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집안에서 거실 소파에 앉아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고 있으면, 어느 덧 마음은 날고 날아 이탈리아 어느 한적한 시골길에서 터덜이는 역마차 안 괴테의 옆자리에 앉아 함께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고 있다. 책을 다 읽게 되면 리뷰를 쓰겠지만, 이 책의 번역은 내가 읽어본 번역서 중 최고다!
"저녁이 가까이 다가오고 부드러운 대기 속에 몇 점 안 되는 구름이 하늘에서 움직이기보다는 멈춰서 있는 것처럼 보이며 산마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런 때나, 해가 진 직후에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할 때면, 나는 은거 중이거나 유랑 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이 세상이 내 집처럼 아주 편안하게 느껴진다."
"한없이 고적한 이 세상의 한 구석에서 속세의 때가 묻지 않고 선량한 마음씨의 이 두 사람하고만 함께 있는 가운데 아까 낮에 있었던 희한한 사건(베네치아의 한 호숫가 마을에서 성곽에 올라 경치를 스케치하던 괴테가 오스트리아의 정탐꾼으로 오인받았던 사건이다)을 돌이켜 생각하자, 인간이란 어찌 이렇게 이상야릇한 존재인가 하고 절실히 느껴졌다.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기며 살 수 있는데도, 세계와 그 세계의 내막을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전유하고자 하는 무모한 욕구로 종종 불편하고 위험한 지경에 놓이는 인간이란 도대체 어떻게 된 존재인가 하고 생각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