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과학
엘리안 스트로스베르 지음, 김승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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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과 과학이라... 전문적으로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양쪽 모두 가볍게 느껴지는 대상은 아니다. 제목의 단순성(ART and SCIENCE)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건축, 장식예술, 공연예술 등 몇몇 분야에서 예술과 과학이 따로 또 같이 지나온 길을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긴 시간 속에서 예술은 과학의 기술로부터 새로운 창조력의 수단을 전해받고, 과학은 예술의 감성으로부터 뜻밖의 돌파구를 찾기도 하면서 그렇게 함께 성장했다. 과학의 절대적인 승리로 마감된 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도 예술과 과학이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공생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풍부하고 원색적인 도판과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이 매력적으로 나열되어 있긴 하지만, 이 책에 대해 처음 기대했던 마음은 왠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다. 몇몇 새로운 객관적 사실들이 예술과 과학의 공생관계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자료로 제시되어 있긴 하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예술사와 과학사의 반반의 결합"이 아닌 이전까지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의견이었다. 물론, 인류의 지적 문화유산을 배우고 마음으로 향유하는 일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지만 말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2%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랄까. 게다가, 동양의 위대한 문화기술국으로 중국과 일본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에 관해서는 말미에 백남준씨의 비디오 아트에 관한 짧은 언급이 있긴 하나 세계적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최고(最古)의 인쇄물들인 '직지심체요절'이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 대한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역자가 길게 역주를 붙여서 말했듯이 "인쇄술의 역사에 한국의 사실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학식있는 사람에 의해 쓰여진 글에서 우리나라에 관한 자랑스러운 역사적 사실이 무시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대단한 민족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예술 속의 과학'이나 '과학 속의 예술' 처럼 기준이 되는 방향을 잡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훨씬 고마울 것 같다. 건축이나 글자, 장식, 음악 등 각 분야별로 구성된 목차는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역시 다 읽고 나면 내가 읽은 책이 건축사였는지(건축에 관한 부분이 반 정도를 차지하므로) 아인슈타인 이전의 간략한 과학사였는지 명확한 감이 잡히질 않는다. 하지만 같은 주제에 관한 책들에 관해서라면 쉽고 평이한 설명으로 나름대로 괜찮은 입문서에 속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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