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 바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내 안의 깊은 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그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의 것이라면, 그럴 때야말로 진정한 독서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이 책이 정말 그랬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로젠버그 박사의 '비폭력 대화'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가능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너무나 쉽게 쓰여져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나도 임상심리학 박사가 쓴 대화법에 관한 책이라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의 편견 내지는 선입관을 지니고 있었고, 그래서 어떤 종류의 이론과 기법이 소개되는지에 관심의 초점을 두고 책을 읽어나갔었다. 하지만 곧,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 자체가 비폭력 대화법 그대로이다. 어떤 종류의 단계나 기법을 익힐 필요 없이, 그저 이 책 한권을 진심으로 읽는 것 만으로 우리는 비폭력 대화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로젠버그 박사의 글을 읽고 있으면 단지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해받고 공감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토록 실천적인 책이 또 있을까....

 판단과 평가, 비난과 편견에 가득차서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을 주고받는 사이, 우리 모두는 진실로 편하게 마음 두고 이야기할 곳 한 군데를 찾지 못한 채, 피상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지쳐가기가 쉽다. 그럴 때, 비폭력 대화법을 시작하라고 이야기한다. 상대방을 평가하고 비난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관찰하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때 나의 느낌은 어떤 것인지를 깨달아서, 상대방에게 진심을 담아 부탁하고 요청하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나에 대해 비난하고 비판할 때, 그 말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여 상처입고 분개하여 적대심을 가지기보다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상대방에게는 어떤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있는지,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그의 느낌은 무엇인지, 비판적인 말 뒤에 숨겨진 그 사람의 요청이 무엇인지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풀어서 쓰면 이해는 가지만 도대체 어떤 것인지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로젠버그 박사는 자신이 비폭력 대화법을 나누고 교육하면서 일어났던 수많은 사례를 제시해준다. 보통 사람들(쉽게 판단하고 비난하는 우리와 똑같은)이 비폭력 대화를 적용해나가면서 느끼는 놀라움과 감동을 책을 읽으면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내게 특히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자기비판을 자기연민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나 자신의 실수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고 괴로워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은 결과적으로 자존감을 손상시키는 결과만 가져왔을 뿐이다. 하지만, 실수를 나의 욕구와 느낌에 연결하는 자기연민의 방법을 알게 된 뒤에는 이러한 부정적인 자기비판의 과정을 확실히 줄일 수 있었고, 좀 더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비폭력 대화"에서는 이 외에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 상대방과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이런 류의 책을 대할 때 떠오르는 변함없는 질문은 "So What?"이다. 그래서, 무엇이 얼마나 바뀔 수 있다는 것인가?.. "비폭력 대화"를 알게 되면 확실히 바뀔 것이라고 장담한다. 학교에서 진행된 비폭력 대화의 교육은, 비록 6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졌지만 그들 중 많은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비폭력 대화법에서 제안하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얘기했다.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변화하는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해왔던 사고방식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변화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학생은 실제로 비폭력 대화법에서 배운 것들을 상기하여, 큰 싸움이 될 수도 있었던 남자친구와의 말다툼을 막을 수 있었다고 얘기해주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해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사실 우리는 매순간 변화하는 우리의 느낌이나 욕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판단하고 평가하는 분석적인 생각들은 그리도 쉽게 자동적이다시피 해내면서, "그래서 지금 어떤 느낌인지", "그래서 내가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는 잘 알지 못한다. 지금껏 숨겨져왔던, 혹은 피해왔던 느낌과 욕구를 발견하는 것은 때로는 감동적인 느낌을 준다. 비폭력대화가 훌륭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대화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이 대화법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 사람의 욕구에 반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화한다면, 비폭력 대화에 관해 들어본 적도 없는 상대방과도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간결하고 쉬운 내용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책을 만난 것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여전히 비판적이고 나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싶어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비폭력 대화를 해나간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어렵고 힘든 일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그들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었다는 것이 기쁘다. 이제부터의 삶은 이전까지의 삶과는 다른 의미로 내게 다가올 것이다.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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