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링의 세계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최근 우리사회도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사회양상들이 많이 생겨났고, 범죄의 양상 또한 이전과는 같지 않아져서 예전의 강력범죄가 주로 면식범에 의한 소행이었던 반면 요즘은 '낯선 사람에 의한 무차별'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얼마 전에 있었던 한 연쇄살인범의 끔찍한 만행은 과연 우리가 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개중에는 그런 사람은 인간도 아니기 때문에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불필요한 일이며 오로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분명 그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또 다른 연쇄살인범을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온갖 언론에서 이 사건을 다각도로 분석했으며 그 중 몇몇은 우리의 범죄수사도 이제는 좀 더 과학적인 연구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며 바로 '프로파일링 기법'에 대한 소개를 했었다. 프로파일링 기법이란 강력범죄자에 대한 성격조사, 행동양식 및 성장환경 등 다양한 범위에 걸쳐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해서 어떤 범죄사건이 발생했을 때 용의자에 대한 최적의 접근을 돕는 방법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물론 프로파일링이란 것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었지만, FBI 심리분석관으로 '연쇄살인범(serial killer)'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고 미국 프로파일링 기법의 선구자나 마찬가지인 저자의 화려한 약력에 대한 동경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기대는 상당부분 책을 읽으면서 충족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고, 강력범죄자에 대한 극단적인 처형보다는 그에 대한 이해를 통해 다른 범죄수사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자신의 신념을 강력하게 실현해 나갔다. 하지만 내가 한 가지 예측하지 못했던 점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강력범죄라는 것은 보통의 상상력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시민에게 공개되지 않는 끔찍한 수준의 범죄가 일어나고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확실히 미국의 강력범죄현장을 책을 통해 생생하게 맞닥뜨리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혹시라도 공포영화에서 잔혹한 화면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책에서 묘사되는 범죄현장도 스크린에 나타나는 화면 못지않음을 명심하시길.  처음부터 너무 많은 기대를 품고 책을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프로파일링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실제 개별 사례에 대한 분석도 좋았지만, 프로파일링 기법에 대한 객관적인 소개가 자세히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