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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너무 멀리해왔다. 사실 말하자면, 물리적 거리가 멀었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늘 핸드백 속에는 책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마음 속 여유가 없음을 핑계로 가까운 거리에 책을 두고서도 늘 망설이기만 했던 것이다. 이렇게 망설이면서 한 달 가까이를 책 없이 살다가 문득 다시 책이 그리워질 때는 나의 정신을 독서에 집중시키기 전에 간단한 워밍업이 필요해진다.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살려 주듯이, 잊고 있었던 독서의 유희를 제대로 즐기려면 말이다. 적당히 재미있고 흡입력 있으면서, 그리 어렵지 않은 선택으로.
그런 면에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훌륭한 선택이 되어주었다. 이 책 2권으로 바쁜 일상과 더운 날씨에 시들어 있던 나의 독서욕이 다시 살아나게 되었으니. 수많은 실용서들과 지식서들의 틈바구니에서 소설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난 어떤 책이든 간에 읽는 사람의 마음에 만족을 가져다 준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존재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댄 브라운의 이번 소설은 나에게 상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물론,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의 설정이나 인물들의 관계나 특히 결말부분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허망함처럼 과연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오를 만한 작품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사항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베스트셀러는 어차피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던가. 그 책이 얼마나 훌륭한 작품인지는 별개의 문제가 된지 오래이다.(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즘처럼 덥고 힘든 여름 한낮에 시원한 차 한 잔과 함께 소설 속 모험으로 빠져들어 보는 것도 내게는 휴양지에서의 여름만큼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오랫만의 경험이었다. 소설 속의 상상력은 언제나 현실 속의 생활을 훨씬 더 풍부하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버지들의 아버지'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한 쌍의 남녀 주인공과 세상에 큰 파장을 불러올 비밀을 찾는 모험. 물론 소설은 허구이다. 하지만 역사가 100% 진실의 기록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소설 속의 상상력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상 이면에 대한 실마리일 수도 있을것이다. 역사가 승리한 자들의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댄 브라운의 말은 한 번쯤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며,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인 것은 더더욱 아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