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엔가 정신없이 책을 읽다가 이런 질문이 들 때가 있었다.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지식을 쌓기 위해서? 자기만족을 위해서? 그저 책읽는 것이 좋아서?
만일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지식을 쌓기 위해서라면 나는 보다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실용서들을 주로 읽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굳이 선호를 따지자면, 실용서보다는 문학과 인문과학 계열의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편이다. 정보와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면 더 효율적인 방법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번째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책읽기는 어떨까? 물론 내가 책을 읽음으로써 대단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러이러한 책들을 읽은 내 자신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책 그 자세에 대한 만족일 것이다. 또한 읽어나갈수록 내 자신에 대한 만족보다는 실망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책들도 많이 있다.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책들도 부지기수다.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다소의 충만함을 제외한다면, 두 번째 이유도 내게 절대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단순하고도 명확한 이유,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남게 된다. 나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당연히 좋으니까 읽는 것이다. 하지만 왜.. 왜 책 읽는 것이 좋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가 읽는 책의 종류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문학과 인문과학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런 책들에서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누구인지, 내가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가능성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 질문은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이기보다는 내 삶의 본질에 관한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수많은 책들을 읽음으로써 나는 이해를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관해서, 타인에 관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들 모두와 연결되어 있는 나 자신에 관해서 말이다. 짧지 않지만, 길다고도 할 수 없는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이해받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함께 하는 삶을 위해 "이해"야말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리고 나는 나와 나를 둘러싼 다른 것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한 방법으로 책을 선택했을 뿐이다. 책 속에 드러나는 다양한 삶들, 사상들, 그리고 사람들을 통해 나는 나를 포함한 세상을 좀 더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가차없이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