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여동생 독주회가 있다.

사실, 여동생의 상황은 연주를 하기에 거의 최악에 가깝다.
작년 봄에 쌍둥이를 낳고, 그동안 쌍둥이 키우느라 고군분투해 왔는데,
아뿔싸! 금년 봄에 또 임신이 되었다. 지금 임신 6개월이다.

임신 6개월에 연주라니! 게다가 여동생 전공은 플륫이다. 
관악기라 배가 부르면 호흡이 짧아지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채로 연주회를 하게 생겼다.

그래도 이렇게 악바리로 연주회를 하는 이유는,
지금 다니는 시간강사 자리라도 유지하려면, 2년에 한번은 연주회를 해야 자격이 유지되는데, 
작년에는 출산하느라 연주회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입덧이나 안하기 다행이다 싶은 시기에 연주를 하자니, 당연 무리가 따른다.
버티다 못해 쌍둥이 조카는 지나 달에 시댁에 맡기고, 본격 연습 돌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드레스도 '하이 웨이스트' 중에 배가 잘 커버되는 것으로 찾기 위해 드레스집을 열군데 쯤은 다닌 것 같다.

그래도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내가 도피한 음악을 계속 한다는 자체가 대견하다.
여동생이 대학 다닐때도 '신문방송학과'를 부전공으로 해서 음악전문기자 하라고 꼬셨는데도 마이동풍이었다.
학생때 렛슨 선생님을 찾는 것도, 외국 유학도 자기 혼자 수소문해서 혼자 준비해서 다녀왔다. 

하긴.... 내가 우리 집안에서 유일하게 '고집'에서 밀리는게 우리 여동생인데.... 대견하다.
어쨌든, 오늘 저녁 무사히 끝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박수를 쳐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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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오늘 알라딘 번개에는 못가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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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09-0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너무 아쉽네요. 동생분이 훌륭한 연주를 하시길... 기원해봅니다.

sweetmagic 2004-09-0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칠게요 박수~~!!!!

부리 2004-09-0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개의 연주회는 '잘' 끝나지요. 못뵈서 아쉽습다

부리 2004-09-0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스윗매직님 정말 날라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는 곳마다 님이 계시니^^

sweetmagic 2004-09-0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절 따라 다니시는 걸 그런식으로 표현하시는 군요. 쑥스러워 하실꺼 없어요. 크ㅡ크

조선인 2004-09-04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가 이렇게 살뜰히 기를 모아주는데 당연히 연주회는 성공적일 겁니다.
믿~습니다~

물만두 2004-09-0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룻. 이야... 대단하신 동생을 두셨군요. 연주 성황리에 잘 끝나시기를...

미완성 2004-09-0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힘들게 준비하신 연주회 꼭 잘 되길 바랍니다..!
가을산님처럼 멋진 언니를 둔 여동생분은 없던 기운도 샘솟게 만드는 분일 거라 믿어 의심치않아요오..!

호랑녀 2004-09-0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학까지 다녀와서 연주활동을 하는 거 보면 실력파!겠네요.
딴소리. 제가 아는 사람도 피아노 전공해서 유학다녀와서 시간강사하는데,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대학 한 자리 들어가보려고 하는데, 참 치사한 꼴을 많이 봐야 하더군요. 우아할 것같은 예술계가 참 추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을산님네 형제분들은 참 멋지게 사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어떻게 키우셨을까...

가을산 2004-09-0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생 말로도 시간강사까지는 어떻게 되는데, 전임강사 이상이 되는 것은 '하늘이 정한다'라고 하더군요.
유학파도 워낙 많고, 자리가 비는 타이밍도 있고, 아마 그 학교 졸업생인지, 누구에게 사사받았는지, 학위는 어디서 받았는지, 거기에 실력은 인정 받았는지 여부도 좌우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기본이 되는 연주 실적이라도 있어지요.... ^^ (음대에서는 '논문' 대신 연주로 평점을 매긴답니다.)
참! '치사한 꼴'도 많이 있지만, 제가 보기에 어중간한 레벨까지는 치사한 꼴이 통하지만, 어느 수준 이상은 자기들끼리도 서로의 '내공'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못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 '수준'에 이르는게 무지 어렵다는게 문제지요.


책읽는나무 2004-09-0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가을산님의 동생분의 내용을 보니....누구 서재지인이 떠오르네요..^^

동생분 대단하시네요...
순조롭게 연주회가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네요...

참.....책제목이랑 주소랑 전하번호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