다 봐주었고,
나는 일본어 단어 정리, 국사/ 사회 교과서 요점 정리 및 설명해 주기를 하게 되었다.
엊저녁에 큰애가 없는 자리에서 내가 걱정되어서 투덜댔다.
"우리때는 부모가 도와주는게 어딨어? 다 혼자 했지! 이러다가 '공부'라는 것을 '앉아서 설명을 듣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건 아닐까?"
남편도 내 생각에 동의는 하면서도 "그래도 모처럼 한다는거니까 이번에는 그냥 두어보자"고 했다.
어쨌든, 일본어 - 이제는 히라가나와 가타가나을 읽는다! - 는 토요일 밤에 30분 공부했고,
일요일은 하루종일 급하지도 않은 수학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사회는 2시간 설명 듣고, 국사는 1시간 설명 들었다.
오늘 새벽에 깨워주기로 했는데, 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7시 기상.....
결과는?
그동안 불모지였던 사회와 일본어, 과학이 80점이 넘었다고 학교에서 오자마자 내게 전화했다.
그래 참 잘했다~~ 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아휴.......80점대로 기뻐하다니......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