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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김혜남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10년 혹은 15년후 내 모습은' 이라는 주제로 꽤나 여러 번 글짓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도 그런 걸 하는지...) 그 시절, 내가 그렸던 미래의 내 모습 중 빠지지 않았던 것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행복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철부지 소녀의 감성을 그렇게도 강하고 은밀히 자극했던 '사랑'이라는 두 단어. 하지만 그 단어는 왠지 좀 더 철이 들고, 좀 더 세상을 당당하게 바라보는 먼 미래의 나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고귀한 단어였다. 이제, 그 때로부터 10년, 15년이 다 지나가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얼마나 세상에 당당하고, 얼마나 사랑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때로는 좀 더 행복하고 충만해지고 싶어서, 때로는 이 힘든 마음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어서 사랑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정답을 찾으려 할수록,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얻으려 할수록, 내게 남는 것은 그 때마다 다른 느낌뿐이었다. 어느 순간에는 머리 속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싶기도 하다가 또 다른 순간에는 결국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좌절로 끝나기도 하면서 말이다. 김혜남선생님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채워지지 않았던 공간이 조금은 채워지는 듯 하다. 마음을 차분히 토닥여주는 듯한 저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비록 내게 정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적잖은 위로와 지지가 되어 주었다. 특히나 암이라는 병을 만나 생을 가만히 뒤돌아보며 그 속에서 얻었던 자신만의 경험을 뒤에 오는, 아직 삶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어 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면서 그토록 하나가 되기를 열망하지만, 대개는 그와 나는 결국 둘일 수 밖에 없다는 가슴시린 깨달음으로 그 사랑을 마감하곤 한다. 성숙한 사랑이란,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랑이란, 진정 하나가 되어 당신이 내가 되고 내가 당신이 되는 사랑이 아니라 당신이 당신임을 알고 받아들이고 내가 나임을 알고 받아들임으로써만 가능한 것 같다. '기억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 동일한 사건에 대한 기억도 누가, 언제 그 기억을 되살려내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사건이 되어버리는'이나 상대방을 끊임없이 우리의 기준에서 이상화했다 평가절하했다 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부드럽지만 단단하다. "사랑하고 싶다면. 사랑할 능력을 키워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20년 내지 30년 이상을 자라온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결국 각자의 역량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에게도 더 큰 안식과 안정된 사랑의 느낌이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안다는 것과 행한다는 것 사이에는 아직도 얼마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지.... 아무리 머리속으로 되뇌이고 감정을 이성으로 달래보려 해도, 결국 다른 상대에게 똑같은 방식의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 나의 일관된 모습은 때로는 상대방과 나 모두에게 좌절만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 사이에도 그만큼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안다는 것이 곧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지만, 자신의 행동의 의미와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최소한 알고 있는 사람은, 뒤늦게라도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되고 결국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참으로 흔하고 흔한 말이며, 누구나 다 하고는 있지만, 정말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꾸만 되묻게 되는 이 사랑이라는 것이 내게 언제나 자신감을 심어줄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시 10년 뒤에는 조금 더 많이 달라질 수 있을까? 'Am I ready to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