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읽고 싶었던 책을, 벼르고 벼르다가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어가면서부터 책에 인쇄되어 있는 글이 머릿속으로 그대로 전해지지 않고
재배치, 단어 재선택, 추론의 과정을 거쳐서 바뀌어지기 시작한다.
문제. 번역의 문제였다.
그 분야의 전문가이자 약력으로 보면 대가라고 할 만한 분이 번역을 하셨는데,
역시 번역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아니라서인지
문장의 앞뒤가 이어지지 않고 영문 그대로를 그저 한글로 옮겨적은 듯한 어색함이 계속 이어진다.
"파괴당했다"라는 수동태의 문장이나, "그것으로 하여금 나를 ~하게 만들도록 했다"라는 문장은
어설픈 영어문제집의 해설부분에나 나올 법한 문장들이 아닌가.
물론, 전문분야의 책을 번역하는데는 그 분야의 지식이 필수적임을 알지만
분명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전에 내용을 검토했을텐데..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문장에
내가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분명 문제가 있다.
한글로 된 글을 읽으면서 원래 이문장이 영어로 어떻게 쓰여졌던 문장이며, 어떤 구조의 문장과
어떤 단어의 관계대명사, 접속사를 번역한 것인지 저절로 떠오른다면 어떻게 머릿속으로 의미를 받아들이겠는가 말이다.
이틀 동안 100페이지 넘게 읽었지만, 아무리 정신을 맑게 하고 집중해서 읽고 또 읽어도
차라리 영어 공부를 더 해서 원문을 읽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정말... 이런 책을 만날 때면...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