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 그린비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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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암 촘스키.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 정치 평론가, 사회운동가, 철학자 등의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촘스키는 이 시대의 아주 중요한 인물인 동시에 그만큼 논하기도 어려운 존재이다. 촘스키의 저서를 몇 권 읽어보긴 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어떤 사상적 배경이 그런 주장들을 가져왔는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 개인의 성취보다는 사회적 성취가 더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자서전을 쓰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말했다는 촘스키.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촘스키의 삶과 사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은 충분히 많았고,  그것들을 제대로 알리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아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로버트 바스키의 이 책 또한 그런 목적에서라면 아주 훌륭하게 목표달성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책의 전체적 구성을 "촘스키를 형성한 환경들"과 "촘스키가 창조한 지적 환경들"로 나눈 것도 읽는 자의 입장에서는 꼭 맞는 배려였다. 1부에서 촘스키의 어린 시절 다양한 환경들과 성장과정을 통해 그의 지적능력과 관심사가 싹트고 커가는 과정을 그려볼 수 있고 2부에서는 촘스키의 활발한 연구활동과 사회참여활동들을 촘스키 지지와 반대 양측의 논리전개과정, 또 양쪽에 대한 촘스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한 권의 책으로 촘스키라는 인물의 사상과 생각에 어느 정도 다가가보고자 했던 나의 노력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실상은 그의 뿌리깊고 확고한 신념과 열정적이면서도 분야에 구애받지 않는 지적능력, 즉 학자로서의 역량과 행동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그의 인생 자체에 압도당해버리고 말았다. 촘스키 자신은 개인적인 성공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늘 말해왔고 행동으로 증명해왔지만, 세속적의미에서의 성공이 아닌, 그가 우리에게 그토록 촉구하는 '개인적 창조성의 발휘, 인격의 실현'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촘스키는 존경받을만 하다.


  책 속에서 이야기된 촘스키의 다양한 사상을 모두 이해하고 공감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가 언어학자로서 이룩한 '혁명적이라는' 결과들은 언어학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어렴풋하게 이해될 뿐이고, 시대적 상황과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공격들 또한 나로서는 힘겹게 전체적인 방향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촘스키라는 사람이 쓴 책에서 느꼈던 진실을 향한 호소들이 결국 그의 인생 평생을 거쳐 자라난 굳은 신념이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견해, 사회적 의견들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아직 내가 판단할 수 없는 일이며 촘스키의 말대로라면 내가 나 자신의 잣대로 누군가의 의견의 진실성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세계적 석학이 평생동안 그 많은 강연과 토론과 저서를 통해 일관되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로 대중들을 각성시켜 이끌겠다는 결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대중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사명감에 가득차 있을 뿐이다.


  이제 촘스키의 저서들을 읽을 때 그가 지지하는 신념들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잘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촘스키가 그의 저서 <언어의 지식>에서 '오웰의 문제'라고 불렀던 것이다. "인간은 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그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아는 것이 없는가." 정보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이전 시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과연 나에게 있어 그 정보들은 지식이 되고 있는지, 나에게 주어지는 정보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무엇을 말해주는지, 그토록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정말 왜 이토록 점점 무지해져 가는지. 한 권의 책이 나에게 던져준 질문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고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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