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혁명
존 로빈스 지음, 안의정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돼지 콜레라와 광우병, 그리고 최근의 조류독감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축의 질병들과 그 전파속도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도록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 의심은 역시 진실이었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외부인의 소리높인 외침보다는 언제나 내부 고발자의 울림이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그리고 내가 보고 들은 내부 고발자 중에서 이 책의 저자인 존 로빈스는 단연 가장 극적인 내부 고발자에 속한다. 그 유명한 배스킨 로빈스31의 유일한 후계자였던 그가 전세계 축산업과 육류업계의 가장 큰 적이 되었으니 말이다.

존 로빈스는 이 책에서 우리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고기를 먹는 사람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우리에게 놀랄만큼 차분하고 일관된 어조로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에게 한 번쯤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한 번의 생각은 당신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하는 햄버거 한 세트가 만들어지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일들을 알게 된다면 당장 햄버거를 끊게 되진 않더라도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다.

육식을 하는 것과 당신의 건강에 관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부정적인 관계에서 시작하여 지구라는 동일한 생활 공간 속에서 공존해야만 하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수자원, 토양문제, 유전공학의 문제까지 존 로빈스는 우리에게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을 이 책을 통해 권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햄버거를 한 번 먹고 안 먹고의 차이를 전지구적인 위기로까지 심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잠시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주위에서 안전한 식품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또한 기분상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 아닌가. 우리는 개인적인 식단과 전세계의 육류산업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태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유럽에서 발병한 광우병이 우리의 식단에 영향을 미치듯이 우리 또한 개개인의 선택으로써 잘못된 것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햄버거를 먹고 육식을 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히 잘못된 일인지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 역시 존 로빈스처럼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 다. 나도 아직은 당장에 채식주의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이 책을 한 번 읽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장담컨대, 온갖 육류를 대할 때마다 한 번쯤은 고민에 잠기게 될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신념을 발견하고 그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하는 존 로빈스에게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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