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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 세계화, 비판을 넘어 대안으로
세계화국제포럼(IFG) 소속 19명 지음, 이주명 옮김 / 필맥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 비판을 넘어 대한으로"라는 제목에 매료되어 나는 사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보지도 않고 책을 구입했다. 제목만으로도 나에게 희망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던 것처럼, 이 책은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세계화'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학교에서, 사람들 입에서, 온갖 대중매체에서 그에 대한 기대와 찬사가 쏟아졌고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도 그 물결에 휩쓸려 '국제화 시대의 대한민국 국민' 뭐, 이런 제목의 글로 글짓기 대회도 나가고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오늘날 필리핀에서 생산된 바나나를 먹고,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집 앞 슈퍼에서 구입하는 일 쯤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어있다. 몇 십년 안에 이루어진 세계화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선택이 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기 위한 농민들의 시위가 매일 벌어졌고 '아무리 반대해도 막을 수 없는 결과일텐데 왜들 저렇게 반대할까.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품종개량이나 기술혁신을 통해 외국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될텐데..'라고 방관했던 사람들 중에 나도 끼여있었다. 그리고 자유무역협정은 정말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자유무역협정이란 것이 어디까지 진정한 '자유무역'인지, 그리고 칠레산 포도를 먹는 것이 우리지역과 우리농업 그리고 세계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에 대해 말이다. 사실 세계 곳곳에서 몇 억 명씩 굶주리고 있는 이 때, 후식으로 열대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된 자유를 기뻐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이 책이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세계화 자체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과 그를 넘어서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 할 대안적인 체제에 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지역사회들의 성공사례들을 접하게 되면, 과연 세계화와 자유무역확장으로의 길이 우리의 생존기반인 지구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는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여전히 기회는 남아있음을 또한 깨닫게 된다. 세계화라는 구호에 묻혀 적극적인 자유무역의 수동적인 동반자가 되었던 나에게,소극적이지만 각성한 대중의 한 사람으로 전체를 다시 볼 기회를 준 이 책의 저자들과 많은 활동가들에게 감사한다.
p.s: 이 책을 읽기 전이라면 토마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동일한 가치와 현상에 대해 정반대의 신념과 해석을 보여주는 그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이 책이 가져다 준 주제들이 더욱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