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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서재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로이 매클라우드 외 9명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세계사 속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니 어쩌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어떤 시대나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내 생각엔 33세의 나이로 요절한 위대한 제왕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나 그가 건설한 도시 알렉산드리아가 바로 그러한 경우인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책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물론,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특히 수많은 장서들이 도서관에 입성하기까지의 다양한 경로(책 주인이 필사본만 얻어갈 수 있어도 다행이었다는..섬뜩한..^^;)와 그 과정에 드러나는 권력자들의 욕망,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거쳐간 쟁쟁한 시대의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하지만 이 책은 비단 도서관만이 아닌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의 다양한 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렉산드리아의 문화, 예술, 사회정황 등 그 어떤 하나의 테마로도 훌륭한 주제가 될 법한 이야기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하나의 테마를 놓고 여러 명의 저자가 각기 자신의 전문분야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다양한 측면이라는 점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정작 그 테마의 정체에 대해서 모호해지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구성방식의 장점을 훨씬 더 살리고 있는 것 같다. 알렉산드리아의 극장이야기나 신플라톤주의에 관한 장들은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깊고 장황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책의 흐름을 놓칠 정도는 아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한 만큼 조금 더 신중하게 읽는다면 얻을 수 있는 지식도 적지 않다. 이 책의 저자들은 고대 도서관의 옛 터에 초현대적인 국제도서관을 건설하려는 프로젝트를 돕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친구들'이라는 조직의 시드니 지부 회원들이다. 각 장을 읽다보면 저자들이 알렉산드리아와 그 시대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기억하고 그 줄기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에 마음으로나마 참여하게 된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