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네. 영웅정신은 아니더라도 용기가 필요한 법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영심이 강하고 나약하고 두려움이 많아서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다네. 사랑을 주면서 부끄러워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맡기고 비밀을 털어놓으면서는 더욱 부끄러워하지. 인간은 원래 애정을 필요로 하며 애정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슬픈 비밀, 나는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네." ㅡ p. 257

"하지만 영혼이 혼자 있고 싶은 욕구로 넘치는 날, 쓸모없거나 거짓되거나 사소한 것을 모조리 영혼 안에서 내모는 것 말고는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는 날이 온다네...... 새로운 것을 향해서가 아니라 산속을 향해서, 외로움과 죽음을 향해서. 그것은 인간의 마지막 여행일세. 인간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어......특정한 삶의 단계에 이르면 이러한 갈망이 몹시 강해지면서 갑자기 외로움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게 되네. 그것은 귀에 익은 소리일세.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이 시끌벅적한 도시에서 살다가 어느 날 밤, 꿈속에서 바닷소리를 듣는 것과도 같아. 목적 없이 혼자서 산다는 것.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나누어주고 길을 떠나는 것. 영혼을 깨끗이 정화하고 기다리는 것."  ㅡ p. 391

"사람들은 대부분 갈구하는 것,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을 절대로 인간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하지 않네. 우리가 함께 살면서부터 우리의 지난 세월을 열병처럼 뒤덮었던 견디기 어려운 긴장은 사라지고 없었어. 우리는 서로에게 단순히 남자와 여자, 신체적인 약점과 일상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인간에 지나지 않았어. 그런데도 그녀는 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나를 원했네. 내가 성직자나 다른 세상에서 온 숭고한 존재이길 바랐어. 그러나 나는 다만 희망을 버리지 않은 외로운 인간에 지나지 않았지." ㅡ p. 423

"자네가 아직 모른다면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네. 진실한 사랑은 언제나 아주 위험하다네. 내 말은 진실한 사랑의 목적이 행복, 목가적인 삶, 마주 잡은 두 손,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꽃피는 보리수나무 아래를 거니는 산책, 베란다의 아늑한 등잔불, 라벤더 향기 그윽한 안식처라 아니라는 뜻일세. 그것은 생활이지 사랑이 아니네. 사랑은 더 진지하고 위험한 불꽃을 피우며 타오르네. 이 파괴적인 정열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소원이 어느 날 싹튼다네. 이보게,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며 사랑을 통해서 더 많은 건강과 안식과 만족을 누리려는 게 아니라 파멸의 위험을 무릅쓰고서 오로지 완벽하게 '존재'하고 싶어진다네." ㅡ p.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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