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 - 한국과 일본의 근대 여성상, 청년학술 49
문옥표 외 지음 / 청년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1910년~193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식민지 조선에 등장했던 새로운 여성들 이른바 '신여성'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담고 있다.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나혜석, 김활란, 윤심덕 같은 여성뿐만 아니라 그 외의 신여성들의 사상과 일생 그리고 그 당시 일본에서 일어났던 여성주의 운동과의 비교분석까지 꽤나 다양한 내용을 알차게 보여주고 있다.

흔히 '신여성'이라는 단어에서 뾰족구두에 단발머리, 양장을 하고 자유연애를 외치는 모습으로만 상상되던 식민지 조선하의 교육받은 여성들이 실제로는 어떠한 환경속에서 어떤 방식의 삶을 살아나갔는지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남기는 바가 큰 것 같다. 특히나 나조차도 나혜석과 윤심덕 같은 여성들에 대해 알고 있던 사실이 그들의 연애나 비극적 결말과 같은 한갓 가쉽거리에 지나지 않는 부분뿐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통감하게 되었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되는 신여성들의 삶은 그 당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에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면들이 많았고, 그 때문에 그들의 삶 자체가 스캔들화되는 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와는 비교도 안되게 여권이 신장되고(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나)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오늘날에도 그들의 삶을 1910~30년대의 시선으로 평가하고 폄하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행태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대를 앞서나간 여성들의 고통과 좌절을 공감한다는 의미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식민지 시대의 여성운동이라는 것이 단순히 여성의 권리나 자유연애를 주창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계급제도와 민족주의 논의로까지 나아갔 수 있었다는 혹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신여성'에 관한 커다란 진실 중 하나이다. 9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성을 위한 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본 적인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앞서간 분들의 삶과 역사를 공감함으로써 여성이라는 또 다른 역사의 한복판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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